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샤시 모드갈 노벨리스 아시아 사장 | 버려진 음료캔 우리에겐 황금입니다

    입력 : 2014.05.16 10: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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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질이 차고 넘치는 세상에 문명은 그동안 아쉬움 없이 소비하고 버려왔다.’ 풍족한 소비로 삶의 질은 높아졌을지언정 코 속 깊숙이 침투하는 미세먼지, 중금속이 포함된 황사비 등 자연생태계 훼손이 우리의 건강을 노리고 있다. 심각성을 인식한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각국 정부들도 잇달아 환경 관련 규제에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유엔기후변화회의 당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기준 대비 80%를 줄이자는 목표치를 제시한 바 있다.

    기업들도 바빠졌다. 친환경 경영전략이 중요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자원절약 차원을 넘어 친환경기업으로서 이미지를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그동안 환경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어 온 액손모빌, 나이키, 스타벅스를 비롯한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매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5%씩 줄여나가겠다고 공언하며 친환경기업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폐 알루미늄 사용해 탄소·온실가스 배출 95% 낮춰 생색내기에 나선 여러 기업들과 반대로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기술개발을 통해 묵묵히 친환경 경영을 수행하는 기업도 있다.

    “노벨리스는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압연 및 재활용 기업입니다. 알루미늄을 평판압연 제품으로 가공해 이를 캔, 자동차, 전자제품, 건축재 등으로 재탄생시킵니다. 특히 노벨리스는 원료 공급원으로서 1차 제련공정이 아닌 재활용 극대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노벨리스가 생산하는 제품의 상당수는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 만들어집니다.”

    지난 4월 8일 방한한 샤시 모드갈 노벨리스 아시아 사장의 덤덤하고 낮은 목소리에 오만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노벨리스는 북미, 유럽, 아시아, 남미에 음료수캔, 자동차, 수송, 포장, 건설, 산업재, 전자 시장에 고급 알루미늄 판재와 포일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미국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재 기업인 노벨리스는 지난해 98억달러(약 10조1753억원)의 매출을 올린 글로벌 기업으로 전 세계 알루미늄 압연제품 생산량의 14%를 차지하고 있는 리딩컴퍼니다.

    “코카콜라, AB인베브(ABInBev) 등 글로벌 주류·음료 기업들, 벤츠, 아우디, 현대자동차 등의 완성차회사, 삼성, LG 등 가전업체들이 노벨리스의 직간접적인 고객사입니다. 캔 음료를 마시고 자동차를 운전하고 여러 가전용품을 접하는 동안 노벨리스에서 생산한 알루미늄을 만나시게 됩니다.”

    노벨리스는 특히 재활용 사업분야에 있어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 연간 400억개의 폐 알루미늄 캔을 원료로 사용해 환경오염을 혁신적으로 줄이는 대표적인 친환경 기업 중 하나다. 특히 지난해에는 재활용 원자재 사용비율을 최소 90% 이상으로 높인 ‘노벨리스 에버캔TM’을 선보였다.

    지속가능한 기업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스튜어트 L. 하트(Stuart L. Hart) 코넬대학교 존슨경영대 석좌교수는 노벨리스 에버캔TM 출시에 대해 “보크사이트(알루미늄의 원광) 채굴과 1차 알루미늄 생산과정 중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주는 제품”이라며 “노벨리스는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창의성과 협력을 바탕으로 알루미늄 산업을 변혁시키고 있다”고 평한 바 있다. 모드갈 사장은 에버캔TM 출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향후 재활용 분야에 주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화두입니다. 인구증가와 천연자원 고갈이 심각해지면서 순환경제라는 새로운 산업생산 모델이 미래지향적인 기업과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천연자원을 마음대로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는 이를 쓰고 나서 버리던 전통적인 산업생산 모델은 이제 유지될 수 없습니다.”

    알루미늄은 쉽게 썩지 않는 대표적인 소재 중에 하나로 캔 음료 하나가 땅속에서 분해되는 데는 약 50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매년 매립되는 어마어마한 양의 폐 알루미늄은 심각한 토양오염을 유발한다.

    반면 폐 알루미늄을 재활용할 경우 토양오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천연자원인 보크사이트에서 새로운 알루미늄을 생산하는 과정대비 온실가스발생량을 파격적으로 줄인다.

    또한 재활용 알루미늄은 1차 알루미늄 생산과정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이 95%까지 줄어들고 알루미늄 캔 하나를 재활용할 경우 대략 TV시청 3시간, 100와트의 전구 4시간을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폐 알루미늄 재활용을 위한 설비투자는 친환경사업이라는 큰 의미를 지니고 있지만 기업의 생존과 지속가능한 경영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천연자원이 점차 고갈되어가며 원자재 수급에 많은 비용이 들 것입니다. 재활용 알루미늄 사용비율을 높여나가는 것을 기업의 장기비전으로 두고 있습니다.”

    노벨리스코리아는 지난 2012년 증설투자를 통해 아시아 최대규모의 알루미늄 음료캔 재활용 센터를 완성했다. 공사비용으로 최근 노벨리스코리아의 2년간 영업이익을 훌쩍 웃도는 4000억원이 소요됐다.

    “그룹차원에서 탄소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재활용 원료 사용률을 80%로 대폭 확대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 재활용 센터의 건립 역시 친환경 사업의 일환입니다. 결과적으로 전체공장의 생산량은 50% 이상 증가했고 장기적인 효율성 측면에서 그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또한 재활용 센터의 건립으로 200명이 넘는 새 식구도 생겼습니다. 향후에도 고용창출은 물론 여러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입니다.”

    노벨리스 경향하우징페어
    노벨리스 경향하우징페어
    M&A? No! “지금 하는 일이 미래사업” 노벨리스는 B2B전문기업으로 일반대중들에게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국내에서 특히 뿌리가 깊은 히든챔피언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1969년 준공된 대한알루미늄공업 제련공장과 1993년 설립된 울산 압연공장을 대한전선과 캐나다 알루미늄 소재기업 알칸 (Alcan)사가 합작한 알칸대한이 2000년에 인수하며 노벨리스 코리아의 전신을 이룬다.

    이후 사세가 급격히 늘어나자 2005년 알칸사에서 알루미늄 압연분야 강화를 위해 노벨리스가 분사했고 현재는 M&A를 통해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글로벌기업 아디트야 비를라(Aditya Birla)그룹의 손자회사가 됐다.

    샤시 모드갈 사장은 2012년 노벨리스에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아디티야 비를라 그룹 (Aditya Birla Group)에 속한 힌달코 인더스트리스 (Hindalco Industries Limited)사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로 재직하며 노벨리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중책을 맡은 바 있다.

    “노벨리스는 당시 전 세계에 생산시설과 영업사무소를 보유하고 있었고 오랫동안 알루미늄 압연제품 시장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특히 유능한 엔지니어 팀의 수십 년간 축적된 제조 노하우가 당시는 물론 지금도 노벨리스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로움(novel)·속도(velocity)·정확성(precise)을 의미하는 사명에 걸맞게 노벨리스는 착실하게 성장을 지속해 오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노벨리스코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노벨리스 아시아의 총괄본부 격인 노벨리스코리아는 설립 첫 해 1999년 3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1조85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1350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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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재기업의 특성상 음료나 포장분야 등 비교적 접근이 용이한 사업에 손을 대볼 법도 하지만 모드갈 사장은 고개를 내저었다. “새로운 분야보다 지금 하고 있는 분야의 재투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여타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M&A전도 벌이고 있지만 노벨리스는 이미 미래 산업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자동차 분야와 재활용사업에 중점을 두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노벨리스는 완성차에 알루미늄 사용중량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에 따라 자동차용 알루미늄 분야도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다.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초경량·강화 알루미늄 개발을 진행하는 동시에 올해 후반에 완공예정인 중국 창저우 자동차 판재 생산공장을 통해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차량의 무게를 줄이고 강화된 성능, 연비,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점점 더 알루미늄 소재를 찾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용 알루미늄에 대한 수요는 2020년 전까지 연간 30%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덕분에 노벨리스 제품군 가운데 자동차 제품이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부흥하기 위해 중국에 1억달러를 투자한 자동차용 판재 생산공장이 곧 완공됩니다. 보다 가볍고 강도가 높은 노벨리스의 알루미늄 압연제품으로 연비와 성능이 향상된 미래의 자동차를 곧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샤시 모드갈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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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공과대학 (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 화학 공학 학사 학위를, 인도 경영대학원(Indian Institute of Management)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엔지니어형 CEO다. 2013년 6월부터 주한인도상공회의소 회장을 맡고 있다. 노벨리스 아시아 지역 총괄 사장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 노벨리스의 동반 성장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특히 정신적인 멘토로 간디와 만델라를 꼽으며 간디의 자서전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The Story of My Experiments with Truth)>를 틈날 때마다 읽으며 삶의 자세를 다잡는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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