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우의 어떤 생각] (7) 너무 많은 정보들

    입력 : 2015.04.17 14: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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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상문학상과 이효석문학상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나를 소개하는 글에 간혹 이 상들을 받았다는 문장이 적히곤 한다. 대개는 문제가 될 일이 없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가령 몇 년 전 어떤 문학상 수상 작품집 초판의 표지에 이 같은 내용이 표기되어 인쇄한 책을 전부 폐기해야 했다. 다행히 서점에 배포되기 전에 발견하여 독자들 손에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출판사는 꽤 손해를 보았을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사정을 알아보니 어떤 인터넷 서점의 작가 소개란에 잘못된 인물 정보가 나와 있었다. 그걸 믿고 그대로 받아 적었다는 것이다. 거기만 그런 것이 아니다. 혹시 하고 찾아보았는데, 한국의 대표적인 두 포털 사이트에 나는 버젓이 2003년에 이효석문학상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궁금해서 검색해 보니 그해 이효석문학상은 윤대녕의 <찔레꽃 기념관>이 받았고, 내 소설은 추천우수작으로 들어가 있었다. 아마 이상문학상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는 것도 그런 식의 오해에 의해 이루어진 모양이라고 추측할 수 있었다. 더 우스운 것은 한 포털 사이트 인물란에 내 혈액형이 A형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그 정보가 왜 필요한지, 어떤 경로로 수집되어 적혀 있는지 알 수 없거니와 무엇보다 그것 역시 틀린 정보다. 내 혈액형은 A형이 아니다. 다른 사이트에는 현재 내가 학과장이라고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7년쯤 전에 학과장직을 맡은 적은 있다. 오래 전 일이다. 내가 쓰지 않은 책이 내 저서로 소개되어 있는 것도 보았다. 오류투성이다. 이것이 아주 예외적인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유독 내 정보만 잘못되어 있을 이유가 없지 않는가. 한 포털 사이트에 자기 프로필을 수정하는 시스템이 있어서 접근을 했는데, 그 과정이 보통 까다롭지 않았다. 몇 번 시도했지만, 컴퓨터를 다루는 내 실력이 문제인지 모르겠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시간이 걸리고 짜증만 나서 결국 포기했다. 그래서 아직도 나는 이효석문학상을 2003년에 받았고 A형 혈액형이며 현재 학과장이라고 인터넷에 소개되어 있다.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다. 우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쉽게 우리가 필요로 하는 여러 정보들을 찾아내고 활용한다. 인터넷이 편리하고 유익하다는 걸 누가 부정하겠는가. 그러나 그만큼 부정확한 것이 많다는 것도 같이 인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다익선이라는 말이 있지만, 정보에 대해서라면 이 말이 꼭 맞는 것 같지는 않다. 정보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정확할수록 좋다. 아니, 정확한 정보만 좋다. 정보는 왜 필요한가. 판단과 결정을 하기 위해서다. 부정확한 정보는 부정확한 선택과 판단을 하게 하기 때문에 나쁘다. 잘못된 정보에 의지해서 A형 혈액형이 아닌 사람에게 A형 피를 수혈한다고 생각해 보라. 결과가 어떻게 되겠는가.

    정확하기만 하다면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은 어떨까. 우리는 은연중에 많은 정보들이 선택과 결정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많아지면 부정확한 것이 포함되기 쉽다는 말은 할 필요가 없다. 부정확하지 않더라도 정보가 너무 많으면 결정하기가 더 어려워진다는 설이 있다. 대형 마트에 딸기잼을 각기 다르게 진열해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를 관찰한 연구팀의 보고에 의하면 6가지 잼만 진열한 경우 소비자의 30%가 구매했지만, 더 많이 24가지 잼을 진열했을 때는 단지 3%만이 구매했다고 한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졌을 때 소비자들은 오히려 선택을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많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정보의 과잉은 선택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하지 못하게 한다.

    너무 많은 정보들은, 특히 인터넷과 같이 정보들 사이의 중요도가 가늠되지 않을 때는 더욱, 선택을 지연시키거나 포기하게 한다. 또한 정보들 간의 간섭과 보완과 안배를 통해 특성이라곤 없는, 그러니까 하나 마나한 판단을 하게 할 수도 있고, 더 나쁜 결정을 하게 할 수도 있다. 한국 축구팀을 맡은 히딩크나 슈틸리케 감독이 의외의 선수들을 발탁하여 성공한 반면 한국인 감독들이 대개 그렇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개인의 능력 문제가 없지 않겠으나 너무 많은 정보들의 부작용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감독들에게는 너무 많은 정보들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 아닐까. 너무 많은 정보들이 분별력을 빼앗아 버린 것은 아닐까. 너무 많은 정보들에는 학연이나 친분 같은 불필요하고 부정적인 것들이 포함된다. 그리고 중요하지 않은 정보와 중요한 정보, 오래된 정보와 최근의 정보, 합리적인 정보와 비합리적인 정보 등이 섞인다. 그렇게 되면 정보를 사용하기가 쉽지 않게 된다.

    정보들은 선택과 판단을 위한 자료, 그야말로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 정보들이 곧바로 선택과 결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정보들이 곧바로 선택과 결정으로 이어진다면 다다익선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다. 정보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들을 해석하는 사람이 그 정보들을 참조해서 선택하고 결정한다. 결정은 정보가 아니라 사람이 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정보들, 쓸데없이 많은 데이터들, 각기 다른 이론들, 다양한 방법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인터넷은 6개 잼이 진열된 마트가 아니라 24개, 48개, 120개의 잼이 진열된 마트다. 인터넷을 이용하는 우리는 너무 많은 상품들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넋 나간 소비자가 되지 않기 위해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보보다 더 영리해야 한다.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아주 많은 정보들이 아니라 몇 개의 정확한 정보다. 그리고 사용자로서의 인식이다. 우리가 유저다. 정보들이 우리를 사용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정보를 사용해야 한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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