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케아 한국 상륙, 소비자의 이유 있는 기대
입력 : 2014.05.16 14:44:16
-
그룹 매출 42조원, 규모가 다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에 대한 국내 가구업계의 반응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그 동안 국내에 진출한 기업들과는 규모가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의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 노하우 등 성공을 향한 전력질주가 예상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케아그룹의 매출은 전년 대비 3.1% 성장한 279억유로였다. 한화로 42조6000억원이나 된다. 국내기업과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 중 6위였던 현대자동차의 매출이 41조6911억원이었다. 매출액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국가는 독일, 미국, 프랑스, 러시아, 스웨덴 순이었다. 현재 전 세계 42개국에서 34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이케아그룹이 목표로 삼은 매출액은 500억유로. 이를 위해 지난해 중국에 두 곳, 올해는 한국 진출 등 최근 신흥 시장 개척에 집중하고 있다.
그룹의 규모와 함께 소비자들에게 가장 어필하고 있는 요소는 저렴한 가격이다. 이케아의 국내 진출을 우려하는 국내 중소가구업체들의 최대 고민거리 중 하나다. 한샘, 에넥스, 현대리바트 등 메이저업체들도 가격 인하와 판매채널 확대 등의 방식을 구사하며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케아 제품의 낮은 가격은 어떻게 책정되는 것일까.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전에 가격표를 먼저 디자인한다.’
이케아의 전 제품에 적용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의자가 얼마에 팔리는지 세계 각국의 시장 가격을 조사하고 경쟁사보다 낮은 가격을 책정한다. 그 후 가격에 맞는 재료와 디자인, 납품업체를 선정한다.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제품의 콘셉트는 조립식(DIY) 가구다. 그런 이유로 일부 가구 전문가들은 “국내 정서상 DIY에 대한 인식이 저변화되지 않아 고전이 예상된다”고 전망한다. 하지만 가구거리에서 만난 일선 업체 관계자들의 의견은 달랐다. 광명가구거리의 한 가구점 주인은 “가구 배달에 나서다보면 가정용 전동공구세트를 구비한 집이 늘고 있다”며 “홈쇼핑에서 자주 방송되는 걸 보면 DIY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점차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케아코리아도 한국 정서를 고려해 배송과 설치·조립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한국보다 먼저 진출한 일본과 중국에서도 이 같은 현지화 전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경우 이케아 제품을 조립해주는 대행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광명 이케아가 개장하면 국내에도 이케아 조립대행업체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이케아코리아의 헤이 홈, (아래)이케아코리아의 헤이 홈
1층은 인테리어 소품과 2층에서 경험한 제품이 납작한 상자(Flat Pack Furniture)에 담겨 진열된 공간이다. 이케아 입장에선 소비자가 직접 카트에 담아 이동하니 물류비용과 인건비가 줄고 완제품이 아닌 반제품 형태로 쌓아놓으니 저장 공간도 한층 절약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가구와 생활용품을 한 곳에서 구입할 수 있고 토털 인테리어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여기에 창업주 잉바르 캄프라드가 주도한 이른바 ‘핫도그 전략’도 성공의 버팀목이 됐다. 소비자가 취향에 따라 겨자 소스와 케첩, 양파와 오이절임 등을 첨가할 수 있는 이케아의 핫도그는 여타 제품처럼 최대한 저렴하게 판매된다.
이케아 입장에선 자연스럽게 ‘제품이 핫도그처럼 싸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음식을 평균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
올 연말 개장할 광명점의 경우 이른바 롯데 효과도 기대된다. 이케아가 부지 중 일부를 롯데쇼핑에 장기 임대하며 현재 복합 쇼핑몰 공사가 함께 진행 중이다. 이케아는 롯데의 인지도를 활용하고, 롯데는 이케아 고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정황에 주변 부동산 시세도 상승세다.
인근 빌라촌의 한 공인중개사는 “이케아와 롯데가 들어온다는 소식에 인근 주상복합아파트 부지(4600가구)가 대부분 분양에 성공했다”며 “이미 광명KTX와 코스트코 광명점이 있는 상황에서 이케아와 롯데 아울렛이 들어서면서 빌라의 경우 2012년 분양 당시 3.3㎡당 529만원이던 분양가가 현재 1000만원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一問一答 “디자인 카피에 대한 소송은 내부 논의 중” ‘소비자에게 불편을 파는 기업’이라고 알려진 이케아. 한국 진출의 비전과 계획에 대해 책임자와의 인터뷰를 요구했지만 홍보대행사를 통해 서면으로 진행하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담당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어찌 보면 꽤나 불편한 상황이었지만(밝힐 수 없다는 답도 많았다) 이케아 입장에선 당연한 듯했다.
다음은 이케아코리아와의 일문일답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이 이케아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를 꼽는다면. ‘많은 사람을 위해 보다 좋은 생활을 만든다’는 비전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디자인과 기능성을 갖춘 다양한 홈퍼니싱 솔루션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좋은 품질과 디자인을 많은 이가 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콘셉트를 ‘민주적 디자인(Democratic Design)’이라고 부른다. 이 콘셉트는 디자인, 기능, 품질, 지속가능성, 낮은 가격 등 다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이케아 제품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은 우선 이 모든 요소의 균형점을 찾은 후 디자인을 시작한다. 또한 제품을 납작하게 포장하는 플랫팩(flat pack)을 통해 운송과 보관 과정에서 제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한다. 플랫팩은 이케아가 낮은 가격에 제품을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또 대량으로 제품을 만들고 운송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이케아 매장은 늘 주목받는 공간인데, 한국에서 새롭게 시도되는 건 무엇인가. 아직 한국 매장과 관련해 논의 중이다. 매장 동선이나 새로운 시도 등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
현재 업계에선 서울 강동구의 3호점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진출에 대한 계획이 어디까지 진행 중인가. 경기도 고양시는 땅을 샀을 뿐이지 어떤 게 어떻게 들어올지 결정된 게 없다. 서울 강동구도 부지를 봤을 뿐 아직 어떠한 것도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진출 계획도 있나. 현재 이케아는 한국의 첫 매장인 광명점 개장에 주력하고 있다. 장기 계획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
인도 진출 당시 유사상표를 갖고 있던 기업에 법적 대응을 진행했다. 한국 진출이 결정된 후 국내 업계에선 유사 디자인에 대한 소송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는데. 인도의 경우 관련 사안은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다. 한국도 소송에 대해선 내부 논의 중이다. 구체적으로 말할 내용이 아직 없다.
패션지도 주목! 이케아 카탈로그 전 세계에 배포되는 이케아의 카탈로그도 관심의 대상이다. 가을에 배포되는 카탈로그는 이케아 제품으로 아늑한 생활공간이 연출된다. 전 세계 디자인과 인테리어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다. 뤼디거 융블루트의 <이케아, 불편을 팔다>에는 이케아 카탈로그에 대해 “2012년 이케아 그룹은 2억1000만부의 카탈로그를 인쇄했다”며 “카탈로그가 나오는 날에는 각 패션전문지도 흥미로운 반응을 쏟아낸다”고 기술하고 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IKEA]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