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플 대화, 3분만 들어보면 ‘결별 여부’ 점칠 수 있어!

    입력 : 2014.06.24 18: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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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움은 연애의 필수코스, 많이 싸운 커플이 이혼율 더 낮아 사랑의 유효기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가 다툼이 잦아진다는 것이다. 애달파 죽고 못 살던 감정들이 차분해지면서 이제 감정적 거리를 두고 상대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간 눈멀어 보지 못했던 문제점들이 쏙쏙 들어오기 시작하고, 친밀감도 쌓아뒀겠다, 편하게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다툼도 잦아지는 것이다.

    사실 커플간의 싸움은 연애의 필수 코스다. 성별도 태생도, 사고방식도, 가치관도, 살아온 환경도, 성격도 기질도 다른 남녀가 만나서 관계를 이루어 가려니 필연적으로 충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싸움은 나쁜 것이 아니다. 싸움을 통해 서로를 배우고 이해하고 수용하고, 한편 포기하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적응하고 맞춰가게 된다. 그래서 싸움은 하나의 소통이고, 싸워야 할 때 충분히 싸워두는 게 좋다. 그런 커플일수록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관계도 더 탄탄해진다.

    실제로 신혼부부들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신혼 때 부부싸움을 많이 한 커플이 하지 않는 커플보다 낮은 이혼율을 보였다고 한다. 오히려 싸움을 잘 하지 않았던 커플이 결혼 3년 후 더 놓은 이혼율을 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시 싸움은 부정적인 감정의 발산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간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관계를 폭파시키는 복병이 될 소지도 다분하다.



    ■ 격렬하게 싸워도 싸우는 방식이 좋으면 문제 없어 이에 대해 미국의 세계적인 부부심리 연구가인 존 M. 고트먼 박사는 “싸우는 것 자체가 아니라, 싸우는 방식이 결별에 이르게 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그는 실험실을 집처럼 꾸며놓고 커플들에게 평소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누도록 한 다음, 그들의 대화방식을 몇 개의 패턴으로 분류해 그를 수학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어떤 커플이던지 대화하는 것을 딱 3분만 들어보면, 앞으로 헤어지지 않고 잘 살 수 있는 커플인지, 아니면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는 커플인지를 96%의 정확도로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격렬하게 다툰 커플도 대화 방식이 바람직하다면 여전히 행복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조용히 말다툼을 해도 대화 방식이 잘못되면 서로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커져 결국 헤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트먼 박사가 말하는 싸울 때 바람직한 대화방식은 무엇일까? 고트먼 박사의 저서 <행복한 부부, 이혼하는 부부>에 소개된 한 커플의 대화를 통해 정리해본다.

    남편 : “내가 가사 일을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라니깐.”

    아내 : “당신은 무능해.”

    남편 : “퇴근 후 15분 정도는 쉴 시간을 줘야지.”

    아내 : “15분 동안만 쉬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 같아? 정말 웃겨.”

    남편 : “그런 게 아니구, 매주 내가 해야 할 일을 알려주면 될 수 있는 대로 할 게. 달력에 써넣어줘. 그렇게 하면 눈에 잘 띌 테니.”

    아내 : “그럼 당신 전자수첩에 해야 할 일을 입력해둘게.”

    남편 : “온종일 전자수첩을 보고 있을 수는 없잖아.”

    아내 : “그럼 달력이라면 매일 아침 보겠다는 거야?”

    남편 : “그렇다니까. 하지만 잊어버릴 때는 말해줘. 말해주지 않으니까 자꾸 잊어버리는 거야. 당신은 언제나 이것도 하지 않고, 저것도 하지 않 았다고 화만 냈잖아. 왜 하지 않았냐고 다정하게 물어본 적 있어? 당신 이력서 만들어 주느라고 밤늦게까지 워드 프로세서 두드리고 있던 날에도 그랬다구. 어째서 내가 못했는지는 생각해 보지도 않아. 당신은 항상 그랬어.”

    아내 : “항상 그러지는 않았지.”

    남편 : “항상 그랬다니까. 당신은 여유를 좀 가질 필요가 있어.”

    아내 : “(빈정거리는 웃음으로) 후후훗.. 쉬면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고..?



    1. 대화의 첫 시작을 좋게 하라. 위 사례 대화에서 가사분담에 대한 남편의 첫마디에 아내는 바로 “무능하다”며 남편을 비난한다. 이런 식으로 싸움의 첫마디가 좋지 않게 시작되면 끝까지 좋지 않게 흘러간다는 것이 고트먼 박사의 조언이다.

    첫마디가 좋지 않게 시작되었다면, 대화를 중단하고 한 호흡 쉬었다가 다시 첫마디를 좋은 말로 시작해야 한다.



    2. ‘비난, 모욕, 자기방어, 회피’의 4가지 말을 조심하라. 사례 대화에서 남편과 아내는 시종일관 서로를 비난하고 모욕하고 자기방어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 아내는 남편이 어떻게 말을 해도 결국은 가사노동을 하지 않을 거라고 비난하고 조롱하면서 냉소적인 반응으로 일관하고, 남편은 문제를 회피하면서 변명하고 자기방어적인 태도로 일관한다.

    고트먼 박사는 싸울 때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화를 내는 것은 괜찮지만, 상대의 인격에 모욕을 주고 비난하는 행위는 부부관계를 해치는 직격탄이 된다고 말한다.

    또, 상대방이 말하는데 눈을 내리 깔고 침묵을 지키는 거부나 회피 행동, 눈알을 빠르게 굴리거나 어처구니없다는 식의 표정, 콧방귀를 뀌거나 무시하는 말을 내뱉는 경멸의 태도, 대화중에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는 등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행동 등도 상대의 자존심에 상처를 줘서 관계 회복을 어렵게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3. 대화가 좋은 쪽으로 회복되도록 시도하라. 비난, 모욕, 자기방어, 회피 등의 위험요인이 계속되고 있는 대화라 할지라도 두 사람 중 한 명이 제동을 걸어 좋은 방향으로의 회복을 시도하고, 상대가 그 시도를 받아들여 좋은 쪽으로 바꿔갈 수 있다면 커플 관계 유지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회복시도가 안 되는 부부는 결국 90% 정도가 이혼을 하더라는 것이 고트먼 박사의 지적이다. 따라서 격렬하게 싸우더라도 조금 지나치다 싶으면 잠깐 타임아웃의 시간을 갖거나 농담으로 김 빼기, 부드러운 말로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등의 회복시도가 매우 중요하다.



    4. "당신, 너"란 표현보다 "우리, 나"란 표현을 사용하라 사례 대화에서 남편과 아내는 서로를 지칭하는 말로 “당신”이라는 2인칭 대명사를 쓰고 있다. 그러나 2인칭 대명사는 상대방을 타자화하고 거부하는 언어로 느껴질 수 있어 좋지 않다.

    대신 서로가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우리는, 나는”과 같은 1인칭 대명사를 사용하면, 부부가 같은 편이 되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는 느낌을 줄 수 있어 효과적이다.



    ■ 부부 사이에도 좋은 말 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 고트먼 박사는 많은 커플들이 사랑을 유지하지 못하고 헤어지는 이유는,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요인들, 그러니까 바람을 피웠다거나, 서로 성격이 안맞다거나, 섹스에 만족하지 못한다거나 등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아주 소소한 데서 기인한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일상에서 벌어지는 작은 싸움들을 좋은 말로 풀어가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커플 사이에서도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결코 예외는 아니다.



    [러베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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