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행의 창조금융 기업들도 화답…“비올 때 우산 고맙습니다”

    입력 : 2013.06.07 14: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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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2월 말 IBK기업은행은 금융당국조차 깜짝 놀랄만한 계획을 발표했다. 2013년 1월 1일부터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기존 10.5%에서 한 자릿수인 9.5%로 인하키로 한 것이다. 일반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가 15%선인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조치였다. 이 결정으로 조준희 기업은행장은 취임 초부터 “임기 중 대출 최고금리를 반드시 한 자릿수로 낮추겠다”고 한 약속을 2년 만에 지켰다. 기업은행은 2011년 17%이던 중소기업 대출 최고금리를 12%로 낮춘 데 이어 지난해 8월 1일 이를 10.5%로 낮췄고 불과 4개월 만에 한 자릿수 금리를 만들어냈다.

    조준희 행장 한 자리 금리 약속 지켜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금리를 조금 내린 것이지만 이런 결정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었다. 조달금리가 일정한데 대출금리를 내리면 은행의 수익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다 경쟁 은행들의 반발도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희철 기업은행 부행장은 “조준희 행장이 1년 전부터 어떻게 하면 (부작용 없이) 대출금리를 추가로 내릴 수 있을까 고심하다가 8월 들어 마음을 굳히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정책을 구체화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처음 여신운용본부를 주축으로 꾸려진 TF는 본점 지하 1층 사무실에 자리를 잡고 금리를 내릴 때 생길 수 있는 부담과 수혜 대상 등에 대해 연구를 시작했다.

    대안이 어느 정도 마련되자 조 행장은 태스크포스를 은행조직 전체로 확대하도록 했다. 새 정책을 전산시스템으로 구현해야 했기에 핵심 인력들을 총동원했다.

    이후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정책이 실현 가능한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 누구에게 혜택을 얼마나 줄 것인지 등을 다각적으로 연구했다. 조 행장은 수시로 TF회의를 주도하며 의견을 조율했다. 여러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다보니 TF회의는 밤 10시는 보통이고 때로는 12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기업은행은 단순히 대출금리를 낮추는 수준을 넘어서 대출 규정까지 고객 중심으로 완전히 뜯어고쳤다. 전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대출금리를 낮춘 것은 중소기업에겐 최고의 새해 선물이 됐다. 기업은행은 2012년 1월 2일 중기 대출금리를 최대 2.0%포인트 낮췄고 올해 1월 1일엔 다시 대출 최고금리를 1%포인트 끌어내려 한 자릿수로 만들었다. 어떤 시중은행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낸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고객에게 금리를 낮춰줌으로써 중소기업을 위하는 진정성 있는 정책을 구현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업은행은 이번 조치로 3만7600여 중소기업과 4만2600여명의 일반 개인이 금리인하의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은행은 특히 대출 최고금리만 낮춘 게 아니라 그동안 지점장 전결로 시행하던 금리가산제도를 아예 없애버렸다.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지점장 판단으로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에 일정 수준의 금리를 가산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과감히 폐기한 것이다.

    기업은행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대출금리 감면 원칙을 단순화해 공표했다. 감면 기준은 정책감면과 상품감면 고객감면 담보감면 등 네 가지이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대출 시 어떤 조건을 갖추면 얼마나 싸게 받아갈 수 있는지 쉽게 알게 됐다.

    가령 저리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니 금리를 이만큼 싸게 해준다거나, 시나 도에서 지원하는 자금으로 대출하니 또 금리를 낮게 적용하는데, 다만 개인적으로 기업은행 거래가 너무 미미하기에 이 부분에 대해선 혜택이 없다는 식으로 설명하면 고객들은 자신이 적용받는 금리 수준을 만족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어떤 은행도 생각하지 못한 획기적 발상이다.

    이와 관련해 기업은행 관계자들은 ‘금리가산제도는 운영의 투명성이나 합리성이 결여된 제도이니 고객 입장에서 금리를 부과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라’는 조 행장의 의지에 따라 이번 정책을 마련했다고 밝히고 있다.

    조준희 행장
    조준희 행장
    차별화한 금융지원 경기순응적(Procyclicality)이란 단어는 금융인중에도 모르는 사람이 많은 고급 금융용어이다. 경기가 좋을 땐 떼일 위험이 적을 것이라며 돈을 막 풀어 버블을 만들고 반대로 경기가 나쁠 땐 꾸물거리다간 자칫 돈을 떼일지도 모른다며 무자비하게 대출을 회수해 침체를 키우는 전형적인 금융기관의 나쁜 습성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런데 기업은행에선 많은 직원들이 이 용어를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정책에 적극 반영하기까지 한다. 특히 몇 년 전부터 해온 과감한 경기조절적(Countercyclical) 금융지원은 중앙은행이나 감독당국보다도 낫다는 평이 나올 정도다. 아직까지 경기순응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일반 시중은행들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이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각 은행이 한국은행에 보고한 중소기업 원화대출 현황에 따르면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부터 올해 3월 말까지 기업은행의 원화대출 순증액은 31조4000억원이다. 이 기간 동안 은행권 전체의 중소기업 원화대출이 44조6000억원 늘었으므로 기업은행 혼자 전체 은행 실적 증가의 70.4%를 이룬 셈이다.

    기간을 좀 더 세분해서 들여다보면 경제위기로 시중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자금을 회수할 때 기업은행만이 돈을 풀었다는 게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2012년 유럽 재정위기가 한창일 때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에서 3000억원을 순수하게 회수했으나 기업은행은 6조1000억원을 지원했다.

    시중은행들이 대규모로 자금을 회수한 IMF 외환위기 때도 기업은행은 홀로 대출을 늘리며 고군분투했다. 10년 후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역시 시중은행들은 바짝 움츠러들었지만 기업은행은 17조원이 넘는 자금을 풀어 중소기업을 도왔다.

    조희철 부행장은 이에 대해 “이것을 단순히 수치로만 볼 게 아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한 은행이 중소기업 전체를 책임진 것이다”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자금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을 지원하거나 신용도를 보강해주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현재 이 은행은 중소기업 정책자금 대출의 61%를 맡고 있는데 지난 연말 기준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실적은 21조5000억원에 달한다.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의 신용도를 높여 조달금리를 낮춰주는 데도 적극적인데 지난해 은행권의 보증부 대출 순증액 1조4000억원 가운데 1조1000억원을 기업은행이 담당했다.

    이처럼 기업은행은 장기정책자금이나 보증부 대출을 확대해 기업의 금리 부담을 낮춰주고 특히 기업이 어려울 때 적극적으로 대출을 늘렸다. 한마디로 비올 때 우산을 씌워주려고 달려갔다고 할 수 있다.

    은행이 이렇게 나오니 기업들은 거래를 늘리는 것으로 화답하고 있다. 기업은행의 원화대출 점유율(잔액 기준)은 2008년 17.8%이던 게 지난 3월 말 22.6%까지 늘었다. 이 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은 지난해 3월 국내은행 중 최초로 100조원을 넘긴 데 이어 지난 3월 말엔 105조8000억원으로 늘었다. 덕분에 은행의 자산은 200조원을 넘었다. 이 은행의 위상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거래 기업이나 개인고객 숫자도 급증하고 있다. 이 은행의 기업고객은 2010년 말 73만5000에서 지난 2012년 말엔 90만9000으로 2년 사이 23.7%나 늘었다. 개인고객들도 밀려들고 있다. 2011년 103만명이 늘어난 데 이어 2012년에 다시 105만명이 늘어나 1152만명이나 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송해 홍보대사를 광고모델로 내세워 ‘참 좋은 은행’과 ‘개인도 거래하는 은행’이란 점을 집중적으로 홍보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은행과 기업이 함께 발전하는 상생의 모델을 보여준 셈이다.

    창조경제 위한 금융지원 박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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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년이 넘도록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노하우를 쌓은 기업은행은 지금 일자리 창출과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다양한 금융지원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나라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에게 일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시대적 사명에서다. 청년창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원칙은 세웠다. 우선 올해 800억원 정도의 청년창업지원펀드를 조성해 예비창업자나 창업 3년 이내 기업에 2.7%의 저리로 자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 지원을 통해 창업기업의 신용이나 담보력을 보완키로 했다.

    이와는 별도로 창업전문컨설턴트 10명을 채용해 경영전반에 대한 창업컨설팅을 해줄 계획이다. 기업은행은 이제까지 무료 창업컨설팅을 2214건이나 진행해온 노하우가 있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문화콘텐츠 산업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이미 2011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1500억원씩 4500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에 따라 문화콘텐트 대출에 나서 이미 3200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7급 공무원>이나 <타워> 등 다수의 대박 영화나 <레미제라블> 등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 등이 기업은행의 지원을 받았다. 올해는 추가로 ‘문화콘텐츠 사업팀’을 만들어 체계적인 지원에 나설 구상이다. 이와는 별도로 IBK캐피탈과 함께 100억원 규모의 ‘IBK콘텐츠펀드’를 세워 영화 ‘부가판권’ 투자도 시작했다. 대형 배급사와 외국계 직배사가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는 상황에서 중소형 배급사를 지원해 영상물 제작 환경을 개선하자는 취지에서다. 이와는 별도로 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보다 직접적인 일자리 만들기도 지속적으로 할 방침이다. 기업은행은 전년 같은 시기에 비해 채용을 늘린 기업에 대해선 0.5~1.5%포인트까지 금리를 우대해주기로 했다.

    또 잡월드를 통해 정규직 직원을 채용해 6개월 이상 고용할 경우 1인당 100만원까지 대출금 이자와 수수료를 감면해주기도 한다. 한마디로 새 정부가 하려고 하는 금융정책을 앞장서 실행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기업은행은 거래고객에게 충주연수원을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데 4개월 정도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충주호를 배경으로 ‘자연 속의 연수원’ 콘셉으로 만들어진 이 연수원은 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소동 2동과 교육동 1동, 휴양동 2동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3호(2013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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