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어 다간 전 모사드 국장 | 중동 부자나라 비즈니스 기회 여전히 많다

    입력 : 2013.12.20 14: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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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어 다간은 최초로 이스라엘 비밀 특공대를 만들었다. 이 특공대는 아랍인으로 위장하고 적의 근거지에 깊숙이 침투해 활동했다. 날마다 목숨을 걸고 잔인한 싸움을 계속했다. 거의 매일 밤 그들은 여자나 어부로 위장하고 이름이 알려진 테러리스트들을 찾아다녔다. 그들은 아랍 테러리스트로 위장하고 파타(Fatah,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최대조직) 단원들을 매복 장소로 유인한 뒤 사살했다.… 대원들은 모험심이 강하고 비밀스러운 사령관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들은 다간을 ‘어둠의 왕’이라고 불렀다.” 이는 <이스라엘 비밀정보기관의 위대한 작전들 : 모사드>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제10대 모사드 국장인 메이어 다간에 대한 내용이다. 미국 CIA, 영국 MI6와 더불어 ‘세계 최고 첩보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스라엘의 모사드 중심에는 다간 전 국장이 있었다. 1970년대 이후 기밀작전들이 잇따라 실패해 요원들이 포로로 붙잡히는 등 퇴락의 길을 걷고 있던 모사드에 본래의 명성을 되찾게 해준 인물이 바로 다간 전 국장이다. 그는 2002~2011년 동안 총리가 세 번 바뀌는 상황에서도 모사드 수장으로서 흔들림이 없었다. 이는 모사드 국장 재임기간 중 역대 두 번째 긴 것이며 무엇보다 이란 핵개발을 지연시킨 게 그의 최대 업적으로 꼽힌다. 작은 체구와 푸근한 인상의 전략가 이 정도 경력을 살펴보면 흔히 스파이 영화에서 나올 법한 건장한 체격의 첩보원을 떠올릴 수 있다. 특히 “조국을 위해 가장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을 처리한다는 자부심이 존재의 이유”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무뚝뚝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한다. 그러나 제14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을 처음 방문한 다간 전 국장의 실제 모습은 180도 달랐다.

    아무리 1945년생이라고 하더라도 ‘첩보원 포스’가 남아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오히려 ‘옆집 아저씨’의 푸근한 인상이었다. 160cm 정도밖에 되지 않은 작은 체구에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그 이유는 20대에 참전한 6일 전쟁(제3차 중동 전쟁)에서 입은 부상 탓이다.

    그리고 그는 항상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고, 농담을 잘 건넸다.

    세션에 참석한 다간 전 국장을 사회자가 소개하자 “굿모닝”이라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마이크 상태가 좋지 않아 사회자가 말을 끊고 음향을 조절해달라고 주최 측에 요구했다. 마이크 상태를 점검한 이후에 다간 전 국장은 다시 “굿모닝”이라며 강연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또다시 마이크 문제가 있었다. 다시 마이크 상태를 점검한 이후 말문을 연 다간 전 국장은 “이 정도로 ‘굿모닝’을 많이 했으니까 모두들 안녕할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고 농담을 전해 서울 쉐라톤워커힐 비스타홀에 모인 1000여 명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강연에 이어 인터뷰가 진행되면서 다간은 전략가로서의 이미지를 드러냈다.

    ‘모사드’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활약상에 대해 묻자 그는 웃음을 지으며 “모사드와 관련된 책들은 많은데 나에 대한 활약상은 ‘가십’에 대한 것이 많다”며 “책 내용을 그대로 믿지 말라”고 했다. 그는 비밀 정보조직 수장이었다는 특성상 모사드의 작전 등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겠다는 전제조건을 달고 1시간가량 인터뷰에 응했다.

    북한은 이미 핵보유, 이란은 핵무기화 직전 다간 전 국장은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며 이러한 지위를 활용해 돈벌이 차원에서 이란, 시리아 등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고 단언했다.

    단순히 추측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얘기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중동지역에서 유일한 핵보유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로선 이란의 핵개발이 최대 위협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사드는 이란의 핵개발을 억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계획을 영구히 중단시키는 데는 실패하고 핵개발을 지연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모사드>책에 따르면 다간이 모사드 국장으로 임명됐을 때 전문가들은 이란이 2005년 핵전쟁 수행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후 이 예상 시기는 2007년, 2009년, 2011년으로 미뤄졌다. 그리고 2011년 그가 국장직에서 물러나면서 그는 이란의 핵개발이 적어도 2015년까지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이란 핵개발 계획 지연’이 사실상 최고 목표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가장 최신 정보를 많이 수집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러한 이란 핵개발 과정에서 북한의 ‘큰 역할’이 확인됐다고 다간 전 국장은 밝혔다.

    그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계획 과정에서 북한이 많은 역할을 했다”며 “북한은 핵무기 실험도 하고 이를 멀리 날려버릴 수 있는 능력도 갖춰 사실상 핵보유국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란 핵개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북핵 문제를 ‘남의 나라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못지않게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북한에 대해 매우 구체적인 최신 정보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다간 전 국장은 “북한의 핵무기 실험이 100% 성공하지 못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귀띔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가 파악하고 있는 북핵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이에 대한 그의 답변은 다음과 같다. “핵무기 보유국이라고 하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핵무기에 대한 지식이 있고, 이러한 지식을 활용해 응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며 이를 기반으로 무기와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러한 지위를 이용해 이란, 시리아 등의 중동 국가는 물론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등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란의 경우, 현재 무기 개발을 제외한 나머지 조건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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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무기 수출·도발 가능성 낮아 바로 북한 도발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가능성이란 언제든지 배제할 수 없지만 확률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의 분석은 이랬다.

    “북한은 현재 중국의 ‘지지(support)’와 러시아의 ‘인내(tolerate)’에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북한이 도발을 한다면 이러한 지지와 인내는 사라져 자동적으로 국제 개입이 이뤄질 것이기 때문에 도발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특히 이란, 시리아 등과 무기 거래를 하고 있지만 외교 관계가 탄탄하지 못한 것도 북한의 약점이라고 다간 전 국장은 진단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순전히 돈 때문에 하는 것”이며 “이란과 북한과의 관계는 정치·외교 관계라기보다는 무기 거래 차원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란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은 소수 그룹이 하기 때문에 이들의 움직임을 탐지하기 어려운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란 화해 제스처 믿을 수 없어 다간 전 국장은 최근 미국과 이란의 화해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란의 제스처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여기에는 편견이 어느 정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하거나 폐기할 가능성은 낮다”며 “이란에는 현재 2만대 이상의 원심분리기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란이 최근에는 우호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언제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할지 알 수 없다”며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 중단 등 실질적인 변화를 보이기 전까지는 국제적인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핵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미국 대통령이 이란 정상과 직접 접촉한 것은 이란 혁명이 있었던 1979년 이후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사람 모두 핵문제 해결을 위한 전담 팀을 만들었으며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혀 미국과 이란 간 화해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란 핵무장을 최대 위협으로 보는 이스라엘은 이러한 미국과 이란 간 외교적 대화 분위기에 제동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급진 무슬림 입지 약화 다간 전 국장은 전반적인 중동 정세와 관련해 급진적인 무슬림 세력들의 입지가 점차 약화된다고 진단했다.

    이집트에서는 이슬람 세력인 무슬림 형제단이 지지하는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군부에 의해 축출당하면서 급진 세력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간 전 국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기타 걸프 국가들이 무슬림 형제단에 대한 지원을 끊고 있다”며 “무슬림 형제단을 지원해 타격을 입었던 카타르도 이제는 사우디와 같은 기조의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분쟁중인 가자지구를 장악한 무장 정파 하마스도 점차 영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다간 전 국장은 분석했다. 그는 “하마스의 세력 악화는 이스라엘과의 분쟁 때문이 아니라 후원세력이 점차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동 비즈니스 국가별로 접근해야 다간 전 국장은 “전 세계 컨설팅 업체들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을 기회의 땅으로 주목하고 있다”며 “중동지역을 ‘한 묶음’으로 볼 것이 아니라 개별 국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모사드 국장 퇴임 이후 현재 에너지 회사인 ‘걸리버 에너지’의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중동 지역에 정통한 비즈니스맨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중동지역에서 많은 기회가 열려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사우디아리비아 등 정세가 안정된 부자국가들이 많다”는 그는 “이러한 부자국가들의 특징은 ‘오일머니 기반 경제체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데 이러한 국가들의 경제기반 전환 추진과정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용승·안정훈 매일경제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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