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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의 어떤 생각] (7) 너무 많은 정보들
입력 : 2015.04.17 14: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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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다. 우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여러 정보들을 찾아내고 활용한다. 인터넷이 편리하고 유익하다는 걸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러나 그만큼 부정확한 것이 많다는 것도 같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있지만, 정보에 대해서라면 이 말이 꼭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정보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정확할수록 좋다. 아니, 정확한 정보만 좋다. 정보는 왜 필요한가. 판단과 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부정확한 정보는 부정확한 선택과 판단을 하게 하기 때문에 나쁘다. 잘못된 정보에 의지해서 A형 혈액형이 아닌 사람에게 A형 피를 수혈한다고 생각해 보라.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정확하기만 하다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어떨까. 우리는 은연중에 많은 정보들이 선택과 결정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많아지면 부정확한 것이 포함되기 쉽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부정확하지 않더라도 정보가 너무 많으면 결정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설이 있다. 대형 마트에 딸기잼을 각기 다르게 진열해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를 관찰한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6가지 잼만 진열한 경우 소비자의 30%가 구매했지만, 더 많이 24가지 잼을 진열했을 때는 단지 3%만이 구매했다고 한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소비자들은 오히려 선택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정보의 과잉은 선택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한다.
너무 많은 정보들은, 특히 인터넷과 같이 정보들 사이의 중요도가 가늠되지 않을 때는 더욱, 선택을 지연시키거나 포기하게 한다. 또한 정보들 간의 간섭과 보완과 안배를 통해 특성이라곤 없는, 그러니까 하나 마나한 판단을 하게 할 수도 있고, 더 나쁜 결정을 하게 할 수도 있다. 한국 축구팀을 맡은 히딩크나 슈틸리케 감독이 의외의 선수들을 발탁하여 성공한 반면 한국인 감독들이 대개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개인의 능력 문제가 없지 않겠으나 너무 많은 정보들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감독들에게는 너무 많은 정보들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 아닐까. 너무 많은 정보들이 분별력을 빼앗아 버린 것은 아닐까. 너무 많은 정보들에는 학연이나 친분 같은 불필요하고 부정적인 것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와 중요한 정보, 오래된 정보와 최근의 정보, 합리적인 정보와 비합리적인 정보 등이 섞인다. 그렇게 되면 정보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정보들은 선택과 판단을 위한 자료, 그야말로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 정보들이 곧바로 선택과 결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들이 곧바로 선택과 결정으로 이어진다면 다다익선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정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들을 해석하는 사람이 그 정보들을 참조해서 선택하고 결정한다. 결정은 정보가 아니라 사람이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들, 쓸데없이 많은 데이터들, 각기 다른 이론들, 다양한 방법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은 6개 잼이 진열된 마트가 아니라 24개, 48개, 120개의 잼이 진열된 마트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는 너무 많은 상품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넋 나간 소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보보다 더 영리해야 한다.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주 많은 정보들이 아니라 몇 개의 정확한 정보다. 그리고 사용자로서의 인식이다. 우리가 유저다. 정보들이 우리를 사용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정보를 사용해야 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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