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이동 통신 이젠 5G로 날아간다

    입력 : 2014.05.16 09:3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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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티폰 요것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여.” -아버지(성동일 분)

    “그렇게 확실한 주식이면 전 재산을 다 넣어야지.”-어머니(이일화 분)

    1990년대 추억을 되살리며 인기리에 방송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한 장면이다. 빚을 내서 시티폰 관련 주식에 ‘올인’한 극중 아버지는 결국 투자금을 다 날리고 만다. 드라마 속 얘기만은 아니다.

    드라마의 배경인 1994년에서 3~4년이 지난 후 실제 시티폰 테마주가 거품으로 떠올랐고 얼마 가지 않아 깡통주식으로 전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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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통 세대별로 뜬별, 진별 수두룩 시티폰은 발신전용 휴대기기로 지난 1997년 3월 탄생해 2000년 1월 서비스가 종료됐다. 만 3년도 되지 않은 짧은 삶을 산 셈이다. 시티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 신개념 기기로 각광 받았지만 공중전화 근처 반경 200m에서만 통화가 되고, 수신과 전국 서비스가 되지 않는 등의 단점을 극복하지 못해 사라졌다. 수발신이 모두 되는 개인휴대통신(PCS) 전국망이 급속도로 갖춰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시티폰은 한국통신(현 KT)이 전국서비스를, 수도권에는 서울이동통신·나래이동통신 등이, 부산경남지역에서는 부일이동통신이 사업을 전개했다. 나래이동통신은 2003년 최종 부도를 맞았고 서울이동통신은 2005년 바이오기업 녹십자셀(이노셀)이 우회상장하면서 사명이 사라졌다. 부일이동통신은 지난 2000년 아이즈비전으로 사명을 바꾸고 알뜰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처럼 1984년 ‘카폰’으로 시작된 한국 이동통신 역사 30년 동안 기업들은 뜨고 지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보니 기업의 부침도 그만큼 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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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토로라·현대·한화 휴대폰 ,기억 속으로 1988년 7월 서울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휴대폰 서비스가 시작된 후 1990년대 말 휴대폰이 급속하게 보급됐다. 그 과정에서 기술 방식이 바뀌면서 적응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었다.

    모토롤라는 1988년 국내에서 휴대폰 판매와 함께 무선호출(삐삐)사업을 시작했다. 1992년까지 국내 휴대폰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며 1위를 유지했고 ‘스타텍’과 ‘레이저’ 휴대폰으로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4년 삼성전자가 ‘애니콜’ 브랜드로 휴대폰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삼성전자는 1995년 시장점유율을 38%까지 끌어올렸고 1996년에는 모토롤라를 누르고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무선호출기 시절 두각을 나타내 삐삐삼총사란 별칭으로 불리던 팬택 텔슨전자 스탠다드텔레콤 등도 모두 휴대폰 제조에 뛰어들었으나 팬택을 제외한 두 업체는 카드사태 이후 격변기에 글로벌 업체들의 저가공세까지 겹치면서 부도를 내고 사라졌다. 2009년 이후 스마트폰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모토롤라의 국내 점유율은 1% 이하로 떨어졌다. 모토롤라코리아는 2012년 12월 결국 한국 지사를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1997년에는 이동통신시장에 5개 사업자(한국통신프리텔(KTF), LG텔레콤, 한솔PCS, SK텔레콤, 신세기통신) 경쟁이 시작되며 달아올랐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신세기통신은 SK텔레콤에 인수됐고 한솔PCS는 KTF에 합병됐다. 당시 현대, 한화 등 대기업도 PCS폰 제조에 잇달아 뛰어들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접었다.

    상대에게 호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무선호출기(삐삐)는 1997년 1519만명의 최고 가입자를 기록하는 등 한때 전 국민의 통신수단이었으나 휴대폰 보급이 늘면서 현재는 일부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보완 통신 수단으로 서비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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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올 미래 30년… 5G 시대가 온다 이동통신, 방송업계는 다가올 30년을 위해 4G를 넘어 5G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5G는 기존 4G 롱텀에볼루션(LTE)에 비해 약 1000배 빠른 통신기술로 2020년경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국제적으로 5G 표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5G를 ‘기지국 당 최대 100Gbps(초당기가비트)속도, 체감속도 1Gbps를 구현하며, 빠른 전송속도와 지연속도 단축 등을 통해 수많은 주변 디바이스를 연결해 사람·사물·정보가 언제 어디서나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설명하고 있다. 800MB 용량의 영화 한 편을 내려 받는다고 할 때 4G LTE-A(어드밴스드)는 약 40초가 걸리는 데 반해 5G 통신망에서는 1초 이내에 할 수 있다. 이동통신망에서 속도, 전송용량 제한이 획기적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5G 이동통신은 네트워크, 단말이 기반이 돼야 하는 만큼 이동통신사와 통신장비제조사, 단말 제조사 등이 초기에 기선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최대 정보통신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초고주파수를 사용해 1Gbps 이상의 전송 속도를 낼 수 있는 5G 통신장비 기술을 시연한 바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작년 5월 이통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제조사(삼성전자, LG전자, 에릭슨-LG), 중소기업(KMW) 등이 참여하는 ‘5G 포럼’을 창립해 5G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5G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상용화가 될 때까지 약 1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6년 후 5G 시대 개막이 예고되면서 관련 특허를 선점하려는 발걸음도 분주하다. 특허청은 지난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5G 후보기술 관련 특허출원이 300여 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5G 특허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출원되고 있다.

    특허청은 “기업들이 앞다퉈 5G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것은 2020년부터 상용화될 5G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술개발전략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허청에 제출된 4G 관련 특허가 1만 1000건에 달하는 것에 비춰보면 5G가 상용화될 2020년경에는 5G관련 특허가 1만 건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5G 전쟁도 이미 시작됐다. 유럽연합(EU)은 에릭슨, 화웨이, 인텔, 노키아솔루션앤네트웍스(NSN) 등 총 24개의 통신장비, IT기업이 참여하는 5G 표준화 단체 ‘5GPPP’를 공식 결성했다. 중국은 중국산업정보기술부(MIIT)와 과학기술부가 5G 협의체인 IMT-2020과 퓨처포럼을 통해 연구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역시 지난해 9월 표준화기구 산하에 ‘2020 앤드 비욘드 애드훅(2020 and beyond ad hoc)’을 설립하고 5G에 대한 기업 중심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세계 5G 시장이 2026년에 2조3175억달러(약 2100조원) 규모를 형성할 것이며, 국내 시장 규모도 635억달러(약 6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IoT, 홀로그램, UHD 활성화되는 5G 시대 초록색 레이저 빔이 쏟아지는 가운데 무대에 가수 싸이가 등장했다. 싸이가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말 춤’을 추고 댄서들과 코믹한 제스처로 호흡을 맞췄다.

    그러나 손을 뻗으면 만져질 것 같던 싸이는 실제가 아니고 홀로그램으로 만들어진 ‘가상’ 싸이였다.

    미래창조과학부와 KT, YG엔터테인먼트, 디스트릭트가 합작해 서울 중구 을지로 6가 쇼핑몰 ‘롯데 피트인’ 동대문점에 개관한 K팝 홀로그램 전용관 ‘클라이브’(Klive)에서 지난 1월 벌어진 공연 모습이다. 5G 네트워크와 단말 위에서는 어떤 서비스가 이뤄질까. 전문가들은 4G 시대와는 차원이 다른 서비스들이 5G 시대에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다. 4G에 비해 1000배가 빠르다는 것은 전송속도에 한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만큼 상상 속에 있던 기술을 모두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5G 시대가 오면 홀로그램이 일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홀로그램은 고용량의 데이터 전송 기술 기반이 있어야 가능하다. 10×10×10㎝ 크기의 홀로그램을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 용량이 1GB(1024MB)에 이를 만큼 용량이 크기 때문이다. 일반화질 영화 한 편 용량이 800MB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규모다.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모바일 기기로 홀로그램 전송이 어렵지만 5G 시대에는 무리 없이 할 수 있게 된다.

    홀로그램 시대가 열리면 홀로그램 기술 기업과 홀로그램으로 변환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기업이 각광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홀로그램 전용관 클라이브 개관에 홀로그램 기술 기업 디스트릭트와 노래, 뮤직비디오 등을 갖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가 손잡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함께 5G로 모바일 환경이 확대되면 본격적인 초연결 사회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돼 지능을 갖는 사물인터넷(IoT)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사물에 인터넷이 연결돼도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 네트워크가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시스코는 2011년 보고서를 통해 2008년에서 2009년 사이에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단말기가 인구 수를 추월해 이미 IoT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5G가 상용화될 2020년에는 전 세계 500억 개의 단말기가 네트워크로 연결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IoT 분야에서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콘텐츠 기업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글은 홈네트워크 기업 네스트를 인수했고 페이스북은 오큘러스VR이라는 가상현실 헬멧 기업을 사들였다. 아마존은 최근 만년필보다 약간 큰 기기로 제품 바코드나 음성을 인식하면 바로 온라인 쇼핑 카트에 담아주는 ‘대시(Dash)’를 내놓기도 했다. 방송분야에서는 풀HD(고화질) 방송보다 4배 이상 화질이 뛰어난 UHD(초고화질)급 방송이 모바일로 전송될 수 있다. 국내 케이블 방송사들은 최근 세계 최초로 UHD 방송을 상용화했다.

    [황지혜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4호(2014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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