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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소니는 왜, 새 빌딩 지은지 2년만에 팔았을까
입력 : 2013.10.18 13: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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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RI가 제안하는 저성장 극복전략 ② / 파트너십 통한 부동산과 금융의 결합◆
아픔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듯, 일본 부동산 시장은 장시간 불황과 고통을 통해 시장 성숙화와 사업 모델 고도화가 이뤄졌다. 이처럼 일본 부동산 시장을 성숙시킨 배경으론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개인과 기업들의 부동산 자산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 개인과 기업들은 투자부동산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부동산 소유에 대한 리스크를 체감했다. 이 경험은 부동산을 소유자산에서 활용자산으로 보기 시작한 계기가 됐다. 덕분에 유동화 시장 확대, 기업의 전략적 부동산 관리(CRE)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앞서 언급한 소니ㆍ파나소닉 사례가 CRE 측면에서 기업이 부동산 자산을 단순 보유 고정자산이 아닌 신규사업 확장을 위한 경영 자산으로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두 회사는 보유 부동산의 유동화를 통해 자금을 조달해 사업에 활용했다.
둘째, 일본은 부동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사업모델로 확장시켰다. 일본의 종합부동산개발업자(디벨로퍼)들은 소비자들의 부동산 인식 변화에 대응해 개인 보유 부동산 개발 위탁, 공동 개발을 통한 사업 확대 등 수익모델을 만들어 사업을 펼쳤다. 개발업자들은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장기간 임차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덕분에 투자비를 낮추고 사업 리스크를 줄여 사업성을 확보했다. 높은 토지 매입가는 부동산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자신이 직접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을 개발하기보다는 개발 위탁 또는 공동 개발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의 노하우를 활용하고 이를 통해 임대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일본 미츠이부동산은 '렛츠(Let's) 사업이란 모델을 통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고객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어떻게 직접 활용할 수 있는지, 상속ㆍ매매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조언을 제공한다. 고객은 이를 통해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확보한다.
그러나 한국엔 부동산 개발능력을 보유한 진정한 디벨로퍼가 존재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경쟁력을 갖춘 디벨로퍼 사업의 육성이 절실하다. 일본 외에도 미국ㆍ호주 등 대형상업시설과 유통업체들도 리츠를 통해 자금을 모집하고 사업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불황일수록 수익형 부동산을 경쟁력 있게 기획ㆍ개발할 수 있는 역량이 한층 더 중요시된다.
[최자령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부동산·공공컨설팅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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