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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코올 도수는 낮게~즐기며 음미하는 저도주 인기 UP↑
입력 : 2015.05.29 17:4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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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존 제품보다 알코올 도수가 3도 낮은 ‘맥캘란 파인오크 12년’(40%)을 출시한 김주호 에드링턴 코리아 대표의 일성이다. 홍보전략이 물씬 묻어나오는 출사표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 위스키 시장의 현주소를 확인해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인 칵테일과 온더록 열풍, 저도주와 부드러운 맛에 대한 높은 선호도, 위스키의 풍미가 부담스러운 이들을 위한 타깃마케팅이 그것. 여기에 에드링턴 코리아 측이 한마디 거들며 국내 위스키 시장의 변화를 재차 강조했다.
“트렌드가 다양해지면서 소비자들의 기호가 급변하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한 듯 시장에서 믹스드링크(Mix-Drink) 비중이 확대되고 있고 저알코올, 부드러운 맛을 가진 위스키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주당보다 웰빙! 국내 술 시장에 이른바 저도주(低度酒)가 ‘핫’하게 떠올랐다. 기존 제품보다 알코올 도수를 낮춘 제품이다. 시장에선 이미 이 위스키 아닌 위스키에 한방 제대로 맞았다. 일반적으로 알코올 도수가 40도 이상인 술을 위스키라 하는데 그에 못 미치는 ‘저도 위스키’다.(국내 주세법은 위스키 원액을 100% 사용한 제품에만 위스키라는 명칭을 허용하고 있다.)
선두주자는 부산 지역 양주업체 골든블루다. 2009년 12월 국내에 첫 선을 보인 ‘골든블루’는 개발단계부터 경쟁 제품들과 차별화를 선언했다. 알코올 도수가 40도 이상인 위스키가 즐비한 국내 시장에 36.5도 골든블루의 등장은 폭음과 독주를 기피하는 트렌드와 맞물리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여기에 잘 익은 사과 향과 달콤한 바닐라 향이 더해진 부드러운 맛이 입소문을 타며 출시 초기부터 서울 강남, 부산 해운대, 대구 수성구 등 이른바 전국의 핫플레이스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지난해 국내 위스키 시장이 약 3.4% 감소하는 등 시장 환경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전년 대비 57%나 성장하며 유일무이한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수도권 위스키 시장에선 2012년 3%에서 지난해 10%로 점유율이 껑충 뛰어올랐다. 업계에서 “요즘 대세는 골든블루”란 말이 도는 이유다.
이렇듯 저도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자 당연히 업계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부드러운 풍미는 유지하되 알코올 도수와 위스키 원액 비율을 낮춘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 지난해 7월 출시된 롯데주류의 35도 저도 위스키 ‘주피터 마일드블루’는 최근 스코틀랜드 17년산 위스키 원액을 99% 이상 사용한 고급 제품 ‘주피터 마일드블루 17’을 추가로 내놓았다. 과일향이 첨가된 이 제품 역시 알코올 도수는 35도다.
국내 양주업계 1위 업체인 디아지오코리아도 저도주 위스키 시장에 뛰어들었다. 알코올 도수 35도의 ‘윈저 더블유 아이스’가 그 주인공이다. 디아지오코리아가 40도 미만의 위스키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디아지오코리아는 정통 위스키를 고집하며 저도주 열풍에 거리를 두고 있었다. 업계에선 “40도 위스키를 고집한 업체들의 성적이 부진한 게 저도주 시장 진출의 계기가 됐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디아지오코리아는 출고량이 전년보다 2.1% 감소했고 페르노리카코리아와 롯데주류도 각각 13.5%, 9.9%씩 실적이 줄었다. 윈저 더블유 아이스는 영국 왕실 인증 증류소인 ‘로열 라크나가’ 증류소의 스카치위스키 원액을 99.85% 사용했다. 여기에 솔잎과 대추 추출물, 말린 무화과향을 첨가했다. 한국에서만 출시된 이 제품은 개발기간만 2년이 걸렸다. 영하 8도에서 냉각·여과하는 독점 기술을 사용한 것도 독특하다. 보통 위스키 원액은 영하 6~4도에서 냉각·여과과정을 거치는데 냉각온도가 낮아지면 숙성과정에서 발생하는 침전물과 기타 불순물이 더 말끔히 제거돼 부드러운 맛을 극대화할 수 있다.
조길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는 “국내 소비자의 주류 소비 트렌드가 변해 품질에 대한 전통은 지키되, 제품 혁신을 통해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했다”며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도주 인기에 칵테일도 덩달아 고공행진와인크루저
일본 일본의 술 문화는 상대방의 술잔에 조금씩 눈치껏 첨잔하는 문화다. 술잔을 비우기 전 술을 채워주는 게 센스있는 행동이다. 술을 권할 때 한손으로 따르거나 받아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상대방이 술잔을 손으로 가리거나 가득 찬 상태로 가만히 놓아두면 더 이상 마시지 못한다는 의미다. 프랑스 프랑스의 음주문화는 와인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주인이 손님에게, 남성이 여성에게 먼저 잔을 채워주는 것이 예의다. 식사와 함께 와인을 마시고 식사가 끝나면 코냑이나 칼바도스 같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술을 한 잔 마시며 입가심을 한다. 브라질 독주를 즐긴다. 카이피리냐(Caipirinha)라 불리는 전통주는 사탕수수로 만든 술 카차카(Cachaca)에 레몬과 설탕, 얼음을 잔뜩 넣어 만든다. 이 술은 달콤하지만 고량주만큼이나 독하다. 브라질에선 손님을 초대하면 가볍게 술부터 즐기며 담소를 나눈다. 그 후 만찬을 갖는다. 중국 식사에 초대되면 권하는 술은 되도록 거부하지 않아야 한다. 의도치 않게 무시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보통 저녁식사에는 백주(白酒)를 즐기는데 알코올 도수가 70도나 된다. 스코틀랜드 위스키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선 위스키를 병으로 주문하는 일이 드물다. 또 모두가 위스키를 즐기진 않는다. 위스키를 즐기는 이들은 온더록이 아니라 가볍게 물을 타 마신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6호(2015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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