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0년 역사 싱글 몰트 스카치 글렌 그란트…화사한 과일향 뒤 우아한 헤이즐넛의 여운

    입력 : 2013.12.20 11: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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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을 여니 부드럽고 그윽한 과일향이 먼저 다가왔다. 말린 자두와 사과 향에 솔향을 더한 듯 신선했다. 잔에 따른 술에선 엷은 황금빛이 돌았다. 한 모금 입에 무니 달콤한 과일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오크통 숙성이니 보통의 스카치처럼 살짝 그을린 참나무향이려니 했던 선입관을 깨는 기분 좋은 맛이다. 목 넘김은 짜릿했다. 그것도 전혀 거슬리지 않고 기분 좋을 만큼 부드럽게 넘어갔다. 목 깊은 곳까지 달콤한 여운이 길게 느껴졌다. 그렇게 잠시 음미한 뒤 다시 잔을 드니 이번엔 달콤하면서도 우아한 헤이즐럿풍 너트향이 다가왔다. 위스키 풍미가 이처럼 다채롭게 바뀔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글렌 그란트 16년은 그렇게 싱글 몰트 스카치의 새로운 느낌을 남겼다. 세계적 위스키 평론가 마이클 잭슨도 비슷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오랫동안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위스키는 꽃향기 느낌처럼 화사한 글렌 그란트다. 나는 19살 때 글렌 그란트 증류소를 처음 방문했는데 그때부터 글렌 그란트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요즘 마시는 글렌 그란트는 처음 사랑에 빠졌을 때보다 훨씬 더 훌륭한 맛과 향을 보여준다.”

    10년산 세계 최고 싱글 몰트 꼽혀 글렌 그란트는 16년 외에도 10년산, 메이저스 리저브와 다양한 연도의 한정본을 내고 있는데 숙성 기간에 관계없이 위스키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위스키 평론가인 짐 머레이는 ‘2013 위스키 바이블’에서 베스트 싱글 몰트 스카치로 글렌 그란트 10년을 뽑았다. 세계 4500여 종의 위스키를 비교한 그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만큼 품질이 향상됐지만 글렌 그란트가 돋보였다고 했다.

    짐 머레이는 “글렌 그란트의 고품질 버번 캐스크(오크통)와 양질의 보리가 보기 드믄 걸작을 만들어냈다”며 “10년산에서 최고를 내기는 아주 어려운데 글렌 그란트는 차분하게 이 일을 해냈다”고 극찬했다.

    짐 머레이는 향과 맛, 뒷맛, 밸런스 등을 가려 위스키를 평가하는데 글렌 그란트의 경우 전 항목에서 95% 이상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이 스카치가 “색깔은 아주 우아하며 부드러운 아몬드향 여운을 남겼다”고 평했다.

    한편 지난해 얼티메이트 베버리지 챌린지에선 글렌 그란트 16년이 96점, 10년이 92점을 받았다. 글렌피딕 18년과 글렌리벳 18년이 94점을 받은 것과 비교된다.

    싱글 몰트의 본산서 생산 스코틀랜드 북부의 하일랜드는 예부터 이름난 곡창지대다. 특히 스페이강이 흐르는 스페이사이드는 양질의 보리와 청정한 물을 갖춰 싱글 몰트 스카치의 본산으로 불린다.

    170여 년 역사의 글렌 그란트가 뿌리를 내린 곳이다. 글렌 그란트의 역사는 제임스 글란트가 양질의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한 184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가문을 이어오던 글렌 그란트는 1972년 글렌 리벳을 합병했고 이후 시바스 컴퍼니를 거쳐 2006년 이탈리아의 세계적 음료 재벌 캄파리 그룹의 일원이 됐다. 이 회사의 위스키는 화사한 과일향이 나며 입안에서 아주 부드럽고, 헤이즐럿을 비롯한 견과류의 여운을 남기는 게 특징이다. 두 번 필터링을 거쳐 순수한 느낌을 준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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