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EO 걷기 프로젝트] 오롯이 나를 위한 여행…제주도 1박 2일

    입력 : 2014.12.19 14:28:16

  • 새별오름
    새별오름
    “하루 종일 일하고 지쳐서 퇴근하면 집에선 옴짝달싹하기가 싫거든요. 몇 시간 앉아 있다 잠들면 다시 해가 뜹니다. 그럼 또 똑같이 하루가 시작되고 저녁이면 또 똑같이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요. 그렇게 1년이 가고 10년이 가고 20년이 가면 집에 내 편은 아무도 없다는 둥, 난 일하는 기계였다는 둥, 뼈 빠지게 일해서 입히고 먹이고 대학 보냈더니 제대로 눈도 안 마주친다는 둥 별의별 소리를 다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세요. 그 10년, 20년 동안 집에 돌아와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있어야 말이지.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제대로 했나, 대화를 제대로 했나. 고달픈 월급쟁이 어쩌고 하지 말고 힘들고 지쳤을 땐 차라리 훌쩍 떠나요. 1박 2일 오로지 나만 생각하면서 하고 싶은 일 하다 돌아오면 가족이, 집이, 주변이 눈에 들어와요. 그렇게 사는 겁니다. 그게 인생이에요.” 몇 해 전 봄, 전주한옥마을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택 시인이 직장생활을 논하며 툭 내뱉은 인생론이다. 전북 임실의 한 초등학교 교사로 38년의 세월을 보낸 시인은 “요즘 직장인들은 자기가 다니는 직장을 싫어한다”며 다시금 내뱉듯 말을 이어갔다.

    “아주 놀라운 일이죠. 말끝마다 불만이야. 그럼 그만두고 나와서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지. 재미없고 다니기 싫으면 그만둬요. 자기가 다니는 직장을 최고로 좋아하지 않으면 내 인생이 될 수 없잖아. 이도저도 아니고 싫다면서 출근하고 있으니 발전할 수가 있나. 그래서 또 문학과 예술, 여행이 필요합니다. 작고 사소한 것들을 섬세하게 볼 수 있는 눈을 키워주거든. 직장을 섬세하게 바라보면 자신이 서 있을 자리가 보일 겁니다.”

    갑오년 마지막 달에 시인의 일성이 떠오른 건 가는 해를 정리하고 오는 해를 준비해야 한다는 자연스런 강박관념 때문이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시간 내기가 쉽지 않은, 자연스럽지만 불안한 강박이라니. 어쩌면 시인은 바로 그 불안을 떨쳐 내라고 ‘떠나라’ 한 것이 아닐까. 자신과 가족, 집과 주변, 직장을 좀 더 섬세하게 바라보기 위한 첫걸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여행을 떠났다.

    사진설명
    그래, 내가 수고했다 가을 너머 겨울의 제주는 하늘이 높고 깊다. 아직 바람이 차갑지 않은 초겨울에 간단한 배낭 둘러메고 공항 문을 나서면 코끝에 와 닿는 얕은 짠 내가 싫지 않다. 눈이나 비가 오는 날이 아니라면 해가 높고 구름이 없어 간단한 점퍼 차림으로도 충분히 따뜻하다. 홀로 나선 겨울여행의 종착지로 제주가 꼽히는 건 그 햇볕의 소중함이 반이요, 비성수기의 푸근한 가격이 나머지 반이다. 실제로 주말이 아닌 평일이라면 비행기 삯부터 앞자리 숫자가 달라진다. 제주 여행의 첫걸음이라는 렌터카 비용은 어떨까.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는 택시기사님의 말을 빌면 “여기저기 우후죽순으로 렌터카 회사가 생겨난 탓에 비성수기에는 싼값이라도 굴려야 회사가 운영되니 경차일 땐 한 2만원이면 하루 충분히 쓰고도 남는다”고 한다.

    나를 위한 여행의 숙소는 서귀포 중문관광단지에 자리한 켄싱턴제주호텔이다. 1년 동안 수고한 나와 당신을 위한 작은 호사다. 특급호텔을 이용할 때 좋은 점 중 하나는 셔틀버스가 운행된다는 것. 공항 주차장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면 호텔마다 셔틀버스를 정차시켜 놓은 곳이 눈에 들어온다. 나름 리무진 버스에 오르면 숙소까지 직행이다.

    이랜드 그룹이 운영하는 첫 특급호텔인 켄싱턴제주호텔은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수근의 제자 장세양이 설계한 서라벌호텔이 모태가 됐다. 2008년 이 호텔을 인수해 리모델링했고 예술작품, 루프톱, 가든 등 3가지 콘텐츠를 내세우며 올해 새롭게 오픈했다. 설계 당시 제주 오름을 형상화했다는데, 호텔 옥상(루프톱)에 오르니 곡선으로 마무리된 호텔 외양이 크루즈를 연상시킨다. 시선을 멀리 두면 앞은 바다요 뒤는 한라산이다. 중문관광단지의 여타 특급호텔이 자체 해변을 갖추고 있는 데 반해 이곳은 바다가 먼 대신 가든과 루프톱에 각각 사계절 온수풀이 자리했다. 특히 루프톱은 언뜻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의 인피니트 수영장을 닮았다.

    비록 1박 2일이지만 유명 관광지 근방의 호텔에 숙박할 땐 갖가지 시설과 액티비티를 이용하는 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켄싱턴제주호텔에선 제주산 식자재로 로컬푸드를 선보이는 한식당 ‘돌미롱’과 더 스파 by 딸고의 ‘스파 에스테틱’ 서비스, 제주 오름을 형상화한 야외 정원 ‘모을’의 산책 코스가 돋보인다. 내부를 가득 채운 예술작품은 호텔의 새로운 키워드다. 산, 섬, 바람, 하늘, 구름, 바다, 소 등 한국의 강산을 주제로 한 로비 갤러리에는 중국 유명 도예가 주러껑의 대형작품과 이왈종, 배병우 작가의 미디어아트 등이 전시돼 있다. 제주 일대 관광지를 둘러볼 수 있는 액티비티 중 1인당 2만원에 즐길 수 있는 오름 걷기는 호텔 트레이너와 나설 수 있는 체험 중 하나. 교통편과 간단한 간식, 물이 제공되고 트레이너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위에서 부터) 켄싱턴 제주 호텔 전경, 사계절 온수풀, 루프톱 인피니티풀, 스카이피니티
    (위에서 부터) 켄싱턴 제주 호텔 전경, 사계절 온수풀, 루프톱 인피니티풀, 스카이피니티
    소길댁의 산책길, 새별오름 저녁하늘의 샛별처럼 외롭게 서 있다 해서 새별오름이라 부른다는 이곳의 소재지는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산59-8번지 일대다. 둥그런 바가지를 거꾸로 엎어놓은 것처럼 나지막하지만 제대로 높이를 따지면 519.3m나 된다. 서울과 수도권의 웬만한 뒷산과 비교하면 두어 배쯤 위에 자리한다.

    한눈에 봐도 탐스런 억새가 그득한데, 바로 옆에 자리한 이달봉에서 바라보면 크고 작은 봉우리들이 모여 하나의 오름을 형성한 걸 확인할 수 있다. 새별오름과 함께 주변의 다섯 봉우리들이 모여 별 모양을 이루고 있는 것도 이채롭다. 오르는 길은 쉽지 않다. 평평한 길을 100m 오르다 갑자기 45도 가까운 경사를 접하게 되는데, 이 길이 정상 근방까지 이어진다. 쉬엄쉬엄 20여 분 오르고 나면 능선처럼 편안한 길이 나타나는데, 이 길을 따라 10여 분 휘둘러 걷다보면 커다란 현무암에 새겨진 새별오름 문양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정상에 서면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동쪽으론 멀리 한라산이 아련하고 북쪽과 서쪽으론 몽골군과 최영 장군이 격전을 치른 넓은 들판이 펼쳐져 있다. 서남쪽에 펼쳐진 바다 한가운데는 비양도가 자리했는데, 해질 무렵엔 이곳이 제주에서 손꼽는 일몰지가 된다.

    새별오름이 알려진 건 가을과 겨울의 억새 때문인데, 음력 정월대보름 전날인 2월 14일이면 들불을 놓아 오름 전체를 태우는 들불축제가 장관을 연출한다. 하지만 최근엔 또 다른 이유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결혼 후 제주 애월읍 소길리에 신혼집을 차린 가수 이효리가 그 주인공. 함께 길을 나선 호텔 트레이너가 전하는 소길댁의 활약상(?)은 과연 상상을 초월한다.

    “들불축제 때를 제외하면 새별오름에 오르는 분들이 많지 않았는데, 이효리 씨가 이곳이 산책코스라고 블로그에 올리고선 평일에도 많은 분들이 오르고 있어요. 올가을에는 익지 않은 초록색 귤로 영귤청을 만든다고 그 과정을 공개하자마자 제주 일대에 그 영귤이 품귀현상까지 빚어졌다니까요. 제주도의 진정한 스타는 이효리 씨가 확실합니다.”

    홀로 나선 제주 여행, 이것만은 꼭! ➊ 렌터카 대신 버스 투어를 시도해보자. 포털사이트에 ‘제주버스정보시스템’(http://bus.jeju.go.kr)을 치면 출발지와 도착지, 버스노선, 정류소 등을 검색할 수 있다.

    ➋ 밤새도록 적막한 공간은 NO. 홀로 여행할 땐 도심의 숙소나 이용시설이 풍부한 호텔, 리조트가 제격이다. 오히려 함께였을 땐 느낄 수 없었던 섬세한 감각을 경험할 수 있다.

    ➌ 캐리어 대신 배낭. 홀로 길을 나서면 무거운 짐이 물리쳐야 할 적이 된다. 간단한 배낭에 편한 캐주얼화 하나면 충분하다. 겨울에는 부피를 줄여 보관할 수 있는 패딩이 필수다.

    켄싱턴 제주 호텔의 윈터 패키지 호텔 안에서 제주를 즐길 수 있는 ‘윈터 스토리’ 패키지가 12월 11일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운영된다. 사계절 온수풀로 운영되는 실내 수영장과 실외 수영장, 옥상에 위치한 루프톱 야외 수영장, 야외에 마련된 핀란드식 사우나, 자쿠지 등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다. 국내 최초로 뷔페는 물론 한식, 이탈리안 등 코스 메뉴로 제공하는 ‘정통 다이닝’과 감귤 따기, 커피 체험, 오름 걷기 등 다양한 액티비티가 제공되는 ‘데이 엔터테인먼트’, 칵테일, 와인과 스낵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아뜨리움 라운지의 ‘홀리데이 파티’, 루프톱에서 핫 칵테일, 샴페인과 함께 여러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나이트 엔터테인먼트’ 등 다채로운 혜택이 준비돼 있다. 가격 51만원부터. 1855 - 0202

    [제주도=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취재협조 켄싱턴제주호텔]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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