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래식에 어울리는 귀족예술…‘포슬린 페인팅’

    입력 : 2014.09.19 17:23:11

  • 마이센 자기인형
    마이센 자기인형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포슬린 페인팅(Porcelain Painting)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찾은 스튜디오에 들어서자마자 웃으며 맞아주면서도 다소 의외라는듯 한 승지민 지민아트 원장의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클래식이 여유롭게 흐르는 공방 안으로 들어서자 표정의 의미가 대번에 와 닿았다. 남자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평일 오전임에도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이 붓을 들고 자신들의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전조사에서 전문직 남성들 사이에 점점 관심도가 늘고 있는 취미생활이라 알고 갔던지라 예상치 못한 광경에 잠시 머뭇거렸다. 기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승 원장이 이내 안심시킨다.

    “다른 클래스에는 남성들도 몇 분 계세요. 은퇴 후 취미생활로 삼기 위해 찾는 분들도 꾸준하고 전시회까지 참여하는 남성분들도 계십니다.”

    포슬린 페인팅은 유럽 왕실과 귀족들의 우아한 취미생활로 알려진 예술분야로 미국, 일본 등지에서도 취미공예로 인기가 높다. 국내에 소개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전문가나 클래스가 부족한 탓에 대중화 단계까지는 가지 못했다. 덕분에 국내에서도 아는 사람만 즐기는 고급 취미예술로 꼽힌다.

    간단히 포슬린 페인팅을 소개하자면 20가지 이상의 특수물감을 사용해 유약처리가 된 자기 표면에 그림을 그려 구워내는 공예 예술이다. 포슬린 페인팅에 사용되는 파우더 형태의 물감은 오일을 섞어 쓴다. 그림을 완성한 후에 가마에 구우면 물감이 유약 밑으로 스며들어 영구히 지워지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자기를 소재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컵, 접시, 그릇, 도자기 등 어떤 것이라도 포슬린 페인팅의 도화지가 될 수 있다. 주로 주방용품에 그림을 그리는 형태로 보급된 탓에 여성들의 고상한 취미활동 정도로 알려졌지만 최근에는 벽화나 다양한 조형물을 소재로 한 전시작품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사진설명
    훌쩍 지나간 두 시간, 미술바보도 OK 본의 아니게 청일점으로 클래스에 참여해 본격적인 체험에 나섰다. 학창시절 자타공인 그림 못 그리기로 악평이 자자했던 터라 걱정이 됐지만 차분히 도안대로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은 크게 어렵지 않았다. 내친김에 울창한 대나무와 화려한 아이언맨을 멋들어지게 그려 넣으려고 시도했지만 흉물스러워서 지워야 했다. 수정은 다른 미술과는 다르게 손쉽게 할 수 있다. 포슬린 페인팅은 유약을 바른 표면에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굽는 단계 이전에는 몇 번이고 고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자유롭게 도안을 그려 넣기 위해서는 몇 개월간 연습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략적인 밑그림을 마치고 색칠에 나섰다. 파우더 물감에 섞는 오일은 보통 페인팅 미디엄(Painting Medium)이라고 불리는데 취향에 따라 빨리 건조되는 오일, 건조를 지연하는 오일 등을 골라서 사용할 수 있다.

    얇은 붓에 물감을 묻혀 컵의 밑그림에 색칠하는 느낌이 마치 유년시절에 색칠연습을 할 때처럼 재미있었다. 나름대로 음영을 주고 강약을 조절해 꽤나 그럴듯해 보이는 결과물이 나와 성취감도 있었다. 마치 20분 같았던 2시간이 훌쩍 지나 그림을 완성한 후 작품은(?) 가마에 들어간다. 전기 가마에 일정시간 구워지면 밑그림을 그렸던 연필자국은 모두 지워지고 물감만 유약 밑으로 스며들어가 처음 그렸을 때와 또 다른 질감이 나오기도 한다.

    작품은 한번 가마에 들어갔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고 입체감을 주기 위해 수차례 그림을 그리고 굽기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차례 가마에 구워도 도자기가 손상되지 않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도 포슬린 페인팅의 장점이다.

    1년째 포슬린 페인팅을 배우고 있다는 장영주 씨(44)는 “다른 취미도 가져봤지만 포슬린 페인팅은 몰입도가 높고 그 결과물이 매번 나오니 더욱 빠져드는 것 같다”며 “집안 곳곳에 작품을 전시해 인테리어 효과도 높고 지인에게 선물로 주기에도 좋다”고 말했다.

    그려내는 도자공예의 형태로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생활자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포슬린 페인팅의 매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포슬린 페인팅을 배우기 위해서는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 시작하는 방법도 있지만 고가의 전기 가마를 구비하기란 쉽지 않아 추천하지는 않는다. 전문적인 스튜디오나 백화점 문화강좌 등 의외로 찾아보면 주변에 개설된 강좌들이 있다. 비용은 강좌별로 차이가 있지만 한 시간에 1만5000~3만5000원 정도로 한 달로 치면 15만~30만원이며 과정별로 차이가 난다. 강좌는 준비물이나 가마가 구비되어 있어 추가비용이 들지 않고 차근차근 기초부터 배워 나갈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대략 6개월 정도 수강하면 대형 도자기에 자유롭게 밑그림을 그릴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고 1년 6개월 정도 지나면 강사시험에 응시할 수도 있다. 그림이나 도예에 조예가 깊은 사람이라면 1~2년 전문과정을 수강한 후 창업 아이템으로도 관심을 가질 만한 분야다. 고상하고 유니크한 취미예술 활동에 뛰어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포슬린 아트가 역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포슬린 페인팅 배울 수 있는 곳 지민아트(www.jeaminart.com) (02)517-3873

    이화은 포슬린스튜디오(www.porcelainstudio.co.kr)

    황경희 아뜰리에(www.heeporcelain.com)

    우노아트오브제(www.unoartobject.com)

    아틀리에세난(www.porcelainshop.co.kr)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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