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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레스토랑? 이젠 ‘싱글 레스토랑’이 뜬다
입력 : 2014.04.25 10: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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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브샤브용 인덕션을 1인용으로 작게 만들어 바 테이블의 좌석마다 하나씩 배치했다. 제일제면소를 운영하는 CJ푸드빌 관계자는 “방해받지 않고 혼자 편하게 식사하려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며 “더 이상 1인 고객이라 해서 다른 사람의 눈치 보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제일제면소는 쌍림동을 시작으로 여의도 IFC몰점, 판교,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등 1인용 회전식 샤브샤브점을 확대하고 있다.
앞사람 얼굴 마주치지 않는 ‘바 테이블’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25.9%(471만4000가구)로 네 가구 중 한 가구에 달한다. 앞으로 20년 후인 2035년에는 세 가구 중 한 가구인 34.3%(762만8000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의 구매력이 커지면서 가공식품 시장은 이미 1인용 간편식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 외식업계도 1인 고객시장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메뉴 구성과 인테리어, 매장 분위기를 ‘1인 다이닝 친화적’으로 바꾸고 그들을 맞이하고 있다.
샤브샤브의 경우 여러 명이 같이 먹는 자리에서 해물이나 소고기가 싫더라도 이를 가려 넣기는 힘들다.
반면 1인용 인덕션은 혼자서 원하는 음식만 골라 먹을 수 있는 ‘이기적인 편식’이 가능해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패밀리 레스토랑업계도 이제 ‘패밀리’라는 콘셉트가 무색하게 1인 고객에 애정을 쏟고 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는 싱글 고객들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도록 매장당 10개 정도의 바(Bar) 형태의 자리를 갖추고 있다. 명동 중앙점과 가산점, 광화문점 등 지난해부터 새로 오픈했거나 리모델링하는 매장을 중심으로 1인용 바 좌석 규모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바 테이블은 싱글 고객들이 옆으로 나란히 앉아 식사 중에 서로 얼굴을 마주칠 일이 없다.
아웃백은 또 싱글 고객을 위해 ‘반반메뉴’를 출시하고 있는데 샐러드나 스테이크 등의 양은 조금씩 줄인 대신 한 접시에 두 가지 메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혼자 와서 두 가지 메뉴를 먹고 싶지만 양이 많아 모두 시킬 수 없는 고객들을 위한 것이다.
롯데리아가 운영하는 TGI프라이데이스 역시 3월 초부터 1인용 메뉴인 심플 밀(Simple Meal)을 출시했다. 한 접시에 메인 요리인 스테이크와 샐러드, 사이드 메뉴를 담아 제공하는 것으로 코스 요리를 1인용에 맞게 축약한 것으로 보면 된다. 가격은 쫄깃한 부채살과 오리엔탈 야채 샐러드, 새우 볶음밥의 메뉴를 결합한 ‘그릴드스테이크&샐러드’가 1만5000원, 담백한 돈 등심의 커틀렌 메뉴인 ‘후라이드 포크 스테이크&샐러드’는 1만3000원에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다른 햄버거 전문점에서는 볼 수 없는 바 테이블을 설치해 1인 고객들이 이용하기 편하게 했다.
또 1인 고객용 테이블에는 전기 콘센트까지 설치해 노트북 작업 등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예전에는 1인 고객도 4인용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해 고객이 붐비는 시간에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며 “1인용 테이블을 설치하자 햄버거에 커피까지 보다 느긋하게 즐기는 싱글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패밀리 레스토랑 형식의 스시 전문점 스시로는 1호점과 2호점에 없던 1인용 좌석을 지난해 10월 오픈한 창원 상남점 매장에 마련했다.
지금은 1인석을 둔 매장을 확대해 목동과 발산, 인천 연수, 울산 삼산점에도 1인용 좌석을 갖췄다.
스시로 관계자는 “쇼핑몰 내 입점해 있는 매장은 혼자 쇼핑을 즐기는 20~30대 여성이나 주부 등 1인 고객의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며 “앞으로 신규 매장에 1인 좌석을 더 확보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쌈 전문레스토랑 놀부보쌈의 경우 혼자 매장을 찾는 고객을 위해 놀부정식과 흥부정식을 선보이고 있다.
예전의 보쌈 메뉴는 여러 명이 먹을 수 있도록 대·중·소 크기별로 주문할 수 있었지만, 최근 1인분 메뉴를 출시해 가격과 양도 부담을 덜었다. 1인용 메뉴는 적당 양의 수육과 보쌈김치, 찌개로 구성되며 놀부정식과 흥부정식의 가격은 각각 1만원, 8000원이다.
피자헛은 지난해 말부터 1인용 피자인 ‘스마트런치’를 5900원에 선보이고 있다. 3~4인용인 둥그런 한 판이 부담스러운 1인 고객을 위해 네모 모양의 미니 피자 형태로 만든 것이다. ‘크림치즈 스피니치’ ‘허니 콰트로치즈’, ‘스위트 블루피치’, ‘치즈 스테이크’ 등 4종으로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런치’는 1인 고객뿐만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온 고객들도 먹고 싶은 피자가 제각각 다를 때 주문이 늘고 있다고 한다.
1인석 갖춘 스시로한국 목동점
국내 패밀리 레스토랑은 88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중산층 가정의 외식 문화가 확산되는 것과 더불어 크게 성장했다.
자녀 두 명과 부모 등 4인 가구가 ‘표준 가정’처럼 여겨지면서 레스토랑 테이블도 4인용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졌다. 패밀리 레스토랑 업계 관계자는 “‘패밀리’라는 가치가 중시되던 시절이 지나면서 외식 문화도 바뀌고 있다”며 “이제 식당마다 혼자 식사하는 고객들을 어디서든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한 디저트업계도 더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커피 전문점을 중심으로 알게 모르게 1인 좌석은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디저트 메뉴도 1인용이 출시되는 등 메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엔제리너스커피는 기존에 판매하던 디저트의 절반 크기인 ‘하프브레드’를 지난해 새롭게 선보였다.
하프브레드는 커피와 곁들여 즐기면 맛있는 디저트 메뉴로 혼자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이 디저트나 식사대용으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메이플 카라멜 브레드와 메이플 초코 브레드, 고소한 맛의 갈릭치즈 브레드 3종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엔제리너스커피 관계자는 “하프브레드 메뉴 운영 후 1인 고객의 수가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1인용 디저트 출시 이후 고객이 늘어나자 엔제리너스커피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샌드위치나 케이크, 빵 등을 보강해 1인 고객을 겨냥한 디저트 메뉴를 강화하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던킨도너츠는 ‘미니도넛 세트’로 1인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컬러의 아이싱으로 장식한 미니 사이즈의 도넛을 세트로 구성해 혼자서도 한 번에 여러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작은 크기가 칼로리 걱정도 덜어줘 여성 고객들에게도 인기다. 세트 구성은 미니도넛 4개, 6개, 12개의 3가지로 준비돼 있다.
던킨도너츠 관계자는 “도넛은 여성 고객들이 즐겨 찾지만 칼로리 걱정으로 혼자 여러 개를 먹는 경우는 드물었다”며 “미니 세트 출시 후 혼자 여러 맛을 즐길 수 있게 돼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찬동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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