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페라의 유령`의 익숙함을 넘어서…뮤지컬 "팬텀"

    입력 : 2015.06.25 10: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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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의 유령>은 국내 뮤지컬 시장에도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이다. 2001년 초연 이래 매년 관객석은 꽉 들어차고 문전성시를 이루며 뮤지컬 시장이 지금처럼 자리가 잡히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클래식한 오페라 음악, 웅장한 무대와 화려한 볼거리, 세계 4대 뮤지컬이라는 후광효과 등 성공 요인은 충분하다. 반면 세계적인 추리 소설가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대표작인 <오페라의 유령(Le Fantome de l’Opera)>(1910)을 같은 원작으로 탄생한 뮤지컬 <팬텀>은 크게 빛을 발하지 못했었다. 국내에는 이 작품을 아는 사람도 극히 드물다. 이는 <팬텀>보다 5년 앞선 시점인 1986년 런던 웨스트엔드 무대에 먼저 오르며 엄청난 성공을 거든 <오페라의 유령>의 저주 혹은 그림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팬텀>은 <오페라의 유령>과 다르게 팬텀의 비밀스러운 유년기 시절을 깊이 있게 다루고 흥미로운 캐릭터와 장면들을 추가해 개연성을 높인 스토리 전개가 특징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먼저 접해 익숙한 탓에 일부 마니아들이나 평론가들은 슈퍼맨·배트맨 등 히어로물의 비긴스 버전이라 혹평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평가나 감상에 있어 <오페라의 유령>을 잠시 지우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년기부터 오페라 극장 지하에 틀어박힐 수밖에 없었던 팬텀의 운명을 섬세한 연기를 통해 재연하는 한편 임선혜·임혜영 등이 분한 크리스틴 다에의 폭발적인 소프라노는 여타 작품에서 보기 드문 감동을 주는 것만은 분명하다. 형편없는 노래 실력에도 오페라 극장의 극장장이자 그녀의 남편인 숄레의 권력을 등에 업고 오페라 극장의 새로운 디바 자리를 차지한 ‘마담 카를로타’는 악역임에도 시종일관 오페라의 유령에서 볼 수 없는 웃음을 선사한다. 엄청난(?) 노래실력을 감추며 완벽한 음치 연기를 해낸 배우 신영숙의 희생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아름다운 뮤지컬 넘버, 200벌이 넘는 의상과 다양한 가면들, 탄탄한 스토리텔링, 분명 뮤지컬 <팬텀>은 분명 사랑받기 충분한 작품이다. 국내 관객들의 뇌리에서 <오페라의 유령>의 익숙함만 뺀다면 말이다. 뮤지컬 <팬텀>은 오는 7월 26일까지 충무아트홀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7호(2015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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