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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2억명 시대의 한국영화 국내서 대박… 해외성적표는?
입력 : 2014.01.09 17: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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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흥행 10위 안에 오른 영화 중 여덟 편이 한국영화다. 작년 1월 개봉된 <7번방의 선물>이 그 시작점이다. 20대 스타 배우들 대신 ‘칙칙한’ 남자 배우들로 채운 가족 드라마 <7번방의 선물>은 철저히 관객들의 입소문을 등에 업고 128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지난해 개봉된 영화 중 흥행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가 2위에 올랐다. 한국영화 역사상 최대인 4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되고 틸다 스윈턴, 크리스 에반스, 제이미 벨 등 인기 할리우드 배우들이 출연한 봉준호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는 개봉 전 우려에도 불구하고 전국 관객 934만명을 기록하며 한국영화 흥행을 이어갔다. 3위는 송강호와 이정재, 김혜수가 주연한 <관상>이다. 지난해 9월 추석 시즌을 겨냥해 개봉된 <관상>은 호화 캐스팅에 역사를 교묘하게 비튼 퓨전 사극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총 913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3위에 올랐다. 1000만명 안팎의 관객을 동원한 ‘초대박’ 영화들뿐 아니라 관객 500만~700만명의 ‘중대박’ 영화들도 여럿 등장했다. 하정우와 한석규, 전지현 주연의 액션 스릴러 <베를린>은 716만명의 관객으로 5위를 차지했고 2012년 TV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히트로 가파른 스타덤에 오른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69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영화 영역에서도 그의 위치를 공고하게 만들었다.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주연의 저예산 스릴러 <숨바꼭질>과 가히 충무로의 대세 배우가 된 하정우의 원맨쇼 <더 테러 라이브>는 각각 560만명과 557만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며 한국영화의 여름 흥행을 이어갔다.
한국영화 성장의 또 다른 이유는 소재의 다양화다. 드라마와 코미디, SF와 사극, 로맨스와 공포 등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들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어 여러 취향의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인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과거에는 10~20대 젊은 층이 영화 관객들의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이제는 10대에서 50대까지 관객 스펙트럼이 넓어졌다. 신인 감독들의 성장도 관객의 유입을 도왔다.
지난해 11월 6일 영국 씨네월드 헤이마극장에서 열린 런던한국영화제 특별시사회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과거 한국 영화관을 점령했던 외화의 약세도 한국영화의 부흥에 한몫 했다. 볼거리에 치중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는 달리 화려한 볼거리에 탄탄한 내러티브까지 갖춘 한국영화들이 외화를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한국영화계의 이런 호황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 장담할 수는 없다. 소재 발굴과 신인 감독들의 성장 등 꾸준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더욱이 한국을 제외한 외국 시장에서 한국영화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매년 많은 수의 한국영화들의 판권이 해외에 판매되지만, 일반 상영된 한국영화들이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낸 적은 안타깝게도 없었다. 그러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30일 프랑스에서 개봉된 <설국열차>는 현재까지 역대 최대인 6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CJ E&M은 중국과 베트남에 이어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지난 8월 김성수 감독의 <감기>를 직배로 유럽 관객들에게 처음 소개했다. 소재영, 김창래 감독의 독립 영화 <렛 미 아웃>은 비록 소규모였지만 한국과 미국에서 같은 날 동시 개봉되기도 했다. 이런 점으로 볼 때 최근 성황리에 마무리된 런던과 파리의 두 한국 영화제는 주목 받을 만하다. 지난 10월 29일부터 11월 5일까지 열린 파리한국영화제는 이준익 감독의 <소원>과 홍상수 감독의 <우리 선희>를 개·폐막작으로 장편 23편, 단편 22편 등 모두 45편의 한국 영화를 5개 섹션에서 프랑스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또 파리한국영화제 직후에 열린 런던한국영화제는 개막작인 <숨바꼭질>과 폐막작 <고령화가족> 외에 <7번방의 선물> <감기> <몽타주> 등 총 42편의 한국영화들을 준비했다. 두 영화제 모두 상영 편수는 2012년과 대동소이했지만 각각 5000여 명의 관객들이 영화제를 찾았고, 이 중 약 80%가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이었다. 런던이나 파리, 뉴욕 등 영화의 핵심 거점 시장에서 한국영화들을 패키지로 소개해 그들 사이에서 한국영화 붐을 자연스레 일으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태상준 영화진흥위원회 KoBiz 편집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0호(2014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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