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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올림푸스의 주력은 ‘미러리스’ | 오가와 하루오 올림푸스 이미징사업부 사장
입력 : 2013.12.20 11: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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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D E-M1(이하 E-M1)에 올림푸스가 개발한 모든 기술을 담았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실렸다. 자사의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고 수많은 카메라 앞에 선 모습에선 독기가 느껴졌다. 지난 10월 14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신제품 발표회 후 만난 오가와 하루오 사장은 바쁘고 피곤한 일정 중에도 표정이 밝았다. 그만큼 자신감이 넘쳤다.
“올림푸스는 창립 이후 94년 동안 현미경, 내시경, 카메라 등 관련 사업을 하면서 렌즈 기술력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타사와 구별되는 디자인과 기술력도 우리만의 경쟁력입니다.”
“그건 틀린 표현입니다. 기술적으로 DSLR과 미러리스를 통합할 수 있는 E-M1이 탄생한 것이죠. 덕분에 이 카메라로 올림푸스가 지금까지 출시한 60개 이상의 렌즈를 모두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지금 현재로선 캐논이나 니콘처럼 DSLR 카메라를 출시할 계획이 없습니다. 어쨌든 큰 카메라까지 만들게 되면 개발 리소스가 분산되거든요. 그건 이도저도 아니죠. 지금 올림푸스에게 중요한 건 캐논이나 니콘에선 볼 수 없는 올림푸스 만의 카메라입니다.”
타사에선 만날 수 없는 올림푸스 만의 카메라…. 여기엔 현재 올림푸스가 처한 상황이 반영돼 있다. 일례로 지난해 올림푸스 이미징사업부의 매출은 적자였다. 업계에선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는 시장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했다는 평이 돌기도 했다. 한때 카메라 사업이 승승장구하며 그룹의 이미지를 높였지만 내시경 분야 세계 1위 등 메디컬 사업군에 비해 현저히 낮아진 매출이 현재로선 아킬레스 건으로 돌아왔다.(지난해 올림푸스 그룹의 매출은 약 7000억엔. 그 중 영상사업 분야는 약 1000억엔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제 위치로 돌려놓기 위해 오가와 사장은 취임 이후 중장기 계획을 모두 바꿔 나갔다.
“우선 올림푸스의 기술 로드맵을 확립했습니다. 총 14개의 기술 로드맵이 있는데, 각각 5년 후 기술의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사장에 취임하기 전부터 젊은 엔지니어들과 2개월에 한 번씩 신기술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올해가 3년째인데 그 성과가 E-M1에 담겼습니다. 5축 손떨림 방지 기술이나 EVF 전자식 뷰파인더를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늘 입버릇처럼 강조한 ‘기술중심’을 실천하기 위해 동경 신주쿠에 있던 사무실을 공장이 있는 하치오지로 옮겼다. 개발팀과 늘 소통하겠다는 오가와 사장의 의지이자 비전이었다. 그룹 업무를 위해 신주쿠로 이동할 땐 지하철로 이동했다. 역사 내 광고판이나 사람들의 차림, 대화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소비자 트렌드를 익혀나갔다.
“사무실은 지난해 8월에 옮겼습니다. 기술을 가장 중요시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은 바람이 담겼지요. 올림푸스 이미징의 사장이자 그룹의 임원이기 때문에 매주 두 번은 신주쿠를 찾는데, 한 시간 거리를 지하철로 이동합니다. 소비자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어요. 출퇴근도 지하철로 하는데, 그건 기업문화랄까요. 올림푸스는 계열사 사장이라 해도 정말 필요할 때가 아니면 회사차를 이용하지 않거든요. 기술 외에 모든 호화로운 것들과 거리를 두고 싶습니다.”
직원들에게도 자사 제품을 100% 숙지해 소비자에게 전달하도록 했다. 특히 개발자들에겐 매달 1000장의 사진 촬영을 의무화했다. 그 결과 카메라 전문지들의 평가가 달라졌다. E-M1의 경우 독일 ‘포토(Foto)’誌 평가에서 역대 렌즈 교환식 카메라(DSLR·미러리스 포함) 중 가장 높은 점수(91점)를 받았다. 이는 캐논의 5D 마크3(87점)나 70D(87점), 니콘 D800E(86점), D7100(85점) 등 DSLR 카메라보다 높은 점수다.
“현재 전 세계 카메라 시장은 약 2000만대 시장입니다. 올림푸스는 그중 100만대 판매를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현재는 약 70만대 수준이죠. 그래서 한국시장의 도움이 절실합니다.(웃음)”
“물론 ‘캐논이나 니콘, 삼성도 있는데 올림푸스가 이길 수 있겠어?’ 라고 의문을 품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사에는 없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만 합니다. 또 하나, 올림푸스의 카메라 역사는 75년이나 됩니다. 그 동안 대부분 콤팩트 카메라를 판매했는데, 올해는 지난해 출시량의 절반으로 생산량을 줄였습니다. 타사는 20% 가량 줄이겠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콤팩트 카메라 시장은 이미 절반으로 감소했습니다. 정확히 밝힐 순 없지만 어떤 회사는 어마어마한 재고로 고통 받고 있을 겁니다. 물론 올림푸스도 적자를 단 한 번에 만회 하는 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말한 전략을 제대로 진행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오가와 사장이 생각하는 진정한 라이벌은 어떤 브랜드일까. “파나소닉과 소니가 굉장한 기술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렌즈 기술만큼은 우리가 한 수 위죠. 렌즈는 올림푸스가 넘버 원입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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