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ase Study] 30초에 380만달러…슈퍼볼 광고의 경제학

    입력 : 2013.02.01 14:12:22

  • ★ 생각 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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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시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슈퍼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1억2000만명의 시청자가 이곳에서 열리는 2~3시간 남짓한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기 위해 TV 앞으로 모인다. 이 경기는 볼티모어 레이븐스와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47회 프로미식축구 챔피언 결정전, 바로 '슈퍼볼'이다. 이날 그라운드에서 미식축구 챔피언팀을 결정짓는 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TV 화면에서는 '지상 최대의 광고전'이 펼쳐진다. 글로벌 리서치펌 칸타미디어(Kantar Med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방송국이 슈퍼볼 한 게임을 통해 벌어들인 광고 수익은 2억6250만달러(약 2858억원)에 달한다. 미국 방송국이 지난해 미국대학농구(NCAA) 결승전 3게임,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4게임에서 각각 1억8380만달러, 1억5300만달러의 TV 광고 수익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슈퍼볼이 창출하는 광고 규모가 얼마나 큰지 가늠해볼 수 있다. 2013년 슈퍼볼 TV 중계권을 따낸 CBS는 올해 슈퍼볼 광고비가 30초 한 편당 평균 380만달러(41억4000만원)에 달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현대자동차가 2008년부터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를 시작한 데 이어 기아자동차가 2010년, 삼성전자가 작년부터 올해 2년 연속 슈퍼볼 광고를 집행하는 등 슈퍼볼 광고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브랜드 가치 높을수록 광고 효과 높아

    '현대 광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오길비는 '상품을 팔지 못하는 광고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슈퍼볼 광고도 마찬가지다.

    브랜드가치 평가기관 '밀워드 브라운 옵티머'에 따르면 300만달러 규모의 슈퍼볼 광고 한 편(30초)이 올리는 매출 상승 효과가 일반 TV 광고 250편(900만달러)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TV 광고 250편을 할 바에 슈퍼볼 광고 한 편을 하는 것이 오히려 3배나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미국 꽃배달 전문 업체 텔레플로라(Teleflora)와 미국 최대 구직전문 사이트 커리어빌더(Careerbuilder)는 자신들의 1년 광고비 예산 중 30%를 슈퍼볼 광고 한 편에 쏟아붓기도 했다.

    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품일수록 슈퍼볼 광고를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슈퍼볼 광고에 등장한 브랜드들은 광고 방영 이후 일주일간 매출이 전주 대비 12%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볼 광고가 방영된 지 한 달 후 대형 브랜드의 매출은 광고 이전 대비 9% 올랐다. 반면 소형 브랜드 매출은 3% 상승하는 데 그쳤다. 브랜드파워가 탄탄한 앤호이저부시(버드와이저), 펩시코(도리토스), 제너럴모터스, 코카콜라, 월트디즈니 등 슈퍼볼 광고 단골 손님 5곳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슈퍼볼 광고에 총 6억8360만달러를 투입한 이유다. 반면 슈퍼볼 광고를 처음으로 시도한 기업들의 비율은 2008~2012년 전체 슈퍼볼 광고주의 18~30% 수준에 그쳤다.

    ▶중소ㆍ외국 브랜드엔 몸값 올릴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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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산수제조기 브랜드 '소다스트림'은 올해 첫 슈퍼볼 광고를 선보인다. 그러나 슈퍼볼 경기ㆍ광고 중계를 맡은 CBS는 소다스트림의 슈퍼볼 광고 초안에 퇴짜를 놓았다. 소다스트림의 슈퍼볼 광고 초안에는 코카콜라ㆍ펩시코 트럭과 직원이 등장한다. 탄산수 시장의 양대 산맥인 코카콜라와 펩시코 직원이 콜라병이 산산조각 날 정도로 배송 경쟁을 벌이는 동안 집에서 소다스트림을 통해 여유롭게 탄산수를 만들어 마시는 모델이 등장한다. CBS는 소다스트림이 슈퍼볼의 공식 스폰서이자 최대 광고주인 펩시코ㆍ코카콜라 로고를 등장시킨 데 대해 괘씸죄를 적용했다. 소다스트림은 슈퍼볼 공식 스폰서이자 대중에게 친숙한 코카콜라ㆍ펩시코 로고를 통해 광고 효과를 배가시키려 한 것이다.

    이처럼 슈퍼볼 광고에는 공식 스폰서가 아닌데도 스폰서인 척하는 '앰부시(ambushㆍ매복) 마케팅' 효과를 노리고 뛰어드는 중소ㆍ외국 업체가 많다.

    칸타미디어에 따르면 미국 TV 시청자 1000명당 평균 30~40명이 광고 중 채널을 돌린다. 반면 슈퍼볼 시청자들은 1000명당 오직 7명만이 광고 중 채널을 돌린다.

    중소ㆍ외국 브랜드들은 높은 몰입도를 브랜드 가치로 잇기 위해 높은 광고비에도 슈퍼볼 광고를 집행한다.

    박재항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은 "슈퍼볼 경기는 17일, 한 달간 치러지는 올림픽ㆍ월드컵과 달리 2~3시간 만에 승부가 결정돼 시청자들의 광고 몰입도가 단일 스포츠 경기 중 가장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광고 효과 높이기 위해 예고편까지 제작

    메르세데스-벤츠 미국법인은 슈퍼볼이 열리기 2주 전인 지난달 21일 뉴메르세데스CLA 광고 한 편을 유튜브에 올렸다. 광고 모델로 '미국 남성들의 로망'이라 칭송받는 금발의 글래머 모델 케이트 업턴이 등장했다.

    광고 속 검은 톱과 짧은 청바지를 입은 업턴이 손 위의 거품을 자동차 쪽으로 날리자, 미식축구 옷을 입고 세차 중이던 남자들이 멍하게 쳐다보는 것이 광고의 전부였다. 광고에는 '케이트 업턴이 천천히 뉴메르세데스CLA를 세차한다'는 노골적인 문구도 나왔다.

    미국 언론들은 '메르세데스-벤츠 광고가 청소년들도 시청하는 슈퍼볼 중계에 나오기엔 부적합하다'며 기사를 쏟아냈다. 메르세데스-벤츠 미국법인은 슈퍼볼 4일 전인 지난달 30일 새로운 슈퍼볼 광고를 공개했다. 광고에는 논란에 섰던 업턴이 단 5초만 등장한다. 미국 언론들은 다시 '케이트 업턴이 광고 주인공이 아니다'란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벤츠 미국법인은 슈퍼볼 광고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끌고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끼용 예고편을 제작했던 것이다.

    [차윤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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