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문제로 재혼 망설여진다고요?…혼전계약서부터 챙기세요

    입력 : 2015.02.06 17: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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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필자의 사무실에 한 청년이 찾아왔다. 아주 귀티가 나게 생긴 미남 청년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청년이 중견기업의 2세라는 점이었다.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궁금했다. 그 청년은 혼전계약서 작성에 대해서 자문을 받으러 온 것이다. 청년의 사정은 이랬다. 청년은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 집안의 2세고 사랑하는 여자가 생겨서 결혼을 약속했다. 신부가 될 집안은 남편에 비해 평범했다. 처음에는 남자쪽 부모의 반대가 심했지만 남자는 부모에게 결혼을 허락해 달라고 했다. 그런데 남자의 부모가 아들의 결혼을 동의하는데 하나의 조건이 있었다. 바로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라는 것이다. 청년의 부모의 생각은 이랬다. 요즘 워낙 이혼을 많이 하다 보니 만약 아들부부가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천문학적인 위자료와 재산분할 액수가 걱정이 된 모양이다. 이혼을 하게 될 경우 최대 50%까지 재산분할로 며느리에게 줄 수 있다고 하니 그 생각을 하면 도저히 불안해서 그냥 결혼을 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떤 내용으로 혼전계약서 작성을 원하는지 필자가 그 청년에게 질문했다.

    대답인 즉슨 “이혼을 하게 되어도 아내가 재산을 하나도 가져갈 수 없게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다. 청년의 부모가 그렇게 원한다는 것이다.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들었는지 혼전계약서만 작성하면 이혼을 하더라도 재산을 지킬 수 있다고 안 것이다.



    ‘외도 시 500만달러 별거 시 150만달러’ 유명인의 필수문서 혼전계약서 결혼 못지않게 이혼도 많은 미국의 경우 혼전계약서(Pre-nuptial Agreements)가 널리 이용되고 있다. 초혼의 경우에도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큰 거부감이 없는 것이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혼전계약서 작성 소식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영화 <원초적 본능>으로 유명한 마이클 더글라스와 캐서린 제타 존스의 경우 결혼 조건으로 캐서린 제타 존스는 결혼일에 2000만달러를 받고 남편이 외도할 경우 500만달러, 별거하기로 결정한 경우에도 매년 150만달러를 받는다고 계약했다고 한다. 미국 부자들이 혼전계약서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혼을 대비하기 위해서다. 수백억대의 자산가도 이혼을 하게 되면 그 절반가량을 부인에게 주어야 하는데 만약 결혼과 이혼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자산가의 상당수 재산이 이혼 위자료나 재산분할로 없어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혼 특히 재혼의 경우 혼전계약서를 많이 작성하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의 제왕 소로스는 부인과 이혼을 하면서 재산분할로 8000만달러를 주고 합의했다. 반면 GE의 전 회장인 잭 웰치는 부인에게 무려 1억8000만달러를 재산분할로 지급했다고 한다. 웰치보다 훨씬 부자이고 결혼 생활 기간도 긴 소로스가 웰치보다 적은 금액을 지급한 이유는 바로 혼전계약서를 유리하게 작성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는 혼전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이혼할 때 재산의 50%씩 나누어야 한다. 하지만 혼전계약서를 미리 작성한 경우 계약서에 근거해서 재산을 나누게 된다.



    재산분쟁 방지 장치! 불공정성 검토해야 우리 민법에도 혼전계약서에 관한 유사한 조항이 있다. ‘부부재산계약’이 혼전계약과 유사한 개념이다. ‘부부재산계약’이란 혼인 성립 전에 부부가 혼인 중의 재산에 관하여 하는 계약을 말한다(민법 제82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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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인 전의 재산에 관하여 약정을 한 경우에는 혼인 중 이를 변경하지 못한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한하여 법원의 허가를 얻어 변경할 수 있다(민법 제829조 1항, 2항). 부부재산계약은 당사자 간에 자유롭게 체결할 수 있고 혼인신고 전에 등기부에 등기하면 부부의 승계인이나 제3자에게 대항할 수도 있다(제829조 4항). 혼전계약서도 원칙적으로는 당사자 사이에 자발적인 계약이므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효력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재산에 관한 내용 외에도 결혼 생활 중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 가령 스킨십이나 가사 분배, 자녀 양육 등 부부 사이에 필요한 여러 내용을 자유롭게 넣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이 현저히 불공정하거나 강압에 의하여 작성된 경우에는 전부나 일부분이 무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자문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결혼 전에 남자가 원래 갖고 있던 재산은 특유재산이고 여자의 기여도가 없으니 그 부분은 이혼을 해도 각자의 재산으로 하여 상대방에게 재산분할로 청구할 수 없고 다만 결혼한 이후에 형성되거나 증가된 재산에 한하여 5대 5로 분할하는 것으로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최근 혼전계약서 작성이 일부 부유층과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이혼을 한 유명인의 경우 남편이 상당한 재력가 집안인데 막상 이혼을 할 때 여자가 위자료와 재산분할을 거의 받지 못하고 이혼을 했다고 한다. 왜 그 아내의 경우 다른 사람들같이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많이 받지 못했을까?

    아마도 혼전계약서가 힘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 부부의 경우 이미 혼인 전에 혼전계약서를 작성하였을 것이고 이혼을 하게 되자 여자는 그 계약서에 의한 금액만을 지급받고 사건을 조용히 해결한 것으로 추측한다. 혼전계약서나 부부재산 약정 내용에 어떠한 내용이 들어가도 모두 유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이 되는 경우에는 무효가 될 수 있다. 예컨대 이중결혼을 인정하는 내용이나 폭행이나 외도를 용인하는 내용이나 헌법과 법률상의 권리를 억압하는 내용은 무효가 될 수 있다. 사기나 강박 또는 착오의 경우에는 그 계약을 취소할 수도 있다. 계약서 작성은 가급적 변호사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전문가는 남편이나 아내의 중립적인 위치를 가진 사람이어야 하고 각각 전문가의 자문을 받는 것이 더 좋다. 계약서 작성은 공증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나 유의할 것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해서 나중에 분쟁이 생긴 경우 계약서 내용대로 100% 효력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고 법원에서 중요한 참고자료 정도로 인정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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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철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3호(2015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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