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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기설 그 진실은
입력 : 2013.09.03 09: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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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중국은 고율의 인플레이션에 직면했다. 주로 과도한 신용공급에 의한 성장 촉진책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일종의 긴축 수단들을 동원해 인플레이션을 통제해왔으나 결과적으로 2012년 GDP 성장률이 8% 밑으로 떨어졌다. 유럽 경제의 저조가 중국의 성장을 저조하게 만들었는데 2013년엔 그 성장이 더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경제성장촉진책들이 초래한 부채, 특히 지방정부 부채와 부동산 가격 버블이 현재 중국 정책 당국에 커다란 도전 과제가 되고 있다.’ -미국 CIA 팩트북
그는 2년 전까지만 해도 7%대이던 중국의 GDP 디플레이터가 지난 2분기 0.5%까지 떨어져 디플레이션이 도래할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몇몇 중국 산업의 과잉설비와 성장률 저하가 결부돼 가격 하락 위험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이다. 가뜩이나 부동산 가격이 심각할 정도로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 자칫 세계적 경기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부채가 급증한 것은 또 다른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회사인 피치는 7월말 “지난해 하반기에 보았듯 차입으로 조달한 재원을 투자하는 부양책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악화시킬 수도 있으며 이는 신용등급에도 부정적일 수 있다. 중국 경제의 핵심 취약점은 투자에 의존한 성장 드라이브 정책과 그와 관련한 차입이 급증하는 것인데 둘 다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피치는 리커창 총리가 일련의 정책 프로그램을 내놓았지만 “중국의 성장률이 2015년까지 7%에서 7.5% 수준에 머물 것으로 기대한다”며 6월까지 유지했던 8%대 전망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가 빠르게 대응책을 내놓는데도 피치가 전망을 낮춘 것은 구조적 문제가 하루 이틀 사이에 해결될 게 아니란 얘기다. 여기엔 중국 통계에 대한 강한 불신도 깔려 있다.
“최근 몇 년간 계속됐듯이 더 큰 경기부양 프로그램을 내놓는 정책이 반복될 경우 중국 경제는 구조적 취약점을 악화시키고 신용등급도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경제는 상당히 오랫동안 성장이 침체돼 실업률 상승이 이어지고 사회적, 정치적 불안이 심화될 수도 있다. 중국경제의 재조정이 향후 12~18개월 동안 원활하게 진행돼 중국 정부가 지난 2010~2011년 급증한 부채의 유산을 통제할 수 있게 됐다는 믿음을 준다면 우리는 신용등급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향후 2년 전망에선 이런 상황이 나타날 것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뒤집어 말하면 앞으로 2년 내 중국 정부가 현 상황을 눈에 띌 만큼 개선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FRB 출신으로 현재 피치의 시니어 디렉터로 있는 샤를린 추는 “중국을 관측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의 크레디트 붐이 2008년 이후 진행돼 왔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게 규모를 잊을 만큼 오랫동안 진행돼 왔을 뿐 아니라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그 숫자들이 차트 밖에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치는 2008년 이후 중국의 총부채가 70%포인트 이상 증가해 2012년 말 기준 200%에 근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샤를린 추 시니어 디렉터는 이 때문에 중국이 2013년 중 위기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았다.
“매일 수치를 들여다보면 비은행 신용팽창이나 은행의 자산관리 상품, 특히 별도의 장부를 통한 은행자산의 비공식적 증권화 등 그림자 금융(shadow banking)을 통한 의문스러운 거래가 점점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놀라운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사태는 우리가 제대로 볼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데 그 숫자가 결코 작지 않다.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신규로 늘어난 신용의 50%는 비은행 채널을 통해 일어났다.”
한마디로 신용평가 전문가들조차 잘 모르는 거래가 급증했기에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중국의 그림자 금융을 통한 차입이 단기간에 급증한 것을 우려하고 있다.
리 추이 골드만삭스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전 지도부가 고도성장을 강조하면서 채택한 2009~2010년의 부양책과 최근의 낮은 실질 이자율 때문에 중국은 이머징 마켓의 경쟁국들보다 많은 차입에 나서 최근 GDP 대비 총부채비율이 200%가 넘었다”며 거시경제 관점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 문제는 부채비율이 단기간에 급증했다는 점.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선진국보다는 낮지만 이머징 마켓의 다른 나라보다는 상당히 높다. 골드만삭스는 2012년 중국의 총부채 비율은 209%로 233%인 한국이나 253%인 미국에 비해선 낮지만 151%인 태국이나 105%인 인도에 비해 상당히 높다고 했다.
대부분의 차입 자금이 비효율적인 곳에 투자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래서 차입금 증가 속도가 GDP 증가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고 한다. 랴오닝 성의 톄링 신도시는 부적절한 투자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톄링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이곳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위성도시를 만들었다. 그러나 어느 기업도 관심을 주지 않고 일자리가 없어 도시로 이주하려는 사람도 없어 유령도시로 불릴 정도다.
최근 3~4년에 걸쳐 늘어난 차입금의 대부분이 이처럼 수익이 나지 않는 곳에 투자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 2분기에 중국 은행들의 부실여신이 130억 위안이나 증가해 5400억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불거지는 그림자 금융 논란 리 추이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최근 차입금의 절반 정도는 그림자 금융을 통해 빌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림자 금융이란 전통 은행시스템 대신 감독이나 규제가 허술한 유사 중개 기능이나 관련 상품을 통한 자금 조달을 말한다. 투자은행이나 ABS MMF 등을 통한 자금 조달 등이 이에 속한다. 은행에 친숙한 사람들은 이런 자금 이동은 경로가 투명하지 않아 믿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지 소로스 소로스펀드 회장조차 지난 4월 보아오포럼에서 중국의 그림자 금융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한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비슷한 면을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그림자 금융 자체만으로 중국 경제를 어둡게 보는 것은 지나치다는 반론도 있다. 에어론 권 써미트투자자문 대표는 그림자 금융은 중국에만 특별히 있는 게 아니라 서구에도 있으며 중국의 그림자 금융 비중 역시 절대적으로 큰 게 아니므로 지나치게 우려할 것은 아니라고 했다. 중국 신은만국증권의 첸캉 애널리스트는 서구의 그림자 금융은 은행권 밖에서 일어나지만 중국 그림자 금융은 은행이 뿌리인데다 중국 정부가 은행을 통제하고 있어 시스템 위기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았다.
※ 36호에서 계속...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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