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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모바일 메신저에 열광할까
입력 : 2014.07.11 15: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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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전문가들조차 페이스북이 와츠앱 인수에 쏟아부은 금액이 과도하다고 평가할 만큼 규모가 큰 거래였다.
지난 5월 26일 국내 2위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모바일메신저 운영기업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했다.
표면적으로는 주식교환을 통한 다음의 카카오 합병이지만 시장에서는 사실상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한 것으로 평가했다. 직원 수 등 기업규모는 다음이 훨씬 크지만 기업가치(시가총액 기준)는 카카오의 장외시장 추정치가 다음을 2배 이상 앞지른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비율도 1 대 1.56으로 카카오의 비중이 더 높다. 그동안 네이버, 다음 등 포털이 퀵켓, 브레인펍 등 모바일기업을 인수한 적은 있지만 모바일서비스가 포털을 껴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전 세계 IT업계에서 모바일메신저가 M&A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모바일메신저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모바일메신저를 두고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인수한 직후 일본의 오픈마켓 라쿠텐은 모바일메신저 바이버를 9억달러에 인수했다.
여기에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가 미국에서 탄생한 모바일메신저 탱고에 2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5월에는 야후가 모바일메신저 ‘블링크’를 인수하며 모바일메신저 경쟁에 뛰어들었다.
모바일메신저가 글로벌 대형 IT기업들이 갖춰야 할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반대로 모바일메신저기업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유선 기반 인터넷서비스를 인수하는 다음-카카오 사례도 나타났다.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는 애플 아이폰 등장으로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시작됐다. 2009년 5월 와츠앱이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카카오톡, 바이버 등 서비스가 잇달아 나왔다. 각기 선점한 국가·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넓혀나가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모바일메신저 시장에는 총 25억 개(중복 포함)에 이르는 계정이 만들어져 있다. 그 중 와츠앱, 위챗, 라인이 빅3를 형성한 상황이다.
와츠앱은 5월 기준 누적가입자가 7억명, 월 이용자수(MAU)가
5억명을 기록하고 있고 중국의 위챗은 자국 내 이용자 중심으로
6억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네이버의 라인은 일본, 대만, 태국 등을 기반으로 최근 가입자 4억50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1위 모바일메신저 카카오 가입자는 1억5000만명 정도다.
‘10초 만에 사라지는 메시지’로 인기를 얻은 스냅챗 가입자는 800만~900만명으로 알려져 있다.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보내는 메시지 수는 매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어낼러시스 메이슨(Analysys Mason)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의 55%가 모바일메시지 서비스의 ‘적극적 이용자’다. 기존 이동통신사의 문자메시지(SMS) 발송량은 계속 줄고 있지만 모바일메신저를 통한 메시지 전송량은 매년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보내진 메시지 수는 지난해 10조3000억 개로 SMS 메시지 6조5000억 개를 넘어섰다. 2018년에는 모바일메신저를 통한 메시지가 37조8000억 개에 달할 전망이다. 모바일메신저가 모바일 시대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모바일메신저의 달라진 위상은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과거 행사에서는 주최 측인 이동통신사들 중 한 곳이나 통신장비 제조사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에 나섰지만 올해는 왓츠앱, 카카오의 최고경영자(CEO)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이렇게 모바일메신저가 대규모 이용자를 기반으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무료 서비스라는 매력 때문이다.
2010년 당시 국내에 카카오톡 서비스가 처음 시작됐을 때 이용자들은 건당 20~100원을 내는 기존 이동통신사 SMS와 비교하며 열광했다. SMS와 달리 한 대화방에서 여러 명이 커뮤니케이션할 수도 있고 PC와 연동돼 사진, 문서 파일, 동영상 등도 편하게 보낼 수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수억 명이 모바일메신저를 쓰게 되면서 모바일메신저의 산업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먼저 수익을 내고 있는 분야는 모바일게임이다. 카카오톡, 라인, 위챗 등이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서비스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다.
라인은 지난해 유료 게임 아이템 판매 수수료로 2031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2012년 대비 매출 규모가 9배가량 성장했다. 라인은 입점한 게임사들이 유료 아이템을 판매할 때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카카오는 작년 한 해 게임과 전자상거래 등을 통해 1777억원을 벌어들였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 규모가 약 5배 늘었다.
모바일메신저 서비스는 이제 메시지 전달, 모바일게임 유통에서 벗어나 전자상거래, 모바일결제, 금융 등으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라인만 해도 해외 곳곳에서 음성전화, 기업마케팅솔루션, 디지털콘텐츠 판매, 전자상거래, 캐릭터 라이선스 등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미국, 일본, 스페인, 필리핀, 태국, 콜롬비아, 멕시코, 페루 등에서는 메신저 기반 음성전화 ‘라인콜’을 서비스하고 있다. 라인 이용자 간에는 무료로 제공되고 유선 통화에는 2~12센트, 휴대폰에 전화를 걸 때는 4~15센트가 부과된다.
라인 공식계정, 기업 데이터베이스(DB) 이용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라인비즈니스커넥트’도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 2013년에 라인비즈니스커넥트를 이용한 로손은 라인 공식계정 서비스 쿠폰과 캠페인으로 50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모았다.
일본 롯데도 2012년에 라인 스탬프 무료 제공 이벤트를 통해 전년 대비 110%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상점소개, 쿠폰 발행 등을 하는 지역 기반 중소 상인 대상 광고 플랫폼인 ‘라인@’의 경우 일본 라인 이용자의 60%가 매일 사용하고 있다. 게임, 아이템 판매, 스티커, 전자책, 만화, 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 판매, 상품을 판매하는 라인몰 등도 네이버의 효자 서비스다. 네이버는 라인 캐릭터 라이선스로만 연 약 40억엔을 벌어들이고 있다.
라인의 가치는 네이버 주가를 1년 만에 40만원대에서 80만원대로 2배 끌어올리는 동력이 됐다. 네이버의 경우 기존 PC 광고 등 주력 비즈니스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반면 라인 매출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라인과 달리 카카오와 위챗은 금융서비스로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증권정보서비스 ‘증권플러스카카오’를 내놨고 올해 안에 개인 간 송금 서비스 ‘뱅크월렛’을 출시할 예정이다. 위챗을 통해서는 영화티켓이나 쿠폰 등을 바로 살 수 있다. 중국 맥도널드 매장과 베이징 최대 백화점 왕푸징백화점에서 위챗 결제를 도입했다.
다른 모바일메신저 서비스와 달리 오직 메신저 서비스만 하고 있는 와츠앱은 앞으로 페이스북의 맞춤형 광고 제공용 데이터 수집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메신저를 통해 이용자의 위치정보, 개인의 생활패턴이 정교하게 수집되는 만큼 페이스북 광고와 연계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라인의 테마파크
실제 마케팅 활용 성공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중국에서 위챗과 제휴해 모바일메신저 마케팅을 편 결과 9분 55초 만에 새 스마트폰 ‘Mi-3’ 초기 물량 15만대를 ‘완판’했다. 로레알은 태국에서 라인과 협력해 이용자들을 상대로 반짝 세일을 한 결과 5분 만에 500개의 제품이 매진됐다.
이렇게 모바일메신저가 진화해가는 장면에서 페이스북이 왜 거금을 들여 와츠앱을 인수했는지 추정해볼 수 있다.
모바일메신저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바일메신저에 검색 기능, 앱스토어 기능, 원격진료 등까지 추가돼 모든 모바일서비스가 모바일메신저로 모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모바일메신저가 모바일 서비스 포털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조 연구원은 “모바일 메신저의 잠재력을 고려할 때 모바일메신저의 위상은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며 “통합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마케팅과 게임 플랫폼, 소액 금융결제수단으로서의 강점을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의 영향력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모바일메신저가 세를 확대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도 적지 않다. 모바일메신저는 폐쇄적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특성상 근거 없는 악성 루머, 음란물, 저작권 침해 콘텐츠 등이 유통되는 통로가 되고 있다. 한 번에 수십,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전송할 수 있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다.
또 사이버폭력이 자행되는 도구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초중고교에서 왕따를 만드는 온상이 된다는 역기능도 있다.
[황지혜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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