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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싸게 파는 병행수입 활기
입력 : 2013.05.03 17:5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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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행수입물품 통관인증제 대폭 확대 병행수입 명품이란 해외 상품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가진 업체가 아닌 다른 수입업자가 현지 아웃렛이나 별도 유통 채널로 제품을 직접 구매해 국내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수입업자 권리 보호를 위해 금지해 오다가 수입품 가격 인하를 명분으로 1995년 11월부터 허용했다. 병행수입 업체는 홀세일러(수출도매상)나 아웃렛에서 구입해 국내에 들여온다.
병행수입 명품은 독점공급 업체가 판매하는 제품보다 5~50%가량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짝퉁일지 모른다는 불신감과 애프터서비스가 안 된다는 불편함에 꺼려하는 소비자가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병행수입 명품에도 통관표지가 부착되면서 소비자 신뢰 속에 시장이 확대되는 추세다.
현재 병행수입 채널을 통해 국내 유입되는 수입품의 시장 규모는 약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소비자들이 해외 인터넷몰을 통해 구입하는 직접 구매까지 포함하면 1조5000억원 규모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병행수입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전체 수입 브랜드의 90% 이상이 병행수입될 정도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해당업계는 병행수입품 시장 규모가 1~2년 내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병행수입 명품의 매력은 저렴하다는 것. 독점 공급되어 백화점이나 브랜드 직영점에서 판매되는 명품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 초에도 각본을 써 맞추듯 적게는 4~5%에서 많게는 10%대까지 너도나도 가격을 올렸다. 구찌 가방의 한 모델의 경우 백화점에선 250만원 정도이지만, 병행수입점에선 190만원으로 20% 이상 저렴하다.
구찌, 페라가모, 프라다 등을 병행수입하는 한 업자는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유통 마진이 높게 책정되어 유럽 현지에서 구매할 때보다 훨씬 비싸지만, 병행수입은 상대적으로 유통비가 적어 보다 저렴하게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이마트 롯데마트 이랜드리테일 등 대형 유통업체도 미국·유럽 등지에 사무소를 내고 병행수입을 활발히 하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해 32개 브랜드 60억원어치를 수입했는데, 올해는 51개 브랜드 120억원어치를 수입 판매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고급 골프채나 등산용 스틱 등 스포츠 레저용품과 향수를 주로 취급하는데, 수입 향수의 경우 백화점 제품보다 20%가량 싸게 팔고 있다.
영남지역의 동아쇼핑이 운영하는 ‘럭셔리 갤러리’에서는 병행수입된 루이비통, 구찌, 프라다, 코치, 에트로, 버버리 등 명품브랜드 2000여점을 판매하고 있으며 코치, 토리버치, 캘빈클라인, 게스, 나인웨스트 등의 수입 명품 슈즈를 취급한다.
할인점 인터넷서도 싸고 쉽게 살 수 있어
아웃렛에서 판매되는 병행수입 명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크게 늘고 있다. 서울 가산동 마리오아울렛 내 스와치 매장에서는 주로 병행수입품과 스크래치가 난 B급 제품이나 이월된 상품을 20~50% 할인해 판매한다. 구찌, 프라다, 지방시 등 프리미엄 브랜드 매장도 운영되고 있다.
올해 초 신세계사이먼 경기 파주 프리미엄아울렛에서는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12년 추동 상품을 최대 40%까지 할인했다. 스와로브스키 시즌 오프도 진행해 50% 할인하던 11년 추동 상품을 최대 70%까지 할인했다.
백화점을 끼지 않은 아웃렛은 저가의 브랜드부터 명품까지 구성을 다양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해외 명품을 병행수입해 시중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이 경우 백화점에서 119만원에 판매하는 버버리 체스터백은 70만원에, 8만원에 판매하는 불가리 남성용 향수 30㎖은 4만5000원에 구입할 수 있다.
병행수입품을 취급하는 명품 아웃렛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대구서 1시간 이내 거리인 김천 명품 아웃렛이 내년 초 문을 열 예정이다. 이곳은 명품브랜드 본사와 병행수입을 통해 명품 제품을 갖출 예정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병행수입 명품은 과연 어떤 브랜드일까. 한국지사 등 국내 공식수입원을 거치지 않고 가장 많이 병행수입된 브랜드는 루이비통, 나이키, 샤넬인 것으로 나타났다.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병행수입물품 정식통관 인증을 받은 69개 브랜드 가운데 상위 10개 브랜드의 수입액이 작년 2조6223억원에 달한다.
이들 10개 브랜드는 모두 명품으로 루이비통의 병행수입액이 가장 많았다. 나이키, 샤넬, 구찌, 까르띠에, 아디다스 등도 모두 2000억원을 넘었다.
병행수입 명품은 백화점을 통해 독점 공급되는 제품보다 최고 50%까지 싸게 살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인정한 통관 인증이 붙는다곤 해도 구입 시 주의할 점은 있다. 애프터서비스가 안 된다는 것. 사실 병행수입 업체들은 해외 본사와 직거래를 하지 않기 때문에 애프터서비스 계약을 맺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부 대형 업체들은 전담 수선소를 운영하고 있고, 병행 수입 업체들 독자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한다. 제품을 구입할 때는 애프터서비스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진품이 아닌 복제품을 팔거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돈을 받고 배송을 하지 않거나, 환급을 거부하는 등의 불법 사례에는 걸려들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김지미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2호(2013년 0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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