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업 집단 보유주식 평가…아모레퍼시픽·부영 10대 그룹 추월

    입력 : 2015.01.08 1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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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5조3424억7053만1289원! 대한민국 재계를 이끄는 재벌그룹 오너 일가들의 보유주식 평가액을 모두 더한 가격은 무려 100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40대 그룹 오너 일가를 대상으로 보유주식 평가 총액의 절반이 10대 그룹에 집중됐다.

    매일경제 은 재무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함께 새해를 맞아 대한민국 경제계를 움직이는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들의 보유주식 평가액을 조사했다. 지난해 9월 30일 대기업집단(공정거래위원회 선정 대기업집단) 오너 일가들이 보유한 주식을 기준으로 11월 28일 시장가격을 주식에 반영했다. 그 결과 40대 그룹 오너 일가는 무려 95조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10대 그룹 오너 일가들이 40대 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전체 주식평가액 중 절반이 넘는 55조원의 주식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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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그룹 주식평가액 55조원에 달해 40대 그룹 오너 일가 중 보유주식 평가액이 가장 많은 곳은 당연히 국내 최대그룹인 삼성그룹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는 약 25조7636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주식보유 서열에서도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역시 당연히 1위와 2위를 차지했다. 개인 주식보유 서열 3위는 한류 바람으로 사세가 급격히 커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다. 서경배 회장 일가는 총 7조3252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높은 아모레퍼시픽의 제품들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설화수를 비롯해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들이 글로벌 명품 대접을 받고 있어 앞으로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유통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2위의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 역시 보유주식 평가액이 10조원을 훨씬 넘고 있다. 한전사옥 매입으로 그룹 주력사의 주가가 대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몽구 회장의 지분이 6조원에 육박하는 5조9772억원의 보유주식평가액을 기록했다. 정 회장의 현대차 지분은 2조원을 넘었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의 지분가치도 각각 1조원을 넘었다.

    정의선 부회장 역시 보유주식이 4조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정 부회장은 3조원이 넘는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군소지분을 포함하면 3조9466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실적 호조로 재계서열 3위 SK와 4위인 LG그룹의 주식평가액 차이는 2조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하이닉스 인수 이후 서프라이즈한 실적을 기록한 덕분에 SK그룹의 주가가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4조2412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SK그룹 오너 일가의 보유주식평가액은 5조8035억원에 달했다.

    최근 가수 박진영 씨가 소유하고 있던 청담동 JYP 빌딩을 매입한 최 회장의 동생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도 보유주식평가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LG그룹에서 보유주식평가액이 1조원을 넘는 이는 구본무 회장뿐이었다. 구 회장은 1조2526억원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주력사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다만 동생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9000억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조만간 1조원대 돌파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일가는 4조571억원의 주식을 가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룹 주력사인 롯데쇼핑의 주가가 약세를 보여 평가액이 위축됐지만 그룹 주식 평가액에선 LG그룹을 훨씬 추월했다. LG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 보유액은 3조7290억원으로 집계됐다.

    허창구 GS그룹 회장 일가의 주식 보유액은 2조5349억원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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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실 있는 중견그룹의 무서운 상승세 40대 그룹 오너 일가들의 보유주식 평가총액을 규모별로 살펴보면 중견그룹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오너 일가의 보유주식 평가액을 기준으로 40대 그룹 순위를 살펴보면 1위 삼성과 2위 현대차그룹에 이어 재계서열 30위권의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주식평가 서열에선 당당히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돌풍을 일으킨 아모레퍼시픽그룹에 이어 한국타이어그룹 역시 오너 일가 보유주식 평가 총액 순위에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조양래 회장이 이끄는 한국타이어그룹은 2조8527억원 규모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신세계그룹 오너 일가 역시 보유주식 총액 순위에서 8위에 올랐다. 이명희 회장 일가는 총 2조6468억원의 주식을 갖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유주식 총액 순위에서 9위에 이름을 올린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일가다. 부영은 상장회사가 없어 장부가를 기준으로 산정한 평가액이다. 실제 상장을 한다면 순위는 훨씬 올라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개발 및 임대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부영그룹은 풍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매년 막대한 규모의 임대수입을 얻고 있어 재계에서 알짜그룹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보유주식평가 총액 20위권을 살펴보면 중견그룹의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진다. 나름 주력업종을 확고히 유지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KCC그룹을 비롯해 교보생명그룹과 태광그룹, 영풍그룹 등이다. 이들 그룹은 자산규모로만 보면 모두 20위권 밖에 있지만 보유주식 가액은 이보다 높게 평가되고 있다.

    건축자재 제조 및 건설업을 영위하는 KCC그룹은 몇 년 새 현대그룹이나 삼성그룹 등에 굵직굵직한 지분투자를 하고 나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 집안인 현대중공업에 3000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수혈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정몽진 회장이 이끄는 KCC그룹 오너 일가는 2조3053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개국 이래 최대 규모라는 우리은행 인수전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교보생명그룹은 2조원의 보유주식평가액을 기록한 신창재 회장의 단독플레이를 바탕으로 보유주식평가 총액 순위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도 식품·엔터테인먼트를 영위하는 CJ그룹과 현대백화점그룹, LS그룹 등이 2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한 재계 관계자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대기업들마저 매출에 부담을 느끼는 상황에서 확실한 자기 분야를 보유하고 있는 중견그룹들의 상승세는 당연한 현상”이라며 “중견그룹들이 뚜렷한 전문업종을 기반으로 사업규모를 키워나가고 있어 재계 서열 다툼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업종의 추락으로 그룹의 사세가 기우는 곳도 보인다. 한때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건설업과 조선업종 등이 대표적이다. 철강업계의 동국제강은 보유주식 총액 순위에서 한솔과 함께 뒷자리를 차지했다. 조선업과 건설업의 경기가 어려워지고 있어 철강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동국제강 오너 일가들의 보유주식 가치가 줄어들었다.

    금융권과 재무구조 약정을 맺은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진그룹, 현대그룹 역시 하위권에 맴돌았다. 그룹 내 내홍과 건설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보유주식평가 총액순위에서 30위를 기록했다. 오너 리스크로 비상시기를 맞은 한진그룹은 오너 일가가 5591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재기에 나선 현대그룹 역시 계열사를 하나둘 떠나보내면서 오너 일가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2769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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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이중근 회장 보유주식평가 TOP 10 진입 개인별 보유주식 평가액 순위에도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범삼성 일가들이 10위권 내에 속속 진입한 반면, 과거 막대한 보유주식평가액을 자랑했던 일부 오너들은 속절없이 줄어드는 보유주식평가액에 가슴을 쳐야 했다.

    40대 그룹 오너 일가의 개인별 보유주식 평가액 순위를 살펴보면 먼저 범삼성가의 약진이 눈에 띈다.

    그렇지만 개인별 보유주식 총액 순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역시 3위에 이름을 올린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이다. 서경배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6조7910억원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역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근 회장은 알짜배기 비상장사들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재계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순위를 넓혀 20위권을 살펴보면 신창재(11위) 교보생명 회장과 박현주(13위)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시선을 모은다. 롯데와 신세계 오너들이 포진한 11~20위권 사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낸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재계서열 20~40위권에 머물렀던 중견그룹들이 전문화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기 침체기에도 높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계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이런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고, 바로 보유주식 평가액을 높여주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현대·삼성·럭키금성(현 LG)으로 일컬어지는 대표 재벌가의 보유주식 평가액도 54조5024억원에 달했다. 특히 삼성, 신세계, CJ, 한솔 등 범삼성가 4개 그룹 오너 일가의 주식보유 평가액을 모두 합하면 30조원을 넘는다.

    40대 그룹에 7개 그룹이 속해 있는 범현대가 역시 16조원이 넘는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범LG가 역시 LG와 GS, LS그룹의 보유주식 평가액을 모두 합하면 7조6378억원에 달한다.

    [서종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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