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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 점령한 LoL게임…성질 급한 한국 게이머에 ‘딱이야 딱’
입력 : 2014.02.07 11: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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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컴퓨터 중 8대는 LoL화면 그런데 요즘 PC방에 가면 스타크래프트의 전성기 인기를 뛰어넘은 게임을 만날 수 있다. 미국의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agends ; LoL)’란 게임이다. 스타크래프트 인기가 절정을 달릴 때 PC방 점유율이 30% 중반 대였는데 LoL의 최근 점유율은 40%에 육박할 정도다. 젊은 학생들이 모인 대학가 주변에는 점유율이 70%도 훌쩍 넘긴다는 것이 대략적인 분석이다. 일렬로 늘어선 10대의 PC중 적어도 7~8대는 LoL 화면이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LoL 인기의 비결은 크게 3가지로 꼽힌다. 첫째는 LoL이 국내 PC방 문화와 궁합이 너무 잘 맞는다는 점이다.
LoL은 흔히 AOS(Aeon of Strife) 장르로 분류된다. 대전액션과 공성전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여러 명이 함께 적진을 공격해 함락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이다.
게임 특성상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결판이 나고 게이머들 간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게임의 속도감도 뛰어나다. LoL은 성질 급한 국내 게이머의 입맛을 사로잡는 AOS게임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
LoL은 통상 5대5로 편을 갈라 상대방과 대치하는 구조다. 빠르면 10~20분 안에 게임 승패 향방이 가려진다. 같은 편인 5명의 게이머 간 원활한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친한 친구 5명이 동시에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면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득을 볼 수 있다. 바로 이점이 LoL을 즐기려는 게이머들을 PC방으로 줄지어 가게 만드는 이유다. 10~20대 특유 또래문화 특성상 LoL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신참 게이머들도 자연스럽게 친구와 섞여 PC방에 가서 보면 이내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는 것이다.
동시 접속, 빠른 속도, 실시간 소통 PC방과 제휴를 통해 게임 홍보에 나선 라이엇게임즈의 전략도 인기몰이 비결로 꼽을 수 있다. LoL은 현재 110명이 넘는 챔피언(캐릭터)으로 이뤄져 있다. 즉 상대방 진영 공격에 나설 캐릭터를 110명의 챔피언 중에서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선택의 폭이 넓다. 그런데 집에서 LoL을 즐길 때와 PC방에서 게임을 할 때 고를 수 있는 챔피언의 숫자에 차이가 있다. 집에서 할 때는 5명 안팎의 챔피언만 고를 수 있는 반면 PC방에서는 제한 없이 아무 챔피언이나 고를 수 있는 것이다.
5대 5로 팀을 이뤄 게임을 즐기는 LoL 특성상 어떤 챔피언을 고르냐에 따라 게임 승패가 바뀔 수 있다. 챔피언 간 조화가 잘 맞는 팀을 꾸려야 승리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전쟁을 하는데 전투기 한 대, 보병 한 부대, 탱크 한대, 선박 두 대로 이뤄진 팀이 보병 다섯 부대나 탱크 다섯 대로 이뤄진 팀보다 유리한 것과 같은 이치다.
조합이 맞는 팀을 꾸리기 위해서는 집에서보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PC방으로 게이머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것이다.
세 번째로는 라이엇게임즈의 무료정책이다. 라이엇게임즈는 LoL에 대해 소위 ‘부분유료화 정책’을 취하고 있다. 게임을 즐기는 것 자체는 돈을 받지 않는다. 집에서 하건 PC방에서 하건 무료로 접속해 마음껏 게임을 즐길 수 있다.
고른 챔피언의 외형을 바꾸거나 챔피언을 내 입맛대로 단장을 하고 싶을 때 소액의 돈이 필요한 정도다. 주머니가 가벼운 청소년 입장에서 얼마든지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점이 게임 흥행의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LoL을 보면 국내에서 게임을 히트시키기 위해 어떤 요인이 중요한지 대략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친구 여러 명이 동시에 접속해 빠른 속도의 게임을 즐기며 실시간으로 소통해 단기간 결판이 나는 전쟁 게임이면 일단 인기 요인은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돈 걱정 없이 게임을 할 수 있는 무료게임이면 금상첨화다.
LoL이 인기를 끌자 대항마 격인 게임도 속속 쏟아지고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게임은 ‘도타2(Dota 2)’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을 꼽을 만하다.
도타2는 미국 게임제작회사인 밸브가 개발해 ‘넥슨’이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AOS게임이다. 자신의 영웅을 조종해 상대방 본진을 점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LoL과 거의 유사하다. 해외에서 시범서비스 중 동시접속자수 3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LoL의 인기를 꺾을 만한 유력한 게임으로는 ‘도타2’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만한 것이 없다”며 “이들 게임의 인기 추이를 보면 한국에서 AOS게임 장르 열풍이 얼마나 더 갈지도 예측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PC게임 시장에서 LoL이 인기를 끄는 사이 모바일 게임은 혼전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다소 복잡한 조작법이 허용되고 화려한 그래픽이 돋보여야 하는 PC게임과는 달리 모바일 게임은 아직까지 단순하고 직관적인 조작과 눈에 쏙 들어오는 서글서글한 디자인이 인기를 끄는 추세다.
최근 매출 순위를 보면 CJ넷마블의 ‘몬스터 길들이기’가 구글플레이·앱스토어 매출 모두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쿠키런, 모두의 마블, 포코팡, 캔디크러쉬 등이 잇는 구조다.
넷마블 관계자는 “몬스터 길들이기, 모두의 마블 등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꾸준한 인기를 끄는 것이 모바일 시장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는 모바일 게임이 PC게임을 닮아가는 등 게임 업종의 ‘하이브리드’ 열풍도 거세질 조짐이다. 북미시장에 출시한 지 하루 만에 100만대 이상 판매기록을 세운 소니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 4’는 콘솔게임 사상 처음으로 ‘클라우드’ 기능을 담았다.
번거롭게 게임 CD를 살 필요 없이 게임기 본체로 네트워크에 접속해 게임 콘텐츠를 바로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 게임 기능을 통해 멀리 있는 친구와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게임 본체를 따로 사야 하는 PS4 등 콘솔게임은 방안에 앉아 홀로 즐기는 대표적인 게임이었다.
하지만 PC로 인터넷에 접속해 하는 온라인게임이 강세를 보이자 네트워크 기능을 대거 탑재해 출시한 것.
모바일 게임도 마찬가지다. 애플이 아이폰5S 행사장에서 시연 게임으로 채택해 눈길을 끌었던 에픽게임즈의 ‘인피니티 블레이드3’나 넥슨이 내놓은 ‘던전앤파이터 귀검사’는 콘솔게임 못지 않게 용량이 크고 그래픽이 뛰어난 높은 사양의 게임으로 꼽힌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이미 유럽 등 시장에서는 모바일 게임 트렌드가 고 사양으로 넘어가는 추세가 뚜렷하게 보인다”며 “큰 화면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태블릿PC 보급이 늘어날수록 모바일 게임 수준이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홍장원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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