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얼굴의 중국…세계의 경제대국인가 위기의 새 진원지인가

    입력 : 2013.09.03 09: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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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F는 지난해 중국의 구매력평가지수(PPP) 기준 GDP가 12조3830억 달러라고 평가했다. 이는 15조6530억 달러인 미국의 GDP와 불과 3조 달러 남짓 차이 나는 수준이다. 유로모니터는 중국이 PPP 기준 GDP로 2017년에 미국을 추월하고 2020년엔 28조 달러 대 22조 달러 정도로 앞서갈 것으로 예상했다. 오랫동안 잠자던 대국의 부활을 예고한 것이다. 그런데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지난 7월 26일 그런 중국에 대해 6월까지만 해도 8%로 예상했던 올해 경제성장 전망을 7.5%로 하향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엔 위안화 대출에 적용하는 중국의 로컬 커런시(위안화)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내린 바 있는데 이번엔 적어도 2년 정도는 현재 등급이 개선되지 않을 것 같다는 내부 의견까지 곁들였다. 중국의 금융 안정성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피치는 국제 결제에 적용되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 등급에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충분해 외환위기 가능성은 크지 않은 나라인데 위안화 부채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재정 안정성을 아주 낮게 평가한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이에 앞서 IMF는 7월 초 중국의 과도한 차입, 특히 지방정부의 차입이 중국의 재정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외부의 부정적 시각이 이어지고 자체 점검을 해본 결과도 좋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인지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 국무원은 지난 7월 말 한국의 감사원 같은 기구인 심계원(NAO)에 지방정부 부채를 포함한 국가의 총 부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지난 7월 26일 50여 쪽에 달하는 ‘중국의 신용 난제 : 리스크, 경로 그리고 함축’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낸 데 이어 8월 5일엔 다시 ‘가장 명심할 것-중국의 신용 우려’라는 제목의 추가 보고서를 냈다. UBS를 비롯한 다른 금융기관들도 중국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도대체 중국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인가. 진실은 무엇이고 앞으로 상황은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

    세계가 중국의 눈치를 보다 세계적 신용평가회사나 투자은행들이 잇달아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중국은 지금 세계 경제의 강자 지위를 즐기고 있다. 수요의 고삐를 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세계의 자원가격을 뒤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자원강국이나 글로벌 기업들마저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다. 게다가 과학기술 부문에선 군사력의 바탕이 될 최고 수준의 작품들을 연이어 쏟아내며 힘을 과시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인사들이 세계의 뉴스메이커가 된 게 너무나도 당연한 현실이 됐다.



    #지난 7월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극비 방문했다. 지난해 3월과 올 1월에도 중국을 방문한 바 있는 팀 쿡은 이번엔 시궈화 차이나텔레콤 회장을 만나 차기 아이폰 전략을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이처럼 자주 중국을 찾는 것은 애플의 중국 사업이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선 소송까지 제기하며 삼성전자와 맞서고 있으나 중국에서만큼은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지난 4월엔 애프터서비스가 소홀하다는 중국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팀 쿡 CEO가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그 여파인지 지난 2분기에 전분기보다 19% 줄어든 353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애플의 중국시장 매출은 43%나 줄었다. 팀 쿡이 머리를 숙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기간 하락하던 국제 전기동 값이 최근 강하게 반등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동 수요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의 수입이 최근 강하게 치솟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유겐 바인버그 코메르츠방크 애널리스트는 “최근 수치는 중국의 재고수축이 끝났다는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하고 있다”며 향후 수개월 동안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7월 중국의 동 수입량은 41만680톤으로 전달의 37만9951톤에 비해 8.1% 증가했다. 계절적으로 전기동 수요가 줄어들 시기인데도 국제 동값이 강세를 보인 것은 이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의 수요는 국제 원자재 시장의 방향을 순간순간 바꿔놓는다. 7월 중순까지만 해도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축이 심화돼 국제 원자재시장이 장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쏟아냈으나 중국이 수입을 늘리자 갑자기 전망을 바꾸느라 허둥대기도 했다. 국내 증시에선 이 여파로 고려아연 등 일부 원자재 관련주가 치솟기도 했다. 지금 중국은 세계 원자재 수요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니켈은 세계 수요의 47.7%, 철강은 45.7%, 알루미늄은 44.8%, 아연은 43.7%, 구리는 43.3%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원자재 값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36호에서 계속...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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