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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kinsey Report] 신흥시장 소비자 마음 구전으로 뚫어라
입력 : 2012.11.12 11: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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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맥킨지는 소비자의 행동이 직선적인 전진이라기보다는 여러 차례의 피드백을 거친 구불구불한 여정에 가깝다는 점에 착안해 ‘소비자 결정 과정’이라는 반복적인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마케팅 담당자들이 승리하거나 패배할 수 있는 4가지 핵심적인 전장(Battleground)을 파악했다.
4가지 전장이란 (1)소비자가 제품 또는 서비스의 구매를 결정하고 몇 가지 브랜드를 고려하는 단계인 초기 고려(Initial Consideration) (2)소비자가 잠재적 구매 조사를 수행하는 능동적 평가(Active Evaluation) (3)소비자가 구매 순간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는 종결(Closure) (4)소비자가 선택한 제품 또는 서비스를 경험하는 구매 이후(Postpurchase) 단계를 말한다.
이러한 구분법은 세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신흥시장에서도 통용될 수 있다. 그러나 선진시장과 마찬가지로 기술의 발달로 인해 구매 결정 과정의 각 단계에서 신흥시장 소비자의 참여도가 높아졌으나, 선진시장 소비자들과 같은 브랜드 및 제품 경험을 하지 못한 신흥시장 소비자들 특성의 차이를 반영해 몇 가지 중요한 변경을 가할 필요가 있다.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특성의 차이란 예컨대 자동차, TV, 기저귀 등을 생애 처음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말한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리서치 결과 발견된 신흥시장과 선진시장 간의 3가지 핵심적 차이점을 다룬다.
첫째, 신흥시장 소비자의 구매 결정 과정에서 지대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구전효과의 힘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신흥시장에서는 소비자의 초기 고려 단계에 브랜드를 포함시키는 일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역시 구매 의사결정에서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선진시장에 비해 신흥시장에서는 매장 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 과정에서 더 길고 중요하기 때문에 제품이 판매 업체의 진열대에 도달한 이후의 상황에 기업들이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리적 집중을 통한 구전효과의 활용 구전효과는 선진시장보다 신흥시장 소비자의 구매 결정 과정에서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다양한 선진시장 및 신흥시장의 식음료 제품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수행한 결과, 영국과 미국 응답자의 경우 ‘구매 이전에 친구 또는 가족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는 비율이 30~40% 정도였으나, 아프리카와 아시아 소비자의 경우 그 비율이 훨씬 높아서 중국은 70%, 이집트는 90% 이상을 기록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보습제의 경우에도 중국 응답자의 64%가 친구와 가족의 추천을 고려한다고 응답했으나 미국과 영국은 그 비율이 40% 미만이었다.
신흥시장에서 구전효과가 큰 역할을 하는 한 가지 이유는 생애 최초로 제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아서 충성도가 구축될 정도로 오랫동안 뿌리 내린 브랜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구매자의 60%는 첫 차를 구입하는 소비자이고, 노트북 컴퓨터의 경우는 30~40%가 첫 구매자임.) 따라서 친구가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일단 안심이 되는 것이다. 중요한 선택이지만 소비자가 제품에 대해 아는 것이 적을수록 소비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중시하게 된다. “내가 아는 사람 중 특정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제품이 망가지거나 고장나거나 해서 나를 당황하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생긴다”고 한 소비자는 말한다. 그러한 신뢰의 존재(또는 부재)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평가 대상이 되는 브랜드의 집단이 형성된다. 신뢰는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와 더불어 친구 및 가족의 구매 이후 경험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
많은 경우 신흥시장에서 구전효과는 지역적인 현상인데 이는 신흥시장의 소비자들이 일반적으로 친구 및 가족과 가까이 사는 데도 일부 기인한다. 또한 지리적 한계를 초월하는 디지털 형태의 구전효과가 신흥시장에서도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으나 선진시장에 비하면 그 확산 범위 및 신뢰도가 아직 제한적이다. 중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맥킨지의 연례 설문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추천을 신뢰한다’는 응답이 53%로 ‘친구와 가족의 추천을 신뢰한다’는 응답률 93%에 비해 현격히 낮다. 같은 조사에서 소비자가 인터넷에서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제품을 구매한 경우는 23%에 불과했다. 식품, 음료, 소비자 가전의 경우 미국과 영국의 소비자는 이 비율이 60%로 올라간다.
구전효과의 상대적인 지역적 특성이란 신흥시장의 기업들이 마케팅 자원을 옅고 넓게 확대(예: 전국의 모든 대도시를 대상으로 함)하기보다는 특정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채택할 경우 더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접한 여러 도시에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이는 기업은 선순환 구조를 창출할 수 있다. 브랜드가 임계치(최소 10~15%의 시장 점유율)에 도달할 경우 추가적인 사용자에서 비롯된 구전효과가 평판을 순식간에 확산시켜 마케팅 지출을 더 늘리지 않고도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중국의 생수 브랜드 세봉(C’est bon)의 전국적 점유율은 매우 낮지만 중국 남부에서는 평균 25~30%의 점유율을 보인다. 이 브랜드의 매출은 대부분 해당 지역에서 45~50%의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소규모 매장과 식당에서 발생한다. P&G는 인도에서 같은 방식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P&G는 학교 여학생들에게 교육과 무료 샘플을 제공함으로써 대상 지역사회에 위스퍼(Whisper) 브랜드의 생리대를 소개했다. 이들 지역사회에서 구전효과를 창출하는 데 성공한 P&G는 점진적으로 15만개 학교의 200만명이 넘는 여학생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확대했다. 그 결과 P&G의 추산에 따르면 기존에 66%에 달하던 천 생리대 사용비율이 6%로 급속히 하락했다. 신흥시장 소비자들은 고가의 품목을 구입할 경우 특히 다수의 매장을 여러 차례 방문해 체계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경향을 보인다.
소비자의 초기 고려대상에 브랜드가 포함되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해당 브랜드를 알고 있어야 하므로 TV 및 기타 매체의 광고를 통한 노출이 반드시 필요한 첫 단계다. 여기서도 지리적 집중이 중요하다. 신흥시장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친구, 가족과 가까이 살지만 전국 TV 채널, 전국지보다는 지역 TV 채널과 지방신문을 보는 경향이 있다.(예컨대 중국에는 3000개가량의 지방 TV 방송국이 있음.)
집중 대상 지역의 로컬 매체를 통해 광고 점유율을 높임으로써 기업이 우선순위 브랜드를 전면에 배치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지위에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구매 경험이 적은 신흥시장 소비자들은 선도 브랜드로 인식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러한 전략은 효과적이다.
그러나 광고에만 집중 투자하는 것으로는 반드시 고려 대상에 포함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기업들은 현지 시장의 선호도와 관심사에 부응하는 메시지로 이들 소비자에게 접근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선진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한 메시지라 해도 신흥시장에서는 메시지를 새롭게 다시 테스트해야 한다. 에이서 차이나(Acer China)는 중국에서 ‘내 삶을 단순화한다(Simplify My Life)’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자사 PC 구입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캠페인을 벌였으나 이 메시지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일반적인 중국 소비자들에게 PC는 매우 고가품이므로 이들이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내구성이다. 또한 중국의 PC 구매자들은 생산성보다는 오락성을 중시한다. 포커스 그룹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에이서가 당초 의도했던 ‘가격 대비 가치’라는 메시지는 성능을 신뢰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에이서가 단순성, 생산성 대신 신뢰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내보내자 더 적합하고 신뢰받는 브랜드가 되어 많은 소비자들의 우선구매 리스트에 오를 수 있었고, 2년 만에 시장 점유율이 2배로 늘어났다.
그 결과 신흥시장에서는 구매 시점에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훨씬 크다. 맥킨지는 2008년에 처음으로 이러한 구분을 정량화한 바 있다. 이 결과는 후속 연구에 의해 더욱 강화됐다. 예를 들어 신흥시장 소비자의 평면 스크린 TV 구매의 최종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매장 내 경험이고, 급속히 변화하는 소비재의 경우 미국 소비자들보다 중국 소비자들이 브랜드 선호도를 바꾸는 경향이 2배에 이른다는 점이 후속 연구에서 밝혀졌다. 매장 내 경험을 장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극복해야 할 과제도 크다. 제품은 2~3단계의 유통업체를 거쳐 수만 개의 소매 매장에서 팔리기 때문에 기업들이 구매 시점에 정확히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지를 명확히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상품화, 포장, 매장 내 판촉에 일관성이 결여될 경우 제품이 아무리 탁월하고 광고 전략을 아무리 신중하게 수립했더라도 무위로 돌아갈 수 있다. 그러한 낭비를 막기 위한 첫 걸음으로서 소매업계가 어떻게 세분화돼 있고 우선순위 채널이 어디인지 등 소매업계의 지평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 기업들은 인센티브 시스템, 유통업체와의 협업, 판매 관리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맞춤형 통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우선순위 채널에 대해 기업들은 IT 인프라의 지원을 받고 슈퍼바이저와 미스터리 쇼퍼를 활용하는 집중 통제 모델을 전개해 평가가 가능한 수준으로 매장의 성과를 가시화할 필요가 있다.
[Yuval Atsmon 맥킨지 런던 사무소 대표 Jean-Frederic Kuentz 맥킨지 타이베이 사무소 대표 성정민 맥킨지 상하이 사무소 부대표]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6호(2012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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