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의 새로운 시도…2015년 新쇼핑법, 지금은 옴니채널 시대

    입력 : 2015.01.08 15:07:34

  • 사진설명
    을미년 유통업계의 화두는 ‘옴니채널(Omnichannel)’이다. 모바일과 인터넷이 일상화되며 다양한 경로로 상품 구매가 가능해지자 더 이상 매장만으로 유통을 장악하기 어려워졌다. 자연스레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모색하게 됐고, 그 해답으로 옴니채널이 등장했다. ‘모든 것, 모든 방식’ 등을 뜻하는 접두사 옴니(Omni)와 유통경로를 뜻하는 채널(Channel)이 합쳐진 옴니채널은 쉽게 말해 ‘모든 채널을 총동원한다’는 의미의 쇼핑 체계다. 국내에서 롯데백화점의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 무역회사에서 해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성민 과장(41세)은 지난 12월 초 결혼기념일을 맞아 아내에게 코트를 선물했다. 밀린 업무 탓에 쇼핑은 꿈도 못 꾸던 그가 선택한 채널은 인터넷. 점심시간에 잠시 롯데닷컴에 접속한 김 과장은 우선 선물을 고른 후 제공받은 쿠폰을 사용해 가격을 할인(15%) 받았다. 선물이 집으로 배달되면 기념일에 흥이 반감된다는 생각에 스마트픽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하고 픽업 날짜는 결혼기념일, 픽업 장소는 예약한 레스토랑과 가까운 롯데백화점 본점을 택했다. 약속한 날에 아내와 백화점 앞에서 만난 김 과장은 은근히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백화점 1층에 자리한 픽업 데스크에서 선물을 찾아 아내에게 직접 입혀준 후 결제를 마치자 아내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 시중 은행 서울 명동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선영 씨(30세)는 근처 롯데백화점 본점 지하 푸드코트에서 종종 점심식사를 해결하곤 한다. 서빙이 빠르고 청결한 데다 맛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오로지 식사만 하고 종종걸음으로 다시 발걸음을 돌리던 그녀는 최근 백화점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롯데백화점 스마트쿠폰북’ 앱을 다운로드 받은 후 생긴 버릇이다. 우선 백화점에 들어서면 곳곳에 설치된 비콘(블루투스를 이용해 스마트폰과 통신하는 무선장치) 덕분에 스마트폰에 백화점 내 위치가 표시된다. 가고자 하는 곳을 입력하면 내비게이션처럼 길 안내를 해주고 종종 백화점 내 행사 정보와 사은행사, 이벤트 등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김씨가 주로 이용하는 기능은 사은행사와 각 매장의 할인쿠폰이다. 이동하는 동선과 가까운 매장의 할인쿠폰이 스마트폰에 전달되면, 마침 필요한 제품일 경우 바로 구입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중순에는 스탬프 행사에 참가해 공짜로 립밤을 얻기도 했다. 앱에 표시된 서너 곳의 매장을 방문하면 스탬프가 표시돼 사은품을 받을 수 있는 행사였다.

    (위)롯데백화점 스마트쿠폰북 앱, (아래)롯데백화점 본점 1층에 국내 최초로 마련된 ‘픽업데스크’
    (위)롯데백화점 스마트쿠폰북 앱, (아래)롯데백화점 본점 1층에 국내 최초로 마련된 ‘픽업데스크’
    옴니채널 서비스 선도하는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이 ‘옴니채널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가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채널을 넘나들자 옴니채널 서비스로 고객의 편의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멀티채널이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 쇼핑몰, 모바일 등 여러 채널로 각각의 매출과 이익을 내는 데 집중했다면, 옴니채널은 인터넷·모바일·백화점·마트 등 독립적으로 운영되던 채널을 유기적으로 결합,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쇼핑을 즐길 수 있도록 상호 보완하는 체계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과 아웃렛 등 오프라인 매장과 더불어 인터넷몰이나 모바일을 함께 이용하는, 이른바 ‘옴니채널 쇼퍼(Omni Channel Shopper)’가 미래의 핵심 고객”이라며 “지난해 5월 자체 분석한 결과 롯데백화점 이용 고객 중 55%가 백화점과 아웃렛 같은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모바일을 동시에 이용하는 옴니채널 쇼퍼였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은 이들 옴니채널 쇼퍼를 위해 2013년 8월 TF팀을 구성, 다양한 프로젝트와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그 결과 지난해 상반기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우선 지난해 4월 지류DM(광고인쇄물)을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쿠폰북’ 앱을 선보였다. 이 앱을 다운로드 받은 고객은 백화점 행사와 이벤트 등의 정보를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출시된 지 8개월 만에 다운로드 수가 약 140만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같은 시기에 국내 최초로 선보인 ‘위치 기반 정보제공 서비스’는 고객의 위치에 따라 스마트폰으로 쇼핑 정보가 배달된다. ‘롯데백화점’ 앱을 다운로드 받은 고객이 백화점과 아웃렛에 들어서면 위치에 따라 주변 매장의 상품정보, 사은행사, 할인쿠폰 등이 스마트폰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지난해 4월 본점을 시작으로 5월 이천 롯데 프리미엄 아웃렛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사진설명
    특히 지난 11월 28일 업계 최초로 소공동 본점에 도입한 ‘스마트 비콘 서비스’는 백화점 내에 설치된 비콘과 고객의 스마트폰을 블루투스로 연결하여, 고객이 원하는 매장을 찾을 수 있는 길 안내가 가능해졌다. 2010년 롯데백화점이 롯데닷컴과 연계해 인터넷과 모바일로 주문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품을 찾아갈 수 있게 구축한 ‘스마트픽(Smart Pick)’ 서비스는 ‘픽업 데스크’를 운영하며 업그레이드됐다.

    지난해 11월 11일부터 롯데백화점 본점 1층에 마련된 ‘롯데 온라인 픽업서비스 전용 데스크’(픽업 데스크)는 스마트픽 서비스를 이용할 때 구매 브랜드 매장까지 갈 필요 없이 픽업 데스크를 방문하면 상품 수령이 가능하다. 국내 최초로 시도된 픽업 데스크는 롯데닷컴의 스마트픽 사이트나 앱에서 주문하고 픽업 날짜를 설정한 후 결제하면 롯데백화점에서 상품을 준비하는 방식이다. 이곳에선 스마트픽 서비스 외에도 다양한 쇼핑 정보가 제공된다. 온라인 베스트 판매 상품을 진열한 ‘베스트 픽업 상품존’, QR코드로 인기 상품을 확인하고 즉시 구매할 수 있는 ‘QR스토어’, 아이패드로 상품을 검색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아이패드 존’ 등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픽업 어드바이저’가 상주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상품에 대한 수선과 스타일링 등의 상담도 가능하다. 롯데백화점은 내년 3월까지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대한 스마트픽 서비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본점 인근 을지로입구역과 MVG주차장에서 운영되고 있는 ‘픽업로커’에 대한 고객의 반응도 뜨겁다. 픽업로커는 백화점 영업시간에만 운영되는 픽업 데스크와 달리 24시간 열 예정으로,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상품을 찾아갈 수 있다.

    롯데백화점 이완신 마케팅부문장은 “롯데백화점은 지난 2년간 TF팀을 운영해 옴니채널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014년 8월부터 옴니채널팀을 정식으로 신설해 본격적으로 옴니채널 서비스를 개발 및 시범 운영하고 있다”며 “롯데닷컴과 함께 선보인 픽업 데스크를 시작으로 앞으로 롯데그룹의 모든 계열사와 협력해 다양한 유통채널을 활용한 편리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Mini INTERVIEW 옴니채널 서비스 기획 국내 최초 이유 있어 문종성 롯데백화점 옴니채널 기획담당 매니저
    사진설명
    옴니채널 서비스의 기획 단계가 궁금하다. 그룹 차원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2013년 3월이었다. 회장님께서 롯데그룹의 옴니채널 전략 수립을 지시하셨고 3개월 뒤 5개년 전략이 수립됐다. 당시 백화점의 경영 화두가 ‘옴니채널’과 ‘오십화점’이었다. 오십화점이란. 지금처럼 한 공간에 100가지 상품을 진열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에 따라 핵심 상품을 나열하자는 의미다. 기획 당시 백화점 내에 모바일커머스 담당이란 부서가 조직됐고 현재도 운영 중이다. 내비게이션을 닮은 스마트 비콘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비콘 서비스는 그룹 차원에서 위치 기반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백화점에서 테스트하고 있었다. 고객의 니즈를 직접 확인하고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그룹 과제 확정 전에 진행한 서비스다. 개발 스토리가 궁금하다. 지난 2011년 해외 출장에 나갔다가 살펴보니 온라인 채널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었다. 글로벌 시장 상황에 과연 우리는 어떻게 온라인을 활용하고 매장 매출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우선 외부 업체에 의뢰해 ‘롯데백화점 온라인 비즈니스 전략’이란 컨설팅을 진행했다. 당시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했던 허황돼 보이던 아이디어들이 지금은 현실이 됐다.(웃음) 직접 해외 사례도 분석했을 텐데. 월마트나 메이시스백화점, 세포라의 사례를 직접 확인하고 분석했다. 각자 나름의 스타일로 옴니채널을 실현하고 있었다. 메이시스는 우리의 스마트픽 서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진행 중이고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장품 전문 매장 세포라(Sephora)는 고객의 피부를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추천해주고 있었다. 사실 백화점의 메인 고객은 역시 매장 고객이다. 얼마나 오랫동안 체류하고 즐겁게 쇼핑할 수 있느냐가 우선적인 문제다. 옴니채널 서비스 대상에 해외 지역도 포함되는 건가. 우선 국내부터 차근차근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중국에 5개의 백화점을 운영 중인데, 국내에서 성과가 큰 서비스를 올해 중국에 이식하려고 한다. 우선 스마트쿠폰북 앱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직접적인 성과를 꼽는다면. 우선 본점에 설치된 픽업 데스크를 살펴보면, 설치 이전에는 스마트픽 서비스의 한 달 매출이 35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픽업 데스크가 생기고 매출이 두 배나 뛰었다. 이용 고객도 약 70%나 늘어난 상황이다. 스마트쿠폰북 앱은 다운로드 받은 고객들의 매출신장률이 7%나 뛰었다. 백화점 VIP상위 고객의 이용률은 어떤가. 롯데백화점 상위 20% 고객과 스마트쿠폰북 앱 이용 고객 중 상위 20%를 비교해보면 앱을 다운 받은 분들의 구매율이 더 높다. 앱 이용 고객이 100만명이라고 가정하면 그중 상위 38만명이 롯데백화점 상위 20% 고객이다. VIP고객들이 옴니채널 서비스에 더 민감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올 한 해 계획은. 롯데백화점의 옴니채널 서비스 중 스마트쿠폰북 앱을 대표 서비스로 성장시킬 예정이다. 연간 1000만명의 롯데백화점 고객 중 500만명 이용이 목표다. 스마트 비콘 서비스와 스마트픽 서비스는 롯데백화점 전 지점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롯데백화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