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 태양광 사업 빛을 발하다

    입력 : 2013.10.15 14:3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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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의 태양광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인수 당시 20% 수준에 머물던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은 최근 90% 수준으로 높아졌다. 유럽에선 현지의 최저가격제와 수출쿼터제가 적용될 경우 한화큐셀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 여파로 태양광 사업의 영향을 직접 받는 한화케미칼에 대해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태양광 사업이 뜨고 있는 것에 발을 맞추기라도 하듯 한화그룹 홈페이지는 요즘 ‘내일을 키우는 에너지’로 시작한다. 그룹 측은 또 태양 그래피티를 통해 도시 미관을 개선하는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에 따뜻한 한화의 태양이 떠오릅니다. 한화가 태양광 에너지로 따뜻한 내일을 준비합니다’라는 광고 카피가 유난히 푸근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말레이시아 공장, 정상 궤도 사실 태양광 사업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참여기업에 애물단지 같은 존재였다. 수많은 중국 기업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무작정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공급이 폭증한데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갑자기 주요국이 예정했던 사업들을 연기하면서 수급 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사업을 접거나 아예 회사를 넘겨야 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한화는 움츠리기보다 오히려 공격적인 투자로 규모를 확 늘리는 선택을 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 특유의 배짱이 돋보이는 선택이었다. 대표적인 게 최고의 태양광 기술 보유업체인 독일의 큐셀을 인수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24일 한화는 독일 작센안할트 주의 비터펠트볼펜 시에서 역사적인 세레모니를 열었다. 이날 한화는 2000년대 초 태양광은 물론이고 글로벌 녹색 비즈니스 업계의 아이콘 같은 존재였던 독일의 큐셀을 그룹의 일원으로 끌어안았다.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 유럽까지 금융위기에 휘말리면서 글로벌 태양광 시장이 침체되는 바람에 1년 전 파산 신청을 냈던 회사가 한화큐셀의 이름으로 다시 세상에 나온 것이다.

    이 자리에서 홍기준 한화그룹 부회장은 “한화그룹은 단순히 태양광을 매개로 훌륭한 사업 성과를 내는 것을 넘어서, 태양광을 이 지구상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태양광을 통해 풍요로운 국가의 미래와 인류의 미래에 기여하자”고 강조했던 김승연 회장의 뜻을 대신 전한 것이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20~30%에 불과하던 한화큐셀 말레이시아 공장의 가동률은 90%대로 올라왔고 회사는 완전히 정상궤도로 진입했다. 한화큐셀은 독일에서 R&D를 담당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생산의 대부분을 하던 구조였다.

    게다가 한화그룹 네트워크를 통해 구매를 하고 생산량까지 늘어나면서 원가도 무려 53%나 절감하게 됐다. 두께가 얇아 파손 위험이 큰 태양전지 이송시스템을 완전 자동화해 불량률을 세계 최저 수준인 0.0025%로 낮췄다. 한화 특유의 노하우로 남들이 안 된다는 사업을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태양광 수직 계열화 완비 ‘한화큐셀’ 출범으로 한화그룹은 연간 2.4기가와트(GW)의 셀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3위의 태양광 전문회사로 우뚝 올라섰다. 1.3GW 규모이던 기존의 한화솔라원 중국 공장에 더해 한화큐셀의 독일 공장(200MW)과 말레이시아 공장(900MW)까지 확보한 데 따른 것이다.

    한화그룹은 특히 유럽과 중국 동남아에 이르는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셀을 생산할 수 있게 됨으로써 중국산 셀에 대한 반덤핑 규제를 자연스럽게 피해갈 수도 있게 됐다. 증권가에서 유럽의 규제로 한화큐셀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는 전망이 나온 것도 그래서다. 특히 태양광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국제 교섭력까지 갖추게 돼 성장기반을 확고히 다졌다는 평까지 받게 됐다.

    한화그룹에선 내년에 계열 한화케미칼이 1만톤 규모의 폴리실리콘 공장을 본격적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폴리실리콘에서 시작해 셀·모듈 발전시스템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루게 된다. 여기에 한화큐셀의 검증된 EPC(태양광 발전소 건설) 노하우까지 갖고 있어 태양광 발전 분야에서 토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태양광 전문업체로 확고한 위치를 굳히게 됐다.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 공장이 가동되는 내년이면 내부에서 필요한 폴리실리콘을 대부분 자체 확보하게 돼 원가경쟁력은 물론이고 경기 변동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정성까지 갖춰 글로벌 태양광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대륙 연결하는 R&D센터와 판매 네트워크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독일, 중국에 이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태양광 R&D 네트워크를 갖추게 된 것도 한화그룹의 장점이다. 한화그룹은 일찌감치 미국 실리콘밸리에 태양광 연구소인 한화솔라아메리카를 설치해 태양광 기술개발을 선도해왔다. 여기에 한화큐셀 출범을 계기로 확실한 실력을 갖춘 독일의 R&D 인력까지 확보함으로써 미래 태양광 기술개발 분야에서 확고한 선도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한화큐셀의 R&D센터는 셀 분야의 연구개발과 생산기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화는 이처럼 태양광 생산설비나 R&D 확대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했을 뿐 아니라 이를 유럽-북미-아시아-호주-아프리카 등을 연결하는 그룹의 판매 네트워크와 조화시켜 태양광 사업에서 굵직굵직한 성과들을 내고 있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8월 일본 마루베니사가 일본 전역에 건설하는 태양광발전소에 향후 4년간 500MW 규모의 모듈을 공급하는 계약을 따낸 바 있다. 이어 2012년 12월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에 건설되는 2개 태양광 발전소에 155MW의 모듈을 납품하는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일본 스미토모·일본전신전화주식회사(NTT)가 추진하는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에 60MW 규모 모듈을 내년 6월까지 공급한다.

    ※ 37호에서 계속...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7호(2013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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