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ssue]헤지펀드 반토막 존 폴슨…명예회복 ‘한방’ 노린다

    입력 : 2012.12.28 14: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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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봉권의 월스트리트 인사이트 헤지펀드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으레 조지 소로스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 회장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지난 1969년 그가 설립한 퀀텀펀드는 헤지펀드의 대명사가 됐고, 지난 1982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고평가됐다’며 파운드화를 투매해 일주일 새 10억달러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때 파운드화 가치 방어에 나선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을 굴복시켜 세계적인 악명을 떨치기도 하는 등 소로스 회장은 지난 40여년간 헤지펀드 대부로 군림했다.

    그런데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헤지펀드 업계에 또 한 명의 헤지펀드 스타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바로 존 폴슨 폴슨앤컴퍼니 회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폴슨 회장은 거의 무명에 가까웠다. 하지만 지난 30년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 가장 심각한 글로벌 경기침체를 초래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헤지펀드 업계 내 그의 위상을 확 바꿔 놨다. 글로벌 금융위기 단초가 된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거품 붕괴를 예견한 그는 당시 모기지담보채권(MBS) 가격 하락에 베팅했다. 이 같은 도박은 그대로 들어맞아 200억달러(22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고객들에게 안겨줬다. 덕분에 지난 2010년에는 헤지펀드 업계 사상 최대인 5억달러(5690억원)라는 전무후무한 성과금을 챙기기도 했다.

    이때부터 폴슨 회장은 헤지펀드를 대표하는 미더스의 손으로 불리며 노쇠해가는 소로스 회장을 대체하는 헤지펀드 업계 얼굴마담으로 급부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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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이처럼 승승장구하던 폴슨 회장이 갑작스레 2011년부터 이상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재운이 다한 듯 폴슨 회장의 시장 전망은 여지없이 어긋났고 주식이든 채권이든 펀드에 집어넣기만 하면 곧바로 급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폴슨 회장은 미국 경기가 강한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면서 기업투자 수요가 늘고 가계 소비지출이 확대되면서 은행 대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자신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위축됐던 은행실적이 큰폭 개선될 것으로 보고 JP모건체이스, 씨티그룹, BOA 등 은행주를 대거 운용펀드에 편입했다. 하지만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그리스가 기술적으로 디폴트(채무상환 불능) 상황에 빠지는 등 유로존 재정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리고 글로벌 경기침체 불안감이 커지면서 은행주는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했다. 설상가상으로 2011년 8월 미국이 최상위 신용등급인 트리플A(AAA) 등급까지 박탈당하자 은행주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결국 은행주가 조만간 반등하기 힘들 것으로 체념한 폴슨 회장은 엄청난 손실을 본 채 은행 주식을 모두 처분해버렸다. 이 같은 투자 판단 실패는 폴슨 회장이 헤지펀드를 설립한 이후 17년래 최대 손실로 돌아왔다. 폴슨앤컴퍼니 전체 운용자산의 절반이 몰빵돼 있는 폴슨 어드밴티지 플러스 펀드와 폴슨 어드밴티지 펀드의 2011년 수익률은 각각 -51%, -36%였다. 펀드 수익률이라고 내밀기에는 너무 참혹한 성적표였다.

    대규모 손실을 본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폴슨 회장은 지난해 펀드 실적을 아웃라이어(그간의 경험에 비춰 일상적인 발생 확률 밖에 있는 극히 이례적인 사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올해는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1년과는 정반대로 극단적인 글로벌 경제 비관론에 기반해 올해 펀드 투자 방향을 결정했다. 그러면서 2012년 그리스 디폴트가 현실이 되면서 유로존 시스템이 붕괴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겪을 것이라는데 베팅했다. 심지어 유로존 최대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분트)까지 다 팔아치우라’며 유럽 재정위기 심화를 기정사실화했다.

    폴슨 회장 전망대로 유럽 3대 경제대국인 스페인까지 디폴트 위기에 처하는 등 유로존 재정위기가 확산되는 듯 보였지만 지난 9월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양적완화 조치를 발표한 이후 유로존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 머피의 법칙에 걸린 것처럼 시장은 폴슨 회장이 베팅하는 방향과 항상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셈이다. 결국 펀드 수익률은 형편없었다. 지난 11월 말 현재 폴슨 어드밴티지 플러스 펀드와 어드밴티지 펀드는 각각 -22%, -15%로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 2011년 1월 어드밴티지 플러스 펀드에 투자한 1달러는 2년도 안 돼 원금이 40센트도 안 되는 수준으로 확 쪼그라든 상태다. 380억달러에 달했던 운용자산도 확 줄어 190억달러 수준이다. 반면 세계 최대 채권운용회사 핌코의 토털리턴 펀드는 올 들어 10.3% 플러스 수익률을 거둬 대조를 보였다.

    투자자들이 멘붕 상태에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2년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 수익을 거둔 점도 불만이지만 투자자들이 특히 문제로 삼는 것은 오락가락하는 폴슨 회장의 투자전략이다. 투자전략이 수시로 변하는 데다 수익률도 냉탕과 온탕을 오고가는 등 투자위험이 커지고 있어 안정적으로 돈을 맡길 수 없다는 분위기다. 환매요청이 잇따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드밴티지 플러스와 어드밴티지 펀드에서 큰 손실을 본 폴슨 회장은 최근 금과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베팅,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져 금, 주택 등 실물자산 값이 상승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폴슨앤컴퍼니는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인 SPDR의 지분을 대폭 늘려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하지만 폴슨앤컴퍼니의 금펀드 수익률도 아직까지는 실망스럽다. 실망스런 펀드 수익률 때문에 투자자들이 커다란 투자손실을 보고 있지만 폴슨 회장은 여전히 미국을 대표하는 거부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보유 재산만 9월 말 현재 110억달러로 미국 6대 거부다.

    [박봉권 매일경제 뉴욕 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8호(2013년 0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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