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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 전 서울대 교수 | 이인호 교수의 교육정책 비판 “경쟁만 있는 것은 공교육이 아니다”
입력 : 2014.04.25 1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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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사람답게 살도록 가르치는 게 아니라 경쟁만 가르친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면 맹수가 더 낫지 않은가. 서로 물어뜯고 사는 사회라면 … . 그러나 사람 사는 사회라면 협조하고 사는 게 더 좋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게 공교육의 목적이다. 사람은 사회 속에서 협조하고 사는 게 좋다는 것을 체득시켜야 한다.”
이에 반해 서열을 매기는 지금 학교의 성적평가 방법은 너무나 반교육적이며 학생들끼리 반목하게 만든다고 했다. 특히 여기엔 돈벌이를 노린 사람들의 힘이 개입됐다고 한다.
“나도 입시제도 거쳤고 미국서 공부도 했다. 미국 학생들도 좋은 학교 가려면 여기 못지않게 공부해야 한다. 그렇지만 미국 아이들은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다. 열심히 했는데도 안되면 차상위 대학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실력만 쌓으면 갈 대학이 있다. 과거 우리도 그랬다. 예전 학생들은 친구가 공부 잘해도 미워하지 않았다. 서로 가르치고 끌어줬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입시제도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면서 공교육을 망쳤다고 한다.
“지금은 전교 1등을 해도 운 나쁘면 대학에 가지 못한다. 그래서 대학 가는 제도 고쳐 우수한 재수생이 없게 하고, 요행이 작용하지 않도록 하자고 했더니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그런 제도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있던 곳이다. 거기서 교육산업에 교육목표와는 먼 돈벌이 위한 힘이 작용하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사람들이 영향을 미쳐선 국가교육이 안된다.”
그는 지금 수능시험은 기준이고 뭐고 없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수능시험 갖고 쉬우니 어려우니 하는 걸 보면 한심하다. 시험의 난이도는 세계의 수준을 고려하고 상급학교에서 교육 받으려면 이 정도 실력은 갖춰야 한다는 것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수준이 그때그때 사람들의 주장에 따라 바뀌는 것은 난센스다. 거기에 따라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바꾸는 것도 잘못이다.”
시험은 깊이 이해하는 학생과 겨우 외우는 학생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수능시험 기준이고 뭐고 없어 그런 면에서 교과서 내 출제라는 주장도 난센스라고 했다.
“사회 전체가 교육장이다. 학교는 핵심만 가르치고 그것에 맞춰 공부해서 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갖추든 지도자가 될 자질을 갖추게 된다. 그런데 (시험의) 기술적 편의와 행정적 편의, 정치적 고려에 따라 교육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럴 바에야 공교육이 무슨 필요가 있나. 사회적 경쟁에 맡기는 게 오히려 낫지.”
교육은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키워주어야 하는데 공교육은 오히려 그걸 저해한다는 것. 공교육이 그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시민들이 사교육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고교 평준화 역시 그런 점에서 실패한 모델이라고 했다.
“어렸을 때 심리적 부담 없앤다고 중학 입시를 없앴다. 그래도 그 때는 거르는 제도가 있어서 가난하지만 우수한 학생이 서울대 가는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평균화 한다면서 역효과가 나오고 있다. 돈 있으면 외국으로 보내고 안방에 사립학교를 차릴 수도 있다. 그런 돈이 엄청나게 밖으로 빠져 나간다. 그 재원이면 이 나라에서 개성에 맞게 특화된 교육을 시킬 수도 있다. 넉넉한 학생들은 사립학교 가고 그들에게 장학금 내게 해 돈 못내는 아이들과 섞이게 해야 한다. 평준화가 역효과를 내고 있다.”
한 마디로 교육당국의 기준이 없기 때문에 나라 교육 전체가 흔들린다는 얘기다.
“지금 교육당국은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 혜택의 평등조차 구분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노약자나 신체부자유자라도 인간의 위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만 그게 모두는 아니다. 그 이상은 인간의 다양한 성향과 다양한 능력에 맞게 스스로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 사회다.”
세상이 달라져 대한민국의 위상이 커졌고, 그 때문에 젊은 아이들에게 주어진 기회는 무궁무진한데 학교만이 아직도 몇 십 년 전 그대로 머물러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철학의 문제다. 국가가 진짜 인위적으로 컨트롤해야 할 부분은 하지 않고 자율에 맡겨야 할 부분은 통제하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원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은 가장 우수하고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모으려면 처우가 좋아야 한다. 옛날 일본 사람들은 철저히 했다. 사범대는 수재만 들어갔고 전액장학금을 줬다.”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사회 전반이 향상될 때 처우를 개선해주지 않다보니 사명감이나 프라이드가 사라지고 교육이 취약지대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전교조는 대안이 아니라고 했다.
“처음 전교조가 참교육을 내세우며 나왔을 때는 그들의 주장에 찬성했다. 교육당국이 관료주의에 매달려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순수한 의미에서 교사들의 참여를 지지했다. 그런데 전교조에 불순세력이 개입돼 지금은 정치집단이 됐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커졌다.”
이제라도 교육은 아이들에게 먼저 공동체를 가르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학교가 무엇인지, 나라를 위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교육시켜야 한다.”
학생들 넓게 보고 강해져야 이 교수는 “대한민국은 구속이 너무 많으니 세계를 우리나라라고 생각하고 나가라”고 젊은이들에게 주문했다. 밖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가 아는 것만으로도 가르쳐 줄 게 많다”는 것. 또 취업을 못해서 걱정하는 젊은이들에겐 “허리띠를 졸라맨다면 자리는 많다”고 했다.
“동구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미국서 바닥 생활을 하며 성공했다. 리투아니아 출신 택시기사를 만났는데 오물처리장에서 일하며 기초를 닦은 뒤 택시운전을 한다고 했다. 그의 아이들은 세계적 명문대학에 다니면서 최고의 지식인으로 성장하게 됐다고 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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