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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열 기자의 혼맥지도] ⑲ 대성그룹 김수근家 | 소박한 혼맥·2세 6남매 모두 경영현장에
입력 : 2013.12.20 13: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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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수근 명예회장은 1947년 5월 10일 직원 4명으로 대구시 북구 칠성동에서 연탄제조 및 무연탄판매를 하는 대성산업공사를 설립했다. 오늘날 대성그룹의 모체가 바로 이 대성산업공사다. 그로부터 65년이 흐른 현재 작은 연탄제조업체는 대한민국 굴지의 에너지기업으로 성장했다.
근검절약을 기반으로 오직 ‘에너지’ 한 분야에 집중해 대한민국 대표 에너지그룹을 만들어낸 대성그룹 창업주 고 김수근 명예회장과 가문을 살펴봤다.
김영훈 대성홀딩스 회장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10대그룹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했던 대성그룹은 사세 확장보다는 내실 위주의 보수적 경영에 치중하면서 현재의 그룹 사세는 다소 줄어든 상태다.
대성그룹은 현재 장남-차남-3남으로 경영분리가 돼 있다. 장남인 김영대 대성(주) 회장은 대성산업, 대성쎌틱, 대성계전 등 8개 계열사를, 차남인 김영민 회장은 서울도시가스를 기반으로 일군 SCG그룹을, 3남 김영훈 회장은 대성에너지(구 대구도시가스)를 중심으로 한 대성홀딩스그룹을 맡고 있다.
고 김수근 명예회장은 1916년 대구에서 부친 김두윤씨와 모친 손정조씨의 3남1녀 가운데 장남으로 태어났다. 비교적 넉넉한 가정이었지만 그가 10살이던 무렵 부친을 여의면서 가세가 기울고 어려움을 겪었다. 고학으로 중학교를 졸업한 후 대구상고에 진학했지만, 힘든 가정형편과 동생들의 학비로 인해 3학년때 중퇴했다.
그리고 17세의 나이에 일본인이 경영하던 연탄공장(삼국석탄 대구지점)에 점원으로 취직했다. 이렇게 연탄과 인연을 맺은 김수근 명예회장은 성실과 정직으로 신임을 받았다. 1940년 일본 유학길에 올라 일본대학 법학부를 졸업한 그는 1947년 대구 칠성동에서 대성산업공사를 설립했다.
청빈하고 꼼꼼한 성격은 김수근 명예회장만의 특징이었다. 그는 출장 영수증을 빠짐없이 챙기는 것은 물론이고, 경비가 남으면 회사에 반납하기도 했다. 특히 외국 호텔 객실에 비치된 일회용 비누를 쓴 뒤, 집에서 쓰기 위해 가져온 적도 있다. 이처럼 청렴한 경영을 하다 보니 회사의 이익은 쌓여갔고, 정치권의 부탁 역시 많아졌다. 하지만 김수근 명예회장은 이런 정계의 부탁을 초연하게 거절했다. 친구였던 김성곤 공화당 재정위원장(쌍용그룹 창업주)의 정치헌금 부탁을 거절해 세무조사를 받기도 했다. 경영철학 역시 남달랐다. ‘번 만큼 투자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이를 일관되게 지켰다. 그래서 ‘한 우물 경영’이 가능했다.
정치권과도 일정거리를 두고 지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수근 명예회장의 막내딸인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날 대표가 지난해 대통령 선거 때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캠프(현 대통령)에 합류한 것이 눈길을 끌 정도다.
김수근 명예회장은 1942년 세계기독교여자절제회 한국지부 회장인 여귀옥씨와 결혼했다. 대성그룹이 종교계에서 손꼽히는 명문가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도 바로 여귀옥 여사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은 대구 남산교회에서 식을 올렸다. 양가 어머니가 이 교회의 신도였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여 여사와의 사이에 4남3녀를 뒀다. 장남 영대씨와 차남 영민씨, 막내 영훈씨, 장녀 영주씨, 차녀 정주씨, 막내인 성주씨 등이다. 4남 영철씨는 1973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먼저 떴다.
김수근 명예회장은 자식농사를 잘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장남 영대씨, 차남 영민씨, 3남 영훈씨, 장녀 영주씨가 모두 서울대를 졸업했으며, 차녀 정주씨와 3녀 성주씨는 이화여대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장남인 김영대 대성(주) 회장은 경북사대부고를 졸업한 후 서울대 법대 및 서울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차녀 정주씨는 이화여대 영문학과 졸업 이후, 미시간주립대를 거쳐 1989년 하버드대학교에서 신학박사를 취득했다. 3남 영훈씨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미국유학을 마치고, 시티은행 서울지점에서 일한 바 있다.
장남 영대씨는 현재 대성(주) 회장. 그는 어머니 친구 소개로 1971년 혁명재판소시절 검사를 지낸 법조인 차영조씨의 딸 정현씨와 결혼했다.
영대씨는 1970년 대성산업의 관리이사 겸 영등포공장(현 신도림역 디큐브시티 자리)의 건설책임자로 입사했다. 부인인 차정현 여사는 서울대 음대를 졸업했다.
김영대 회장 부부는 정한-인한-신한 등 3형제를 두고 있다. 장남 정한씨는 대성산업에서 일하고 있다.
1997년 서울 덕수교회에서 대원외고 동창인 전성은씨와 결혼했다. 차남 인한씨는 미국 버지니아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그는 고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과 후배인 이내리씨와 2002년 결혼했다.
막내 신한씨는 미시간대 컴퓨터공학 석사 출신으로 삼성전자를 거쳐 현재는 대성산업의 신사업을 맡고 있다. 특히 본사를 서울 인사동에서 신도림동으로 옮긴 이후, 디큐브시티를 기반으로 한 유통사업부와 건설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신한씨를 주목하고 있다. 김영대 회장의 3남이지만, 형들보다 먼저 대성산업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10월에는 자신이 8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개인회사 에이원을 통해 대성합동지주의 지분을 새로 취득했다는 점도 신한씨를 돋보이게 하고 있다.
김수근 명예회장의 차남 영민씨는 친지의 소개로 서울대 음대 출신 민명옥씨와 1970년 결혼했다. 명옥씨의 부친은 유화증권 사장을 지낸 민유봉씨다. 영민씨는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현재 서울도시가스를 기반으로 한 SCG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슬하에는 은혜-요한-종한 등이 있다.
3남 김영훈 회장은 93년 박영창 목사의 소개로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의 차녀인 김정윤씨와 결혼했다.
김영훈 회장은 최근 대구에서 열린 ‘2013 세계에너지총회’에서 세계에너지협의회 공동의장에 취임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사업구조 역시 대구도시가스를 기반으로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자원화 사업 에너지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장녀인 김영주 대성홀딩스 부회장은 1975년 서울대 의대 출신 내과전문의인 신현정씨와 결혼했다. 현정씨는 개인병원을 운영한 후 도시가스설비회사인 알파서비스를 경영하고 있다. 이들 부부는 정희-명철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김 부회장은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크랜부룩미술원에서 미술공부를 한 뒤 현재 사회사업과 여류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 대구도시가스 고문 해외업무 파트를 맡아 경영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인테리어 디자이너로도 잘 알려져 있다.
차녀 김정주 대성홀딩스 사장은 하버드대 신학박사 출신으로 연세대 교수를 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던 막내딸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사장은 하버드 동창생인 딘 고달드와 결혼해 딸 지혜를 두고 있다.
창업동지이자 동생들인 김의근·문근씨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첫째 남동생인 고 김의근 대성산업 전 사장은 부인 양제선씨와의 사이에 둔 3남2녀를 통해 조촐한 혼맥도를 만들었다. 김의근 전 사장의 장남 영준씨는 김성섭 전 대한모방 회장의 딸 김순미씨와 결혼했으며, 3남 영목씨는 홍대식 전 산업은행 부총재의 딸인 홍은주씨와 결혼했다. 현재 영봉씨는 모토닉(구 창원기화기공업) 대표를 맡고 있으며, 대성정기 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3남 영목씨도 모토닉에서 일하고 있다.
둘째 동생인 고 김문근 전 대성광업개발 회장도 김정희씨와 사이의 4남1녀를 모두 결혼시켰으나 특별하게 눈에 띄는 사돈가는 보이지 않는다. 장남 영범씨를 비롯해 3남 영천, 4남 영석씨가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 외동딸인 은주씨는 연세대 의대교수인 박영철씨와 결혼했다.
(위)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대표, (아래)신도림 디큐브시티
첫째 동생인 김의근 회장이 대성정기와 창원기화기공업(모토닉)을 갖고 가장 먼저 독립했다. 이어 2001년 4월에는 막내동생인 김문근 회장이 대성광업개발을 맡아 분가했다. 대구공고 출신의 김문근 전 회장은 대한중석에서 일하다가 1950년대에 대성그룹에 합류했다.
2001년 6월에는 김수근 명예회장의 아들 3형제가 2차 계열분리를 통해 분가했다. 장남인 김영대 회장이 대성산업을, 차남 영민씨가 서울도시가스, 3남 영훈씨가 대구도시가스를 각각 분리 경영하기로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형제간 잡음이 일어나 재계의 눈총을 받았다. 같은 해 8월에는 막내 김성주 회장의 성주인터내셔널 역시 대성그룹에서 분리됐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매경 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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