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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건강검진 리스트
입력 : 2015.04.03 15: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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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기관별 경쟁력 천차만별 전문의 없는 건강검진시설 多 국내 건강검진 시장은 크게 국가주도로 진행되는 공공 건강검진과 자기부담금을 통해 검사받는 민간 건강검진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건강검진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시행하는 국가 건강검진이다. 국가 건강검진은 1980년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건강진단을 그 시작점으로 볼 때 3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다.
국가 건강검진 항목은 크게 일반 건강검진, 암 검진,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영유아 건강검진 등으로 나뉜다.
보통 2년에 1번씩 진행되는 일반 건강검진은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세대주, 그리고 40세 이상 직장 피부양자와 지역 가구원이 자기부담금 없이 받을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국가 건강검진 수검률은 72%를 넘어섰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하지만 한계점도 많이 드러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급격하게 늘어난 건강검진 기관수에 비해 질적인 관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검진기관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질적인 경쟁 대신 할인과 덤핑을 통해 박리다매 영업에 나서는 부실 검진기관도 상당수다. 심한 경우 의사 없이 진단과 소견을 내는 기관이 버젓이 영업을 하며 건강검진의 신뢰도를 추락시키는 경우도 있다.
출장 검진기관에서 근무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의사는 “출장 검진버스에 탑재되는 엑스선 장비는 일정한 검사기준만 통과하면 사용연한에 관계없이 사용가능하다”며 “25년 전 노후 엑스레이 모델을 중고로 구입해 출장검진을 하는 기관이었는데 이미지가 흐려 정확한 소견을 내기 힘들었고 오진도 종종 있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다른 병원에서 사용한 후 폐기 처분한 엑스레이 장비를 보수해 출장검진에 이용하는 검진기관도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온다.
대학병원의 한 전문의는 “대학병원에서 사용하는 20억원이 넘는 선명한 최신식 CT에 비해 15년이 지난 3억원대 CT는 오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대부분 다시 찍는다”며 “영세한 검진기관에서 기계로 이상 판정을 받은 수검자가 대학병원을 찾아올 경우 참고만 할 뿐 결과를 신뢰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 종합건강검진 관련 소비자 피해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측은 이에 대해 “최신 의료기기의 정확도와 의료진의 진료 수준이 향상됨에도 소비자 피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은 최근 건강검진 수요 및 검진센터 증가 등 시장 확대의 결과로 보인다”며 “2010년 1월부터 2013년 10월까지 접수된 피해 구제 108건을 분석한 결과 특히 오진과 진단 지연에 관련한 피해가 64.8%로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건보공단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향후 부실하거나 법이나 규정을 어긴 검진기관에 대해서는 환수는 물론 지정 취소나 업무정지 등 제재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며 “건강검진 기관을 평가한 결과를 인터넷을 통해 공개해 국민의 알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상소견을 받은 A씨는 검진을 받은 기관에 수차례 전화해 상세한 진단과 구체적인 사후관리 방법을 듣고자 했다.
그러나 수차례 시도한 전화연결은 불발됐고 겨우 연결되었지만 안내원은 담당자가 부재해 상담이 어렵다며 인터넷 검색을 추천했다.
사후관리 부실도 국가 건강검진 제도의 문제점으로 꼽힌다. 건강검진기관이 늘어나며 2차 관리나 치료보다 검진에만 초점을 맞춘 곳이 늘어나 질환의 조기발견과 치료라는 건강검진의 목적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상 소견을 받아들고 검진을 받은 기관을 통해 상세한 소견과 생활관리 등에 관한 조언을 받을 수 없는 곳이 다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1년 건강검진 수검률은 72.6%에 달했지만 사후 관리율은 2012년 21.6%로 저조했다. 이상소견을 받아 추가진료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통보받더라도 병원에 방문하는 수검자가 그만큼 적다는 것이다.
조비룡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생애전환기 검진에서 생활습관 상담을 제외하면 일반건강검진을 통한 예방접종, 금연, 절주, 영양 및 운동 등 1차 예방과 관련된 보건서비스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대학병원 의사는 “생활습관이나 식습관을 통해 발현·악화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사의 지속적인 개입이 필요하지만 현재 검진에만 초점을 맞춘 부실 검진기관들은 일회성 수익사업에 치중해 효용성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장규모 1조5000억원 ‘비싼’ 민간 건강검진 뜨는 이유는? 민간 건강검진은 1990년대 들어 대형 종합병원을 중심으로 고급화된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경쟁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환자 본인 부담으로 이뤄지는 민간 건강검진은 주로 의료기관의 전문건강관리센터에서 이뤄지며 국가 건강검진과 같은 이차예방 전력의 성격보다는 건강문제에 대한 ‘정밀검사와 건강관리’로서의 성격이 더 강하다.
민간 건강검진 시장은 철저히 사적 영역에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많은 의료기관에서 운영하고 있는 건강검진센터는 의료법에 적용을 받지 않는다.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지만 어떤 단체나 국가기관에서도 정확하게 현황 파악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대한건강관리학회는 민간 검진시장을 최소 연 1조5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 검진사업 예산인 1조1763억원을 훌쩍 넘은 수치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보기 힘들 정도로 국가 검진이 활발하게 갖춰진 환경에서 자비로 부담하는 민간 검진시장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렇듯 민간 검진시장의 확대는 높아진 건강에 대한 관심과 ‘친절한 사후관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최승완 팀장은 “민간 건강검진 수검자들 중에서 온전히 병을 발견하기 위해 받는 사람은 없다”며 “상세한 설명과 사후관리는 물론 나아가 생활습관과 식단 개선 등을 통한 건강관리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민간 건강검진은 국가 건강검진에 비해 가격이 높은 편이다. 기본검진의 경우 30만원대부터 시작하지만 100만원대 프로그램이 각 검진센터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다. 숙박과 식사 등이 포함된 패키지 상품을 통해 2~3일 동안 심층적인 검진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의 경우 금액이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높은 가격 때문에 민간 건강검진은 ‘가진 자들을 위한 리그’라는 비판도 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변했다. 몇몇 대학병원들이 1990년대 중반부터 병원들의 수익사업 분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며 중소병원은 물론 개원 의사들까지 검진센터를 열어 시장이 치열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면서 가격도 점차 대중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자살률·스트레스 지수 높은 대한민국 정신건강 테스트 민간 검진시장의 블루칩 민간 검진시장이 발달과 함께 정신건강검진 분야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스트레스지수가 높은 현대인에게 정신건강에 대한 검진과 사후대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최승완 팀장은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주요 사망원인의 4번째로 자리하고 있어 각 검진센터들도 이러한 사실에 착안해 정신건강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국가 건강검진의 경우 직장 등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이 항목에 대한 검진이 정서상 쉽지 않아 민간 검진 영역에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북삼성병원이 국내 최초로 검진 항목에 정신건강 개념을 도입한 데 이어, 강남세브란스병원도 정신건강을 검진에 도입해 마인드프리즘과 협약을 하고 전문적인 정신건강 검진프로그램 서비스로 ‘내마음보고서’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경희의료원도 최근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정신건강 검진프로그램 운영을 준비 중이다.
검사 결과는 부모가 자녀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심리 건강상태를 이해하는 데에 크게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청소년 스스로도 자기 이해가 깊고 넓어져 진로 설계에 소중하고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청춘일 때 지키자 | 20~30대 평소 건강한 청년층에게는 기본 종합검진을 압축해 건강을 체크할 수 있는 검진이 필요하다.
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고, A형간염이나 B형간염에 대한 면역을 확인하여 예방접종을 권유하는 시기. 여성은 자궁경부암 검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만성 간염(B형, C형)이나 간 경변이 있는 사람에서는 30대부터 간암에 대한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이제는 우리가 조심해야 할 시간 | 40대 위장질환이 가장 흔한 나이로 위내시경이나 위장조영술을 기본으로 받아야 한다. 40대 남성들은 간질환 검사를 자세히 받는 것이 좋다. 20대에 시작한 음주가 신체에 서서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또 심장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므로 심장질환 검사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기침, 가래의 증상이 있거나 쉽게 숨이 차는 경우, 흡연을 하는 경우에는 폐에 문제가 있는지 이에 대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여성은 유방암의 조기 발견을 위해 매년 유방검사를 시작하길 권장하는 시기이다. 이 밖에 위암 조기검진을 시작해야 한다.
뇌혈관·골다공증 주의해야 | 50대 이 시점부터는 뇌혈관계 질환 발생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또 직장암, 대장암 발생도 50대 이후에 많아지므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꼭 받아야 한다. 폐경을 맞은 여성은 골다공증의 위험이 있으므로 골밀도 검사를 받아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장암 검진도 50대부터는 시작하는 것이 좋다.
낙엽도 조심하자 | 60대 60대에는 퇴행성 질환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데 심장, 경동맥 초음파검사, 골밀도 검사, 청력검사, 노인성 안질환 검사가 필요하다. 치아 손실, 치주염이 많이 발생하는 때이므로 치과 검진도 챙겨야 한다. 기억력 저하를 느끼면 치매 검사를 받아 인지기능을 조기에 진단 받을 필요가 있다. 60대 중반의 여성은 특히 골다공증 검사(고위험군은 50세부터 검사)가 필요하며 시력검사, 청력검사도 권장되는 시기다.
[서종열·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5호(2015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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