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sight] 소니는 왜, 새 빌딩 지은지 2년만에 팔았을까

    입력 : 2013.10.18 13:14:01

  • ◆ NRI가 제안하는 저성장 극복전략 ② / 파트너십 통한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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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대표 기업인 소니ㆍ파나소닉은 올해 초 핵심 건물을 매각했다. 소니가 매각한 오피스는 본사 사옥 다음으로 중요시되던 소니 시티 오사키(Sony City Osaki) 빌딩으로 과거 테크놀로지센터 터에 연구개발형 사무실을 세운 것이다. 그러나 소니는 2011년 완공 2년 만에 이 빌딩을 1111억엔(약 1조20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은 최근 소니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의 완전 자회사와 올림푸스에 500억엔을 출자하기 위한 자금 조달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파나소닉도 올해 3월 파나소닉 도쿄 시오도메(Panasonic Tokyo Shiodome) 빌딩을 일본부동산투자신탁(J-REIT) 등 일본 국내 투자자들에게 507억5000만엔(약 5500억원)에 매각했다.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듯, 일본 부동산 시장은 장시간 불황과 고통을 통해 시장 성숙화와 사업 모델 고도화가 이뤄졌다. 이처럼 일본 부동산 시장을 성숙시킨 배경으론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개인과 기업들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개인과 기업들은 투자부동산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부동산 소유에 대한 리스크를 체감했다. 이 경험은 부동산을 소유자산에서 활용자산으로 보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덕분에 유동화 시장 확대, 기업의 전략적 부동산 관리(CRE)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앞서 언급한 소니ㆍ파나소닉 사례가 CRE 측면에서 기업이 부동산 자산을 단순 보유 고정자산이 아닌 신규사업 확장을 위한 경영 자산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두 회사는 보유 부동산의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사업에 활용했다.

    둘째, 일본은 부동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사업모델로 확장시켰다. 일본의 종합부동산개발업자(디벨로퍼)들은 소비자들의 부동산 인식 변화에 대응해 개인 보유 부동산 개발 위탁, 공동 개발을 통한 사업 확대 등 수익모델을 만들어 사업을 펼쳤다. 개발업자들은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장기간 임차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덕분에 투자비를 낮추고 사업 리스크를 줄여 사업성을 확보했다. 높은 토지 매입가는 부동산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자신이 직접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을 개발하기보다는 개발 위탁 또는 공동 개발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활용하고 이를 통해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일본 미츠이부동산은 '렛츠(Let's) 사업이란 모델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객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직접 활용할 수 있는지, 상속ㆍ매매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언을 제공한다. 고객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확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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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째, 금융 상품과 부동산을 결합시킨 부동산 금융시장이 성장했다. 자산유동화를 활용하는 부동산 펀드ㆍ리츠 등이 이 같은 사례다. 일본의 부동산 리츠 시장은 우리나라(2002년)보다 불과 1년 앞선 2001년 시작됐으나 자산 규모가 10조엔(108조원), 상장 리츠 수는 41개로 한국보다 10배 가까이 성장했다. 한국 리츠 시장 규모는 현재 약 10조원이며 공모 비율은 10% 미만이다. 일본 리츠 시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상장된 리츠의 사업 주체가 종합부동산회사나 상사 등 주로 부동산 사업을 실제로 하고 있는 기업들이란 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자금을 100% 투자하기보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개발하고 이들이 보유한 운영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업 모델로 리츠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모형 비상장 리츠ㆍ펀드가 중심이 되고 있는 점과 대조적이다. 국내 기업도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가격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업가치 하락과 부동산 보유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또한 기업들은 성장을 위한 신규사업, 해외시장 개척 등에 신규 투자금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들도 보유 부동산 유동화를 통한 자금조달 등 CRE를 통한 부동산 자산의 적극적인 활용과 개발 기능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엔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한 진정한 디벨로퍼가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쟁력을 갖춘 디벨로퍼 사업의 육성이 절실하다. 일본 외에도 미국ㆍ호주 등 대형상업시설과 유통업체들도 리츠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고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불황일수록 수익형 부동산을 경쟁력 있게 기획ㆍ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한층 더 중요시된다.

    [최자령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부동산·공공컨설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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