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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곤 교수의 사진교실] (6) 흘러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입력 : 2015.06.25 10:5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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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구 (주)우신켐텍 회장 (CEO과정 3기)
그 사진들을 고르는 젊은 커플의 가슴 속에서는 자신들의 성장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던 부모의 애정 어린 눈길이 지금의 행복감과 고스란히 겹쳐질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개인이나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일기나 녹음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도 기록할 수 있지만, 그것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시각적인 정보가 없어서 부정확하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내용이 변질되거나 아예 사라져버리는 일도 있습니다. 카메라는 누구나 손쉽게 다룰 수 있고 시각적 정보들을 정확하게 기록하는 매체입니다. 아이의 탄생에서부터 성장하는 과정과 단란한 시간들과 통과의례 같은 가족의 역사가 담긴 가족사진을 들여다보면서 우리는 즐거웠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립니다. 무심하게 흘러간 시간을 되돌려놓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사진을 통해서 과거의 시간으로 그렇게 잠시 되돌아갈 수 있습니다.
김상교 S-OIL(주) 前 부사장 (CEO과정 3기), 김시재 前 서초세무서장 (CEO과정 6기)
아이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찍은 사진은 보는 사람에게도 공감을 줍니다. 아이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위치에서 카메라를 겨눈다면 아이는 분명 위압적인 느낌을 받을 것이고, 사진을 보는 사람에게도 아이의 그런 기분이 전달될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을 의식하거나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지 않을 때 아이들은 가장 자연스러운 표정을 하고 있습니다. 놀이가 되었건 공부가 되었건 어떤 일에 열중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가 아름답고, 그것을 찍은 사진은 보는 사람에게도 깊은 인상과 감동을 줍니다.
권순한 (주)소이상사 회장 (CEO과정 4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카메라를 겨누면 바로 셔터를 누릅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재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보도사진가나 거리의 스냅 사진가라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을 놓쳐버리는 경우가 있겠지만, 우리는 피사체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갈 것인가, 또는 피사체인 얼굴을 화면의 왼쪽으로 조금 더 이동시킬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세로로 된 선이 머리에 꽂혀 있지 않은지, 수평선이 목 부분을 자르듯 가로지르고 있지는 않은지, 셔터를 누르기 전에 잠시 동안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은 카메라가 고가의 귀중품도 아니고, 까다로운 촬영 기술을 익힐 필요도 없습니다. 그렇게 찍은 가족사진은 한 개인의 가족사를 뛰어넘어 훗날 그 시대와 사회의 기록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게 됩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찍을 수 있는 사진, 그것이 가족사진입니다. 가족사진에는 영업사진관에서 찍는 연출된 기념사진에서는 볼 수 없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친밀한 감정이 찍혀 있습니다.
어느 한 지점에 고정시킨 카메라로 시간의 흐름에 따르는 변화를 기록하는 정점관측(re-photographing)이라는 촬영 방법이 있습니다. 일 년에 한 번이라도 정해진 날 같은 장소에 온 가족이 모여서 정점관측의 방법으로 가족사진을 찍는다면 훌륭한 가족의 역사의 기록물이 될 것입니다. 딸이나 며느리 품에 안겨 있던 손주가 초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고, 그 아이가 다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게 될 것입니다. 그러는 동안,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사진에 더 이상 찍히지 않게 될 수도 있겠지요.
이것이 가족의 역사, 인생의 드라마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또 사진이 아닌 어떤 다른 방법으로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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