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주민하(28)는 예쁜 외모다. 본인은 "정말 예쁘신 분들이 많다. 전 연기를 더 잘해야 할 외모"며 손사래를 쳤지만, 그의 외모는 매력적이다. 그런데 그를 더욱더 주목하게 하는 건 예쁜 외모를 돋보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 해 전 흥행에 실패한 영화 '자칼이 온다'에서 스토커녀로 등장한 그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외모를 포기했다. 극 중 주인공이었던 그룹 JYJ의 김재중을 향한 스토커 연기가 제대로였다.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에 앞서 SBS가 내놓았던 배우 오디션 '기적의 오디션'에서도 예쁜 척하지 않는 연기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여배우니까 예쁘게 나오고 싶은 마음은 당연히 있죠. 하지만 전 연기 쪽으로 더 집중되면 좋겠어요. 제가 마음대로 뭔가를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할 수만 있다면 연기적인 면을 보여줄 수 있는 역할이나 작품을 하고 싶어요. 그게 또 제 직업의 장점이잖아요. 다른 역할을 많이 하고 확 변할 수 있는 거요. 호호호."

주민하의 말처럼 27일 개봉한 영화 '스케치'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스케치'는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지녔지만 세상과의 타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화가 수연(고은아)이 자신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남자 창민(박재정)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남녀 주인공 두 명이 이끄는 영화라 주민하의 비중은 높진 않지만, 극 중 은둔생활을 하는 수연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인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주민하의 예쁜 외모가 도드라진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특성상 주인공 위주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하는 거죠. 그래도 수연과 대화는 제가 더 많은 것 같은데요? 하하하. 저는 수연의 감정을 리드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하는 인물이니 나름의 포인트를 잡고 연기했어요. 연기를 조금씩 배우면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현장에서 배우는게 엄청나게 많아요.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특히 '혼자 막 튀고 싶다'며 연기하면 오히려 더 낭패 보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영화는 고은아의 과감한 노출과 베드신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주민하는 "수연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것 같다. 고은아가 시나리오보다 수연을 잘 소화했다고 생각한다"고 감탄하며 "노출이 있는 걸 알고도 영화를 택하는 건 어려운 결정 같다"고 짚었다.

그도 혹시 노출이 있는 영화에 출연할 의향이 있을까. '와이 낫?(Why not?)'이다. "좋은 역할이면 언제든지"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실은 다음 작품에서 노출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여배우가 벗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영화 '올드보이'에서 강혜정 선배님 역할처럼 극 흐름에서 중요하다면 해야죠. 강혜정 선배님 신이 없었으면 '올드보이'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물론 감독님을 향한 믿음도 정말 중요하고요."(웃음)

극 중 호흡을 맞춘 고은아와의 에피소드도 전했다. 극 중 수연을 목욕시키는 장면을 언급했다. "약간 민망하긴 했어요. 남자배우와 어떤 수위 높은 신이 있는 건 아니었는데, 은아씨랑 하니 더 조심스럽더라고요. 제가 남자배우가 된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와 촬영한 게 은아씨의 첫 노출이었어요.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보여야 하니 더 어렵더라고요. 민망했는데 아닌 척하고 촬영했어요."

19살 때 한 뷰티 브랜드와 잡지가 주도한 모델 선발대회에서 공동 2등을 수상하며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은 주민하. 본격적인 방송활동은 2006년부터 시작했다. 방송활동을 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일 수도 있지만, 인지도가 생각만큼 높지 않다. 주민하는 "조금 늦게 터지려나 보다라고 생각해요"라며 배시시 웃었다.

"일단 저는 신인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여러 가지 작품을 통해 저를 알리고 싶어요. '기적의 오디션'이 특히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관계자들과 미팅할 때 편해졌고, 저를 알아봐 주는 분도 꽤 있으시니까 고맙더라고요.(웃음) 아직 기회는 더 있다고 생각해요. 언젠가는 좀 더 인기 있어지지 않을까요?"

그에게는 활동 영역이 넓어진 게 가장 좋다. 얼마 전에는 KBS 2 인기주말극 '참 좋은 시절'에도 출연했다. 극 중 강동희(옥택연)와 대면했다. 그는 "아이돌은 팬들 때문에 뭔가 대하기 조심스러운 것 같다. '자칼이 온다'에서도 외국 팬들이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물론 지레 겁먹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상업영화나 저예산 영화를 왔다 갔다 하는 건, 작품이 좋으니깐 참여하는 거예요. 그때 못하면 그 역할은 날아가 버리는 거잖아요. 저예산 영화일 수도 있고, 상업 영화를 할 수도 있는 거죠. 전 제 필모그래피를 재미있는 작품으로 채우는 게 가장 중요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연기하고 싶었지만 주변에 예쁜 아이들이 많다는 생각에 인문계로 진학했고, 대학교도 경제학과를 택했다.

주민하는 "지금은 연기라는 진로에 확신이 조금 있다"고 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너는 연기할 팔자'라는 말을 해요. 저도 동의해요. 연기를 안 하고 다른 것을 하거나, 시집가서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못 살 것 같아요(웃음). 어렸을 때 정선경 선배가 출연한 드라마 '장희빈'을 보면서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같은데 언젠간 저에게도 그런 장희빈 역할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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