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inion]금융감독제도 개편 제대로 하려면

    입력 : 2012.12.07 16:10:26

  • 내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금융감독제도 개편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금융감독제도 개편이 중요한 근본적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한국 금융산업이 왜 이렇게 갈수록 낙후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때 한국을 동북아금융허브로 만든다는 구상이 제시되기도 했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동경 싱가포르 홍콩은 물론 새롭게 국제금융센터로 부상하고 있는 상해에도 밀리고 있다. 2009년에는 여의도와 부산 문현지구를 금융중심지로 선정해 발표하고 여의도에는 야심차게 국제금융센터를 건설했으나 고작 몇 개의 외국금융기관들만 입주해 있는 실정이다. 이제 아무도 동북아금융허브를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스위스의 UBS, 네덜란드의 ING와 같은 한국에서 금융의 삼성전자의 탄생은 불가능한 것인가. 둘째는 금융위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하버드대의 로고프(Kenneth S. Rogoff) 교수와 메릴랜드대의 라인하트(Carmen M. Reinhart)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 800년 역사를 연구해 공동저술한 <이번엔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에서 금융위기가 한번 발생하면 성장률이 반토막 나고 그 결과 세수는 감소하는 반면 구제금융은 증가해 재정이 악화된다고 주장한다. 금융위기 전 1962~1997년 연평균 8.1%를 기록하던 성장률이 금융위기 후 1998~2011년에는 연평균 4.2%로 반토막 난 한국이 바로 그 예다. 그 후에도 2001~2003년의 카드대란, 2011~2012년의 저축은행 사태 등 크고 작은 금융위기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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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제도 태생적 오류 이처럼 중요한 금융산업 발전과 금융위기 방지의 중심에 금융감독제도가 있고, 현재의 금융감독제도가 이 두 문제 해결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개편논의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인 개편 논의 배경으로는 다음 세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현행 금융감독제도의 태생적 오류다.

    1997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감독위원회와 통합금융감독원으로 탄생되고 이어 2008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체제를 갖춘 현재의 금융감독제도는 설립될 때부터 태생적인 오류를 안고 있었다. 즉 1997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IMF는 한국의 금융위기가 정부의 금융부문 개입으로 금융의 비효율과 기업부채가 증가한데 원인이 있다고 보고, 한국정부와 체결한 구제금융지원 의향서와 한국 경제 메모랜덤에서 ‘운영 및 재정상의 자율성’이 보장된 ‘강력하고 독립적인 감독기구’를 설립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금융감독정책을 수립하고 금융감독원을 지도·감독하는 금융감독위원회를 금융감독원과 별도로 설치했다. 이어 2008년에는 금융감독정책과 더불어 국내금융정책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로 확대, 개편됨으로써 금융위기의 원인이 되었던 관치금융 문제가 더욱 악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둘째, 빈번하게 발생하는 금융위기 문제다. 2001~2003년 신용카드 대란, 2011~2012년 저축은행 사태 등 1997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크고 작은 금융위기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금융감독 독립성 부족, 금융정책이 감독정책을 관장하는 상하구조, 통합감독제도에 따른 전문성 부족과 감독 사각지대 존재 등이 근본 원인이다.

    셋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글로벌 차원에서 금융감독제도에 일대 전환기가 됐다. 즉 금융시스템위기의 사전예방을 위한 거시건전성 규제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위기의 사전예방이나 추가확산방지를 위해 최종대부자기능을 수행하는 중앙은행의 금융안정기능이 다시 재조명받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1998년 통합감독체제를 구축했던 영국은 금융감독을 영란은행으로 다시 이관하고 미국도 FRB의 감독기능을 강화하는가 하면 최근 유럽연합은 유럽중앙은행 산하에 유럽통합감독기구를 설치하는데 합의하는 등 중앙은행의 금융감독 기능이 강화되는 추세다.

    금융감독 독립성 확보 최우선 과제 이러한 추세에 부응한 금융감독제도 개편방향은 다음과 같다. 관치금융청산과 금융중개기능 정상화를 위한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 감독기능 약화 방지를 위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분리, 국내외 금융정책 조화도모, 독점폐해와 감독 사각지대 방지를 위한 감독의 분권화와 전문화, 금융위기 사전 예방을 위한 건전성규제 강화, 금융위기 예방과 확산방지를 위한 중앙은행 금융안정기능 강화, 소비자보호 강화,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한 감독당국의 책임성 투명성 제고, 감독당국 간 유기적 협조체제 구축, 감독제도의 국제적 정합성 제고 등 10대 개편방향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관치금융청산과 금융중개 기능 정상화를 위한 금융감독의 독립성 확보다. 관치금융이 존재하는 경우에는 금융기관의 건전한 대출을 위한 사전심사와 사후감시라는 금융중개 기능이 발달할 수 없고 그 결과 금융부실이 증가하고 금융위기가 초래된다. 뿐만 아니라 과도한 규제로 금융 산업이 발전할 수 없게 된다.

    관치 우려 금융위 해체를 이러한 개편방향을 토대로 한 구체적인 개편방안으로는 먼저 관치금융의 우려가 큰 금융위원회는 해체해 국내금융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의 국제금융정책 기능과 통합하고, 금융감독정책과 감독검사업무를 관장하는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원의 내부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원의 임기와 신분을 보장하고 민간전문가가 과반수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감독원은 무자본특수법인화해 전문성을 확보하고 법령제정권, 감독업무와 예산상의 독립이 확보된 독립된 기구로 탄생돼야 한다. 이렇게 개편된 금융감독원을 시스템리스크와 관련성이 큰 은행과 제2금융권의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건전성감독원과 증권 보험 파생상품 등 금융상품거래 감독을 담당하는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나누는 것도 분권화 전문화의 필요성과 감독 사각지대 해소에 부합하는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최근 건전성감독과 영업행위규제로 나누는 쌍봉형이 주장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구분의 어려움이 있고 피감기관의 이중 감독검사 우려가 크다.

    이렇게 금융건전성감독원과 금융시장감독원으로 나눌 경우에는 영국 프랑스 유로존의 경우처럼 금융건전성감독원은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 두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이는 중앙은행 금융안정기능 강화추세에 부응하고 위기 징후 시 위기 사전예방, 위기 발생 시 위기 추가확산방지를 위한 중앙은행 최종대부자 기능의 원활한 수행에 도움이 될 것이다. 금융건전성감독원을 따로 둘 경우에는 중앙은행의 원활한 최종대부자 기능 수행을 위해 금융기관 부실징후 시에는 한국은행에 단독 감사권을 부여하는 정도의 장치는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의 유효성과 효율성 및 이중규제 소지 등을 고려해 금융시장감독원에 현행대로 금융소비자보호처로 두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감독당국들 간의 유기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안정위원회를 설립하되 이는 어디까지나 협력기구이며 각 당국의 독립적인 정책결정을 구속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감독당국의 책임성과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최근 국제적 흐름에 부응하면서 관치금융청산으로 미래의 지식기반 고부가가치 성장동력 산업으로서의 금융산업 발전과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열망하는 국민의 기대에도 부응하는 방향으로 10~20년을 내다보는 새로운 금융감독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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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아시아금융학회장]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7호(2012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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