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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내장형 사전개발에 업계 속앓이…‘블랙박스’ 중기적합 업종? 설왕설래
입력 : 2014.03.10 14:3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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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방자치단체도 법인차량 등에 블랙박스를 달도록 유도하고 있다. 워낙 급속한 성장세에 업계 전문가들조차 블랙박스 시장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정확한 통계가 없고 대략적인 수치를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시장조사업체 IRS글로벌 연구결과에 따르면 국내 승용차 기준 2013년 10월 현재, 30% 내외의 장착률(보급률)을 기록하고 있고 누적 보급대수는 451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내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규모는 2008년 약 4만7000대(90억원)에서 지난해 195만대(4000억원)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는 더욱 늘어난 240만대(5200억원)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블랙박스 시장이 초기 급격한 성장세에 비하면 2014년부터는 정체국면에 들어설 것이라 예상했지만 향후 몇 년간 플러스성장을 할 것이라는 점에는 대부분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번호판 식별불가 3만원대 저가 제품까지 등장 블랙박스는 주로 사고 시 정황 파악이나 범죄 목격자 감식 등 이례적인 상황에 주로 활용된다. 그러다 보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늘 손에 쥐고 사는 스마트폰이나 주행에 즉시 불편함을 체감할 수 있는 내비게이션에 비해 성능에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 가격탄력성은 높은 편이다. IRS글로벌이 20~59세 7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한 자동차용 블랙박스 구입처 설문 결과 인터넷이 40.2%로 압도적으로 높았고 자동차용품점(19.2%), 홈쇼핑(13.1%), 제조사 매장(11.4%)이 뒤를 이었다. 블랙박스 ‘구입 가격대’에 대한 질문에는 성능이 떨어지는 10만원대 미만 초저가 제품을 구매한 8.2%를 제외하고 10만~20만원 미만이 37.2%로 가장 높았고 20만~30만원이 24.3%, 30만~40만원 미만 19.8%로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비율이 낮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인터넷 쇼핑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다수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고가의 프리미엄 정책을 유지한 몇몇 회사를 제외한 다수의 업체들은 소비자들의 구매성향에 맞춰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블랙박스는 중소기업을 비롯 대형사까지 생산업체 1곳 또는 몇 곳에 외주를 주거나 중국에서 완성품을 들여오거나 부품을 들여와 조립하는 형태로 제작된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판매사들은 보다 낮은 단가를 제시하는 생산업체를 찾아 나섰고 수입해 판매하는 업체들은 3만원대 초저가 상품까지 들여와 판매하기 시작했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몇몇 블랙박스 업체의 경우 시장선점을 위해 이익을 남기지 않고 물량공급 확대에만 집중해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례도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업체들이 가격경쟁에만 치우치다보니 유통되는 블랙박스 제품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뺑소니 사고를 당해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하는데 번호판조차 제대로 식별이 되지 않거나, 구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고장이 났지만 AS시스템이 없어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등 다양한 불편사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0년 1100건에 불과했던 블랙박스 상담건수는 2013년 3345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구제 신청건수도 2011년 54건에서 2013년 12월 기준 176건까지 늘었다. 학습효과로 인해 초기에 블랙박스 구매경험자는 해 본 사람들은 물론 새롭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 역시 상대적으로 고성능 제품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승훈 IRS글로벌 연구원은 “일반적인 제품의 경우 보급률이 높아질수록 판매가격은 하락하기 마련이지만 블랙박스는 기술수준의 발달로 고화소 제품이 등장하고 1채널보다 2채널의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판매단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화질이다. 1~2년 전만 해도 대부분의 블랙박스는 VGA급(640x480픽셀로 녹화되는 화면)이었으나 지금은 HD급(1280x720), Full HD급(1920x1080)들이 업계의 주력 제품들이다. 블랙박스 화질이 이렇게 높아진 것은 VGA급 블랙박스의 화질이 좋지 않아 차 번호판조차 식별이 어렵다는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눈을 끄는 다양한 기능도 추가되고 있다. LCD 등 디스플레이를 블랙박스에 직접 장착해 사고 장면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이미 일반화되어 있고 와이파이 통신기능을 통해 스마트폰을 화면을 확인하거나 영상을 실시간으로 유투브에 업로드 할 수 있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제품도 출시됐다.
그러나 성능경쟁이 블랙박스 시장의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지만 아직까지 수준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11월 ‘차량용 블랙박스 가격·품질 비교정보’라는 자료를 통해 따르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품 중 시장점유율과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전방 촬영 전용(1채널) 차량용 블랙박스 21개 업체 31개 제품을 대상으로 품질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평가결과 21개 제품이 번호판 식별성, 시야각, 초당 저장화면 수, 진동 내구성 등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KS(한국산업표준)기준 이하로 나타났다.
2012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술표준원 고시를 고쳐 2013년부터 실시된 블랙박스 ‘KS인증제도’가 1년이 넘도록 실제 KS인증을 받은 블랙박스 업체는 한 곳도 없다. 공장심사, 제품심사, 품질관리 실적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KS인증에 대형업체들도 몇 차례 시도했지만 기준미달로 모두 탈락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에 대해 “KS인증이 의무사항이 아닌지라 중소기업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고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인증에 도전하는 대형업체들은 심사에서 족족 탈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중소기업들의 경쟁의 장이 된 블랙박스 시장은 업체 난립과 품질관리 미흡 등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올해 12월로 결정 예정인 중기적합 업종 재지정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재지정에 반대하는 측은 “신체의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품인 만큼 제대로 된 품질관리와 AS시스템을 갖춘 대기업의 경쟁도 허용해야 한다”는 점을 주요논거로 삼고 있다.
반면 차량용 블랙박스가 중기적합 업종으로 재지정 되어야 한다는 측은 “품질문제는 시장이 성숙해 가는 과정에 시행착오 일뿐 점차 옥석이 가려지며 개선 될 것”이라며 “대기업 진출이 본격화 될 경우 내비게이션 시장과 같이 중소업체 대다수가 고사하는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 항변하고 있다.
동반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2011년 블랙박스 중기적합 업종 지정당시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1%가 채 되지 않았다”며 “기술수준과 시장상황이 많이 변한 상황이기 때문에 재지정 결과나 구체적인 권고사항은 변경될 수 있다”고 여러가능성을 열어 놨다.
순정 블랙박스 양산될까? 업계관심 집중 결과적으로 블랙박스 시장은 다수의 중소기업이 혈투를 벌이는 장이 됐으나 예외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독점적 자동차생산업체인 현대·기아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엠엔소프트는 중기 적합업종 지정 전 사업에 진입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현재 현대모비스의 시판용 블랙박스 사업은 2012년 현대엠엔소프트로 이전해 일원화 한 상태다.
현대·기아 자동차라는 브랜드파워를 내세운 현대엠엔소프트는 꾸준히 시장점유율과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동시에 러시아 등 해외시장 진출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아자동차 신차를 구매하면 현대엠엔소프트 블랙박스 일부 모델을 반값에 제공하는 등 계열사 시너지도 살리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 같은 마케팅이 곱게 보일 리 없다. 한 중소블랙박스 업체 대표는 이에 대해 “자동차 설비나 부품에 해당하는 블랙박스 사업을 지배적 완성차 생산업체인 현대·기아차가 계열사로 운영하며 일감 몰아주기식 이벤트를 펼치는 것은 중기적합 업종으로 지정한 취지에 크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현대엠엔소프트 측은 이에 대해 “업계 리딩 컴퍼니들과 비교해 현대엠엔소프트의 시장점유율은 아직까지 미비한 수준”이라며 “수직계열화가 필수적인 자동차산업의 특성상 기술선진화와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위해서도 블랙박스 사업은 필요불가결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시판용 블랙박스 사업을 이관한 현대모비스는 관련된 연구를 지속하며 더 큰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스마트카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 중인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과 차량용 블랙박스
블랙박스 똑 부러지게 고르기
그러나 막연히 해상도가 높다는 Ful HD급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기보다는 실제로 번호판 식별성 등 영상품질과 동영상 저장성능 등이 우수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수의 시험결과 해상도 등급이 높다고 반드시 영상품질이 같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급적 실제영상을 확인하거나 공신력있는 연구기관의 결과를 참조해 비교해 보고 고르는 것이 좋다.
2. 같은 조건이면 메모리 사용량이 적은 제품 블랙박스 유지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상품질, 내환경성 등이 우수하면서 상대적으로 메모리 사용량이 적은 제품이 유리하다. 같은 조건에서 사용하는 메모리카드 사용량에 따라 교체비용은 최대 4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3. 신차구매 조건 특별할인? 가급적 받지 말자 영업점 혹은 딜러에게 신차를 구매할 경우 개별적으로 블랙박스를 큰 폭으로 할인해 주겠다고 권유하기도 한다. 모든 경우가 그렇진 않겠지만 저가 중국산 제품을 가격을 속이고 달아주는 일도 있고 대형업체의 프리미엄 제품도 실제 인터넷 오픈마켓과 비교해보면 싼 가격이 아닌 경우도 많다.
4. 겨울철 배터리 방전 위험! 전압설정 필요 자동차 배터리는 낮은 온도에서 배터리 소모량이 증가해 겨울철에는 평소와 달리 방전속도가 빨라진다. 상시녹화를 하는 블랙박스로 인해 자동차 배터리가 방전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선 겨울철 자동차 배터리 방전 방지 전압을 평소보다 높은 12V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다.
5. 자동주차기능 필수! 무더운 여름철 일정시간 전원 해제해야 차량용 블랙박스의 주요 구성품인 카메라와 사고영상을 기록하는 메모리카드는 고온에 취약하다. 시중에 유통 중인 대부분의 차량용 블랙박스의 권장 사용온도는 최대 80℃이하로 제시되고 있으며, 소모품인 메모리카드의 경우 최대 85℃ 내외. 고온에서 작동 시 발생하는 화질 저하는 온도가 낮아지면 대부분 회복되나, 잦은 화질 저하는 제품 수명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2호(2014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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