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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합의 지혜 ‘한 번에 한 사람’
입력 : 2014.02.13 10:5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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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종교지도자로서 염수정 신임 추기경 앞에는 무엇보다도 사회 통합이라는 거시적 과제가 떡하니 놓여있다. 이는 그가 피할 수도 피해서도 안 되는 0순위 본령이다. 그는 과연 이 과제에 어떤 답을 내어 놓을까? 나는 그가 이 물음에 직면하여 두 분의 선배를 떠올리기를 바라본다.
그 한 이름은 전 베르골리오 부에노스아이레스 추기경. 그가 추기경으로 서임되던 2001년 아르헨티나는 과거 군부독재시절의 상흔과 경제파탄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을 때였다. 반대급부로 민주화와 서민경제의 회생이라는 이중 과제가 초미의 사안으로 뜨거웠던 시절.
그는 엉뚱한 행보로 일관했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판자촌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4만 5000여 명의 빈민이 사는 그곳은 그저 21에서 24라는 숫자로 불렸는데, 베르골리오 추기경은 그곳과 친숙했다.
그는 자주 도시의 가장 위험한 그곳에 불쑥 나타나서 빨대를 꽂아 함께 마테차를 마시기도 하였고, 고해성사를 주고 미사를 집전하기도 했다. “질퍽거리는 진흙탕 길을 걷거나 우리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그를 기억합니다”라는 증언은 특별하지가 않다. 그곳 주민의 반수가 추기경과 사진을 찍었을 정도다.
그는 사람들을 동원하여 데모하는 대신 그들과 함께하는 삶을 택했다. 이에 언론과 여론은 그에게 집중 관심을 기울이면서 정부 당국과 관계자들의 개선된 자세를 이끌어 냈다. 그가 바로 현 교황 프란치스코다.
다른 한 이름은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단 한 번 만난 추억으로도 하나같이 “그분은 나를 마음으로부터 따뜻이 대해 주었다”고 회상한다. 그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어디 가서든 만나주었다. 서로 원수처럼 지내던 여당과 야당의 당수, 세계적인 톱스타 마이클 잭슨, 소녀 불치병 환자, 사형수 등 한 사람 한 사람이 그에게는 VIP였다. 한 사람을 품음으로써 그는 대한민국, 나아가 통일 한국을 품고자 했다.
염수정 신임 추기경이 이 두 어른의 의중에 공감하기를 바란다. 거기서 마더 테레사의 ‘한 번에 한 사람’이라는 현자적 고백에 대한 맞장구를 듣기를 바란다.
난 결코 대중을 구원하려고 하지 않는다.
난 다만 한 개인을 바라볼 뿐이다.
난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한 번에 단지 한 사람만을 껴안을 수 있다.
단지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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