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張記者랑] 특급호텔 ‘金빙수’의 허와 실

    입력 : 2013.06.27 08:01:07

  • ‘아삭아삭’ ‘사각사각’하는 ‘빙수(氷水)’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벌건 수은주가 올라 갈수록 빙수를 향한 사람들의 손짓은 더 분주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윤종신은 노래했죠. 녹지 말라고, 사랑한다고, 열라 좋다고 말이죠.

    빙수하면 역시 팥빙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얼음의 시원한 맛과 팥의 달콤함, 그리고 미숫가루와 우유의 고소함과 구수함을 아우르는 그 참 맛이 제격이죠. 여기에 찰떡과 젤리를 오물오물 씹어줘야 ‘팥빙수의 완성’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이 빙수도 종류가 참 다양해졌습니다. 과일빙수, 녹차빙수, 커피빙수 등은 기본이겠고요. 과일도 아예 특화가 돼 망고, 홍시, 수박, 멜론, 코코넛 등을 통째로 갈아 넣은 빙수까지 등장했습니다. 하도 빙수가 다양해지다보니 오히려 요새는 옛날빙수를 찾는 분들도 꽤 보입니다.

    사진설명
    그런데 요새 빙수가 뜨겁습니다. 차가워야 할 빙수가 뜨거우니 이상할 따름입니다. 어쩌면 이름도 ‘열수(熱水)’로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란 우스운 상상까지 하게 됩니다. 왜냐고요? 바로 빙수의 가격 때문입니다. 최근 국내 주요 특급호텔에서 내놓는 빙수의 가격이 실로 놀랍습니다. 몇 년 전부터 오르기 시작하더니 이제 대부분의 호텔에서 2~3만 원을 훌쩍 넘기는 것이 보통이 됐습니다. 악동뮤지션이 부른 ‘콩떡빙수’를 출시한 파리바게뜨가 4000원이란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쨌든 호텔의 빙수는 ‘金빙수’라고 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도대체 호텔에서 파는 빙수는 왜 그리 비싼 걸까요? 정말 금테라도 두른 걸까요? 그래서 특급호텔 출신의 몇몇 분들에게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호텔 빙수는 왜 그리 비싼 겁니까?” 라고요. 그랬더니 흥미롭게도 다양한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호텔관계자는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고가 마케팅’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의 말을 들어보시죠.

    “2011년에 신라호텔에서 애플망고빙수를 내놓았는데, 가격이 2만7000원인가 그랬습니다. 세금 및 봉사료 포함하면 3만원이 넘었죠. 업계에서는 사실 ‘비싼 빙수가 장사 잘 되겠나’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상상을 초월할 만큼 대박을 쳤습니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더니 정말 어마어마하게 팔려 나가더라고요. 가을에 재판매를 할 정도였으니까요. 아마도 그 때부터 빙수가 비싸지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 이후 너도나도 특제 빙수라고 해서 가격을 올렸으니까요.”

    그의 얘기에 저도 언뜻 당시가 떠올랐습니다. 사실 2011년보다 2012년이 더 히트를 쳤더랬습니다. 전년대비 5~6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을 만큼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는 스테디 셀러급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또 다른 호텔 관계자는 조금 다른,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털어놨습니다.

    “신라호텔의 애플망고빙수가 비싸진 이유는 실제로 제주에서 직접 가져 온 망고를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최상품으로요. 애플망고 자체가 워낙 비쌉니다. 상(上)품은 개당 1만5000원씩 팔 정도니까요. 물론 대량으로 구매를 하면 싸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단가가 비싸기 때문에 빙수의 가격도 높아졌으리라 봅니다.”

    그의 말에도 일면 수긍이 갔습니다. 실제로 제주에서 십 수 년 가까이 애플망고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농민에게 물었더니 애플망고가 한라봉이나 레드향 보다는 단가가 확실히 비싸다고 하더군요. 당연히 상품이나 특상품은 공급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더 비싸질 것이라고 하면서요.

    롯데호텔 애플망고빙수
    롯데호텔 애플망고빙수
    여기서 잠시 ‘고가 마케팅’이라고 주장했던 그의 말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는 좀 더 센 표현도 서슴지 않았는데요. 바로 ‘거품’이 끼어 있다는 발언이었습니다. “신라호텔이 잠시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올 여름 빙수시장은 무주공산 분위기가 됐습니다. 그래서 주요 특급호텔에서 정말 다양한 빙수들이 쏟아져 나왔죠. 그 중에서 롯데호텔이 신라호텔의 빈자리를 채우려는 듯 똑같은 애플망고빙수를 내놨습니다. 그것도 3만9000원에 말이죠. 비슷한 상황이라면 오리지널을 선호하는 게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이번에는 오리지널이 부재중이니 어쩔 수 없었는데, 아직까지 롯데의 애플망고빙수는 반응이 미지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혹자들은 맛의 품질에 비해 너무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는 쓴 소리를 하고 있으니까요. 거품이 끼었다고 말이죠.”

    물론 이 ‘거품론’은 업계 전체의 시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맛의 차이는 정말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맛있다와 맛없다는 어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대중이 또 여론이 흔히 맛있다고 하는 부류는 많은 이들이 찾아 맛있게 먹었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을 가늠자로 하는 경우입니다. 아마도 그는 이런 면에 있어 거품이란 말을 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듭니다. 아울러 너무 높게 책정된 빙수의 가격이 불편하다는 것을 꼬집기도 한 것 같고요.

    사실 특급호텔에서 판매하는 음식들은 비쌀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학교나 호텔 출신의 셰프가 조리를 할 것이고, 식기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고가의 제품들일 것이며, 특급호텔이 있는 자리 역시 고가의 땅값, 다시 말해 자릿세를 내고 있기에 그만큼의 돈이 추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상식의 선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또 피부에서 느껴지는 물가의 압력도 있고요. 누군가는 위화감이란 단어로도 표현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포함한 결론은 ‘적당한 가격 수준’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호텔 측에서야 감가상각을 다 고려해 가격을 책정했다고 하지만 그 감가상각은 소수의 고객에게도, 또 다수의 잠정고객에게도 수긍이 가는 것이 더 올바르지 않을까요?

    어쨌든 올 여름 호텔가 빙수 전쟁은 가격으로나 그 종류로나 후끈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과연 고객들이 선택할 최고의 빙수는 어떤 것일까요? 여름이 지나 가을이 오는 즈음에 슬그머니 또 전화를 돌려봐야겠습니다.

    [매경닷컴 장주영 기자 semiangel@mk.co.kr] 매경닷컴 여행/레저 트위터_mktour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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