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좌석수는 늘리고 비용은 줄이고…항공기 묘수풀이 개발경쟁 뜨겁다

    입력 : 2013.08.09 17: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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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공항에 착륙하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충돌사고를 일으키며 인명사고를 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로선 20년 만에 한국 국적 여객기로선 16년 만에 항공 참사가 재연된 것이다. 현재 사고 원인을 두고 조종사 과실, 기체결함, 관제 실수 등 온갖 가설이 난무하고 있다. 조종사와 탑승객 못지않게 주목받은 게 바로 사고 당사자 중 하나인 ‘항공기’다. 이번 사고 항공기는 보잉 777-200ER.

    ‘드림라이너’로 불리는 최신 항공기 B787 이전 모델로는 보잉에서 가장 최신 기종으로 평가받던 모델이다. 한 현직 기장은 “보잉 777은 각종 첨단장비가 대폭 업그레이드된 보잉의 장거리용 주력모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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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777-200ER의 정체 B777-200은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고 여객기는 2006년 한국 에 도입됐다.

    B777 기종은 ‘점보’로 불리며 한 세대를 호령했던 B747과 ‘슈퍼점보’로 불리는 A380에 이어 3번째로 덩치가 크다.

    보잉이 400석이 넘는 기존 B747과 200석 규모 B767 기종의 중간급인 300~400석 규모용으로 개발된 항공기다.

    이 중 이번 사고 기종인 B777-200ER은 첫 모델 B777-200의 항속거리를 늘린 모델로 최대 항속거리가 1만4316㎞에 달하고 최대 운항시간이 14시간이 넘는다. 과거 장거리 비행노선을 주름잡았던 B747을 대체하고 있는 보잉의 주력모델이다. 지난 2008년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착륙사고를 일으켜 부상자를 낸 것이 이전까지는 인명 사고경력의 전부였을 만큼 안전한 기종으로 평가받아 왔다.

    2만1600㎞를 비행해 항속거리 세계 신기록을 세운 B777-200LR, 가장 최신 기종인 B777-300ER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현재까지 사망자 3명, 부상자 183명이 발생한 이번 아시아나항공 사고로 항공기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사실 항공기는 어느 교통수단보다도 안전하고 사고 확률이 낮다.

    미국 항공안전 전문사이트 ‘에어 세이프’에 따르면 B777 역시 이번 사고 이전만 해도 지구상에 운행 중인 36종의 여객기 가운데 B717과 A340과 함께 사망사고를 단 1건도 기록하지 않은 3개의 기종 중 하나였다.

    최근 항공기 시장은 각종 전자장비와 연료효율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더 많은 승객’을 ‘더 적은 비용’으로 실어 나르는 항공기 개발 경쟁에 한창이다. 규모와 운항비용 경쟁인 것이다.

    급기야 유럽항공협회(EADS)는 하이브리드 여객기 ‘E-Thrust’를 개발하고 있다. 오는 2050년 상업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이 항공기는 하이브리드카와 마찬가지로 가스터빈으로 전기를 만들고 이를 저장해 다시 사용하는 방식이다.

    항공기 개발 전쟁 미국 보잉과 프랑스 에어버스는 사실상 전 세계 민항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캐나다 봄바디어의 CS시리즈, 보잉, 맥도넬더글라스, 록히드 마틴 등 미국 항공업체들의 독무대였던 상용기 시장에 1974년 에어버스가 A300을 내놓으며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양사의 항공전쟁이 시작됐다.

    이후 신기종을 내놓을 때마다 엎치락뒤치락 자존심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07년 첫 상업비행을 시작한 에어버스 A380의 출현은 양사의 첨단 항공기 개발전의 신호탄이었다.

    A380은 2층 구조로 된 초대형 항공기로 그동안 보잉이 747로 독식했던 대형 항공기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에어버스의 야심작이다.

    단층구조인 B747보다 길이는 12m 짧지만 복층 구조인 탓에 좌석 수는 크게 늘었다. 통상 555석, 모두 이코노미로만 좌석을 배치할 경우 무려 853석의 좌석이 가능하다. 기존 B747보다 공간이 50%나 커졌기 때문에 항공사마다 특색 있는 기내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A380 1등석에 샤워실과 스파 공간까지 마련했을 정도다.

    보잉은 A380에 맞설 기종으로 크기보다는 효율성을 선택했다. 고유가로 항공사들이 속도와 크기보다는 연료효율에 더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드림라이너’로 불리는 200~300석 규모의 중형 여객기 B787이 탄생한 배경이다. B787의 가장 큰 무기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주요 부품의 50%를 탄소복합소재로 만들어 알루미늄 비율을 줄이는 다이어트에 성공해 기존 항공기보다 연료효율이 20%가량 향상됐다.

    2011년 말 본격적으로 운항을 개시한 B787은 리튬이온 배터리 관련 기체결함으로 운항중단 조치를 받는 등 우여곡절 끝에 최근 다시 운항이 재개됐다.

    최근에는 B787 외에도 크기와 경제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B747 업그레이드 버전 B747-8 인터콘티넨탈도 내놓고 있다. A380을 정면으로 겨냥해 탄생한 기존 B747-400의 고성능 버전인 셈이다. A380과 B777-300ER의 400~500석 규모의 시장이 타깃이다. B747-8은 상용기 중 가장 긴 76.3m로 승객 467명을 태울 수 있다.

    B787의 고효율 기술이 고스란히 적용돼 승객 1인당 연료효율성을 크게 개선시켰고 소음은 기존 B747-400보다 30%나 줄였다.

    1963년 첫선을 보인 B747은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대형 항공기의 산증인이다. 지금까지 총 56억명이 이 항공기를 이용했고 B747의 총 비행거리는 무려 778억㎞로 지구와 달 사이를 10만번 왕복한 거리와 같다. 에어버스도 보잉에 맞서 기종별 경쟁기를 내놓고 있다. A350 XWB는 장거리용 항공기 B777과 한판 승부를 벌일 기종이다.

    A350 XWB 시리즈는 A350-800(270석), A350-900(314석), A350-1000(350석) 등이다. 연료효율성이 B777에 비해 25%, B787보다는 6% 이상 높다는 게 에어버스 측 설명이다.

    현재 대한항공은 여객기 121대, 화물기 27대를 보유하고 있다. 고효율기 도입 경쟁에 합류해 기존 B747-400 등을 처분하고 A380-800, B747-8i, B777-300ER 등으로 ‘편대’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69대, 화물기 11대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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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CC는 B737 독무대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이스타항공, 티웨이항공 등 국내 5개 저비용항공사(LCC)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비행거리 6시간~6시간 반이다. 국내 LCC들이 방콕까지는 운항하지만 싱가포르는 못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5개 국내 LCC의 항공기는 B737 일색이다. 에어부산이 같은 급의 A320(321) 4대를 운항하고 있을 뿐이다.

    B737과 A320은 대표적인 단거리 항공기다. B737-800이 최대 189명, A321-200이 195명까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중국, 일본, 동남아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을 운항하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기종이 다양하면 유지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비용절감이 화두인 LCC로서는 단일 기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비행거리 6시간을 넘는 지역을 운항하려면 연료를 더 싣기 위해 승객을 줄여야 한다. LCC가 비행시간이 6~7시간인 싱가포르나 인도네시아를 아직 운항하지 못하는 이유다.

    1969년 첫 상업운항을 시작한 B737은 지금도 생산 중인 보잉의 최장수 여객기 중 하나다. 가장 많이 팔린 기종이기도 하다. B737-600/700/800/900 등 3세대 모델을 거쳐 지금은 후속 기종인 B737 MAX가 개발 중이다.

    [임성현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5호(2013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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