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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무엇이 위험한가
입력 : 2013.07.15 09:3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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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가드가 언급한 것은 이자율이 상승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져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뱅가드가 언급하기 전에도 채권에서 손실이 난 적이 있으나 당시만 해도 금융위기가 워낙 큰 이슈였기 때문에 문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뱅가드 리포트는 올해 들어 버냉키 쇼크로 현실화됐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제시하면서 장기채를 중심으로 채권수익률이 예기치 않게 상승(채권가격 하락)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불거진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와 관련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12조달러를 시장에 쏟아내 강세를 보였던 이머징마켓이 매물공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에선 외국인들이 국채선물을 대거 팔면서 장기채권 금리가 강세로 돌아서 30년물 국고채를 비롯한 장기국채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
그러나 이번에 불거진 이자율 상승에 따른 손실은 채권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위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렇다면 채권에는 어떤 위험들이 숨어 있을까.
미국 시카고와 보카랜턴 등에 사무소를 두고 증권관련 소송에 주력하고 있는 ‘화이트 로 그룹’은 최근 국채펀드와 부동산펀드 등에 가입했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운용사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들이 주장하는 핵심은 운용사들이 국채펀드나 부동산펀드의 위험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요지에는 채권의 위험이 잘 나타나 있다.
“채권투자를 하라고 권하기 전에 운용사들은 마땅히 채권의 현재가격과 채권을 사기 위해 들여야 하는 수수료와 가격상승, 채권 상환규정에 대한 설명, 채권의 현재 수익률과 만기 시 수익률, 채권 매도 시 수익률, 채권의 원리금 상환금액과 시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부도 위험과 특정 채권가치의 평가절하 위험 등을 알려야 한다.”
이를 명확히 알려주지 않았다면 투자자들이 소송을 제기해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는 논지다.
채권전문가들은 이와는 별도로 채권 투자 시 가격변동에 따른 위험과 함께 신용위험(부도위험) 물가상승(인플레이션) 위험, 유동성 결핍 위험 등을 제기하고 있고 해외채권의 경우 여기에 덧붙여 환위험까지 고려하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채권은 금리가 올라가면 가격이 떨어져서 손해를 보고, 물가가 급등하면 상대적으로 채권을 팔아 살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드니 손해를 보고, 발행자가 도산하면 원금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보고, 해외채권에 투자했는데 환율이 급등하면(원화가치 하락) 나중에 받는 원금이 줄어들어 또 손해를 볼 수 있다.
IT버블이 꺼진 이후 전 세계 금리는 장기 하락세를 이어왔기 때문에 그동안 채권시장에선 금리가 상승해 손해를 볼 가능성은 거의 무시해왔으나 이번에 금리가 상승하면서 손실이 불거졌다. 국가부도 상황도 거의 없어 국채는 무위험(Risk Free) 자산으로 간주돼 왔으나 그리스 사태로 그 신념마저 깨져버렸다. 특히 지방정부 부채는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지난 4월 1일 연방법원이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신청한 스톡톤시 파산 건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이 시가 발행한 채권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은 수억 달러의 투자손실을 입게 됐다.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중개업자들을 상대로 배상청구를 하고 나섰다.
한국에선 그동안 공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채무불이행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으나 최근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있어 이 또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채권 위험하다고 현금으로 리스크를 줄이긴 어렵다 - 뱅가드의 제언 주식이 위험자산인데 채권마저 위험자산이 됐다면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할까.
이에 대한 뱅가드의 해답은 적어도 현금 보유는 정답은 아니라고 했다.
“우리는 채권 투자자들이 금리상승 전망에 직면하게 되자 당연히 듀레이션(보유 채권의 평균만기)을 줄이거나 현금으로 옮아가는 경향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전략에 대해 몇 가지 잠재적 우려가 있다. 뱅가드그룹의 조셉 데이비스 등이 연구한 바에 따르면 그런 전략은 만일 일드커브가 ‘약세장의 평평한 상황’ 다시 말해 장기 금리가 낮은 상태에서 머물고 있는데 단기금리만 상승하는 상황에 직면하면 채권에서 현금으로 옮겨 탄 투자자들은 금리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낮은 수익률에 머물러야 하는 기회비용을 인식하게 될 내재적 위험을 안고 있다고 했다.”
무슨 뜻일까. 이익이 거의 없는 현금을 들고 있으면 그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더 큰 수익률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란다.
“마침내 현금 투자는 아주 미약한 수익률 밖에 내주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전략을 사용한 투자자는 거기서 빠져나올 적절한 시기를 필요로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현금 투자자들이 금리가 상승할 때 명목 수익률로 보건 실질 수익률로 보건 주식이나 채권 투자자에 비해 성과가 낮았다.”
이에 대해 뱅가드는 시티그룹의 3개월물 미국 정부의 단기채(TB) 지수를 기준으로 20년 이상 장기금리가 연간 2% 상승한 이후 1년 수익률을 보면 TB채권 투자자들이 평균 16.6%의 명목수익률(평균 9.9의 실질 수익률)을 올리는 동안 현금 투자자들은 평균 12.1%의 명목수익률(평균 5.3%의 실질수익률)을 올렸고 주식 투자자들은 평균 12.5%(평균 5.8%의 실질 수익률)을 올렸다고 소개했다. 특히 단기 금리만 변하는 상황에선 주식 투자자가 평균보다 엄청나게 높은 수익률을 낸 반면에 현금을 보유했거나 채권에 투자한 경우의 수익률 차이는 미미했다고 한다.
장기금리가 급격히 상승한 뒤라면 채권 값이 올라갈 확률이 높은 반면 고금리 국면에선 기업들의 수익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반면 단기금리만 움직이는 상황 또는 금리가 안정된 경우라면 주식에 긍정적 영향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4호(2013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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