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제일제당 vs 동원F&B ‘연어캔’ 혈투…5년 내 1500억 시장 ‘대어’를 낚아라
입력 : 2014.04.11 17:44:58
-
장수 식품들은 경쟁 제품에 맞서 끊임없이 제품을 개선하며 변하는 세대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 가공 식품시장에서 빅히트를 치는 신제품이 드문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입맛이다. 최근 식품업계는 신제품을 개발하기보다 ‘리뉴얼’이라는 이름으로 기존 제품을 업그레이드해 다시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A 식품업체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마케팅을 펼치고 소비자의 입맛을 잡는 것보다 익숙한 맛을 리뉴얼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가 크다”고 설명했다. 즉 한 번 길들여져 있는 소비자의 입맛을 바꾸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새로운 시장이 형성됐을 때는 먼저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 중에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국내 식품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연어캔’ 시장이다.
작년 처음 형성된 국내 연어캔 시장은 향후 5년 내 15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새로운 시장이다 보니 1위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도 더 치열하다.
연어캔 시장에 가장 먼저 진입한 업체는 식품업계 매출 1위인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월 ‘알래스카 연어캔’을 출시하며 소비자들에게 연어캔 맛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알래스카 연어는 알래스카에서 잡은 100% 자연산 연어를 수입한 것으로 ‘청정해역 알래스카의 자연산’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뒤이어 8월 사조해표가 ‘사조연어캔’으로, 9월 동원 F&B가 ‘동원 연어캔’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시대가 열렸다.
동원 연어캔은 고급 연어어종인 ‘코호(Coho) 연어’를 사용해 육질이 부드러운 프리미엄 제품이다. 사조 연어캔은 참치캔에 이어 안심 따개를 적용해 캔을 열 때 상해 사고의 위험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세 업체 가운데 1위 싸움은 CJ제일제당의 ‘알래스카 연어캔’과 동원 F&B의 ‘동원 연어캔’ 양자의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4월 연어캔 첫 출시 이후 줄곧 시장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9월 ‘동원 연어캔’이 출시되면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
동원 연어캔은 출시된 지난해 9월 점유율이 6.1%에 그쳤지만 10월 16.4%, 11월 26.6%, 12월 34.5%로 급격히 점유율이 높아졌다. 반면 CJ 알래스카 연어캔은 9월 87.2%에서 10월 63.7%, 11월 58.6%, 12월 38.8% 낮아졌다.
이처럼 CJ 제일제당은 점유율에서 위기를 느끼자 ‘네거티브 전략’까지 구사하며 동원 연어캔과 차별화에 나섰다.
자사 제품에는 색소가 첨가되지 않았지만 동원 연어는 색소를 첨가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TV 광고도 한 어린이가 안전한 무첨가 연어를 먹는 장면으로 구성해 동원 제품은 어린이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느낌을 줬다.
이에 동원F&B는 CJ tvN의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주인공인 탤런트 정우를 동원연어의 CF 모델로 채용해 CJ 측을 당혹케 했다.
(왼쪽)CJ 알래스카 연어, (오른쪽)동원 연어캔
이에 대해 동원 관계자는 “CJ 알래스카 연어캔은 명절 종합선물에 포함돼 1월 매출이 일시적으로 극대화됐을 뿐”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이 동원의 고급 연어캔을 선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월은 아직 정확한 점유율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CJ의 알래스카 연어캔의 점유율이 다소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설 선물 세트 잔여분 판매와 CJ제일제당의 2월 마케팅 강화로 매출 측면에서는 동원보다 많을 것으로 유통업계는 보고 있다.
하지만 3월 이후 승패는 어떻게 갈릴 지 아직 미지수다. 4월이면 알래스카 연어 캔이 첫 출시된 지 1년으로 CJ제일제당은 이때까지 확고한 1위 자리를 확보하기를 바라고 있다.
반면 참치캔 1위인 동원 F&B는 연어캔 시장을 CJ제일제당에 내주게 되면 ‘캔 시장 1위’ 업체라는 명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양보없는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일반 식품의 점유율 경쟁은 어느 업체가 ‘1+1행사’나 할인 행사를 오래 지속할 수 있는지에 따라 대개 결정난다. 이렇다보니 영업이익이 줄더라도 이를 감내할 수 있는 큰 업체가 더 유리한 싸움이다.
하지만 연어캔의 경우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과 참치캔 시장 1위인 동원 F&B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어서 식품업계도 최종 승자를 예측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서찬동 매일경제 유통부경제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3호(2014년 04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