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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Not Toy!…‘아트 토이’ 오해는 풀고 즐기자
입력 : 2015.01.08 14:5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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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예술(Art)이 가미된 장난감(Toy)’ 정도가 된다. 이렇게 되면 개념은 더욱 모호해진다. 일반적으로 아트 토이라고 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피규어와 외형상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디자이너의 예술적 영감이 가미된 일종의 ‘디자이너 토이’라고 부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설명일 듯 싶다.
국내에는 어린 시절 접했던 여러 캐릭터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이 많이 알려져 단순히 ‘어른들의 장난감’이라 불리며 키덜트(Kidult)와 연관검색어 사이가 되었지만 이는 편견에 가깝다. 실제로 장난감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인 성적 묘사나 시대 풍자를 담은 ‘귀엽지 않은’ 작품들도 상당수 있다. 아직 도입 초기의 성장통을 겪고 있는 국내 상황과는 다르게 홍콩, 일본, 유럽 등은 이미 아트 토이가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표현하는 예술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아트 토이에 관심이 생겨 전시회나 디자이너가 운용하는 숍을 찾을 예정이라면 ‘키덜트’라는 단어는 잊고 가는 편이 좋다. 이 단어가 주는 편견에 민감한 작가와 마니아들이 많아 의도치 않게 ‘홀대’받을 수도 있다.
Hands in Factory ALL BABY HORNS
이러한 아트 토이는 피규어나 수많은 캐릭터를 탄생시킨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아트 토이는 1990년대 중반 홍콩에서 시작됐다. 아트 토이에 문외한이라도 마이클 라우(Michael Lau)라는 이름은 들어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는 90년대부터 아티스트 겸 토이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이제는 세계적인 밀리언셀러가 된 아트 토이의 시작점 ‘가드너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대부’의 등장 이후 미국·일본·유럽 등으로 확산됐다. 25년이 채 안 되는 역사를 지녔지만 아트 토이의 확산속도는 상당했다. 국내에는 이제 막 싹을 틔운 상태지만 디자이너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다. 쿨레인, 키도, 듀코비, GFX 같은 전문 아티스트들도 해외에서 더 유명하고 국내에도 제법 알려진 아트 토이 디자이너다. 나이키, 리복 등 세계적 스포츠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 작업으로 유명한 쿨레인은 지난해 5월 열린 아트토이컬처에서 세계적인 축구선수 FC바르셀로나의 이니에스타와 세계 최초로 NBA와 협업해 코비 브라이언트, 르브론 제임스, 케빈 듀란트 등을 재현한 작품을 내놔 관심을 끌었다.
좀비 혹은 갱스터를 연상시키는 남성적인 피규어들을 내놓은 키도(Kiddo·한국이름 강병헌)와 자개를 이용해 고급스러운 아트 토이 작품을 선보인 듀코비(Ducobi·대표 김용기) 역시 호평을 받았다.
베어브릭
장난감에 예술적 영감이 가미됐으니 대량생산된 플라스틱 인형과 가격이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간의 이슈가 되고 있는 수백,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리미티드 에디션은 지극히 일부에 한한다. 프로젝트를 통해 하나의 모양을 정해 두고 여러 디자이너들이 그 위에 디자인해서 내놓는 플랫폼 토이(Platform Toy)나 유명작가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탄생시킨 희소성 있는 작품이 아닌 이상에야 10만원을 넘는 작품은 드물다.
국내에 많이 알려지고 인기가 많은 곰 모양의 베어브릭 시리즈는 7㎝ 크기가 5000∼1만원대 사이다. 국내 아트 토이 전문점을 방문해 보면 대다수 작품들은 1만~3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철저하게 취향문제인지라 아트 토이를 즐기는 방식은 사실상 없다. 기호에 맞게 자신의 취향을 ‘저격’한 작품을 보고 즐기고 구매하면 그만이다. 단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리미티드 에디션’, ‘콜라보’ 등이란 달콤한 단어에 속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왼쪽)kiddo Lord of the Concrete Jungle, (오른쪽)TwelveDot apo frogs
피프티 피프티 (02)543-5965 www.fi-fi.co.kr
에브리데이 몬데이 010-4393-0622 www.everydaymooonday.com
신세계 백화점 ‘베어브릭’ 전시회 본점 2014년 12월 19~28일
인천점 2015년 1월 9~25일
센텀시티점 2015년 2월 6~22일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2호(2015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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