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즈모’ 와 ‘랴오닝’ 그리고 ‘김좌진’…한·중·일 군함의 세계

    입력 : 2013.09.03 09:19:54

  • 일본 이즈모함
    일본 이즈모함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68주년인 지난 8월 6일 일본 도쿄 인근 요코하마 조선소에서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등 일본 정부와 여당 주요 인사, 자위대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큰 행사가 열렸다. 이날 일본 해상 자위대가 공개한 것은 사실상 첫 번째 항공모함이라고 봐도 무방한 22DDH ‘이즈모(出雲)’다. 일본 정부는 애써 의미를 축소하며 이즈모를 헬기 호위함이라고 했지만 군사 전문가들은 사실상 경항모라며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우려하고 있다.

    日, 경항모 이즈모 진수 이즈모는 우리 해군이 보유한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LPH-6111)의 규모와 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면에서 이즈모는 길이 248m, 폭 38m, 만재 배수량 2만7000t으로 길이 199m, 폭 31m, 만재 배수량 1만4500t인 독도함보다 크고 무겁다. 속도면에서도 이즈모는 30노트로 20노트인 독도함보다 빠르다. 무엇보다 헬기나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는 능력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즈모는 최대 14대의 대잠헬기 등 각종 헬기를 탑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F-35B, MV-22 등 수직이착륙기(STOVL)를 추가로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즈모에는 다량의 항공유를 적재할 수 있는 연료탱크와 수직이착륙기를 운반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반면 우리 해군 독도함은 최대 6대의 헬기가 이착륙할 수 있을 뿐이다.

    이즈모는 일본의 해상 전력 증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에 불과하다.

    일본은 이즈모와 같은 경항모를 내년에 한 척 더 진수할 예정이다. 일본은 이미 이즈모보다 작지만 최대 11대의 헬기 탑재가 가능한 헬기항모 16DDH ‘휴가’를 이미 두 척 보유하고 있다. 이지스 구축함도 우리 해군(3척)보다 2배 많은 6척을 보유하고 있고, 대잠초계기도 우리 해군(18대)보다 훨씬 많은 100여 대를 운용 중이다. 3000t급 안팎 잠수함도 일본은 18척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해상 전력을 확충하는 것 자체는 사실 큰 논란거리가 아니다. 다만 일본이 하필이면 8월 6일 독도를 관할지로 정해 놓은 시마네현 동부의 옛 명칭을 따 함명을 이즈모로 지은 것은 자못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정부와 우익의 목소리가 함명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즈모함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 해군 제3함대의 기함(지휘함)으로 맹활약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본은 군국주의 향수를 물씬 풍기는 이름을 자신들의 1호 항공모함에 붙인 것이다.

    中, 첫 항모 ‘랴오닝함’… 이즈모 크게 앞질러 중국은 2012년 9월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함’을 공개했다. 랴오닝함은 길이 300m, 폭 73m, 만재 배수량 6만750t으로 미국의 니미츠급 대형 항모보다는 작지만 전투기 26대, 헬기 24대 등 50여대 함재기를 탑재할 수 있는 중형 항모다. 규모나 능력 면에서 일본이 최근 취역한 이즈모를 크게 능가한다.

    중국은 랴오닝함 외에도 최근 10여 년간 항모 등 전투함 87척, 잠수함 40척 이상을 전력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전략(Pivot to Asia)에 맞서고 일본과의 해양 영토분쟁에 맞서기 위해 꾸준히 해군 전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2020년까지 3개의 항모 기동전단을 확보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하나의 항모전단은 항공모함 1척, 이지스 구축함 2~3척, 일반 구축함 4~5척으로 구성된다. 미국은 현재 11개 항모전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국방예산 감축 계획에 따라 2~3개 항모전단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중국 일본이 각각 3개, 4개의 항모 기동전단을 만들기 위해 해상 전력을 강화하면서 우리나라도 항모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韓, 해군 항모 보유 계획 아직 없어 일본과 중국이 항공모함을 보유하는 등 앞다퉈가며 해상 전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우리 해군 전력은 여기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선 우리 군은 현재 항공모함이 한 척도 없으며 당분간 항모 보유 계획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 관계자는 “수 년 전 우리 군도 항모전단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이 해군 안에서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우리마저 항모를 보유하게 되면 북한은 물론 중국, 일본까지 자극해 한반도 주변 군사적 긴장만 고조시킬 수 있어 해군 공식 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우리 해군이 넋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 36호에서 계속... [문지웅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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