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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바스프는 어떻게 B2B 브랜드마케팅 강자 됐나
입력 : 2012.11.09 15: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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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들어 글로벌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 같은 '캡티브 마켓(계열사 간 내부 시장)'은 계속 축소되고 있다. 가격과 품질이 같지 않은 이상 무조건 계열사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는 "중간재 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자와는 다른 '차별화된 가치'를 주고자 노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경MBA팀은 최근 방한한 마이크 프리쉐 바스프 글로벌 브랜드 매니저를 만나 바스프가 'B2B 브랜드 마케팅의 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어봤다. 국내에서는 드물게 B2B 브랜드 마케팅을 전공한 한상린 한양대 교수의 조언도 들었다.
◆ B2B제품에 차별된 가치를
바스프는 기업으로 유명하지만 개별 제품은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바스프는 원래 비디오테이프로 유명했는데, 1980년대에 테이프사업부를 매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 사람들은 테이프하면 바스프를 떠올렸다. 바스프는 자사 브랜드에 대해 제대로 관련자에게 알릴 필요를 느꼈다. 특히 화학 회사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브랜드 마케팅이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 부동액 브랜드인 글리산틴을 담당하게 된 마이크 프리쉐 글로벌 매니저는 '맨땅에 헤딩하기' 식으로 B2B 브랜드 마케팅을 시도해야 했다. 브랜드 마케팅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바스프 제품군에서 B2C(기업 대 개인고객) 제품과 B2B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0%, 90%로 B2B 제품이 절대적이다. 당시 B2B 마케팅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다. B2B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조언을 받기 어려워 B2C 브랜드 마케팅에 대한 조언을 응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 가격 프리미엄의 비결
83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브랜드 글리산틴은 2007년이 돼서야 브랜드 전략을 확립했다. 우선 차별된 가치를 간단히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 이미지가 바로 '슛츠', 즉 우리말로 '보호'다. 운전자와 자동차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상린 교수는 "브랜드는 결국 사람에 대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기술적이거나 경제적인 데이터는 엑셀 시트로 알 수 있지만 브랜드는 감정적인 부분과 관련돼 있다. 구매부서, 유통부서, 최종소비자 모두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통해 가치를 제시하고 구매를 돕는다. B2B 브랜드는 구매담당자가 적절한 가격 수준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보호라는 컨셉트를 통해 '보장된 품질'이라는 이미지가 구매자 머리에 자리 잡을 때 제품의 가격 프리미엄은 커진다. B2B 영역에서도 브랜드는 고객에게 제품의 장점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 세일즈팀이 브랜드 관리
B2B 제품은 파생수요라는 특성을 가진다. 주로 최종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이 많기 때문에 최종 제품을 소비자가 구매해야 B2B 제품의 매출도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글로벌 B2B 기업들이 최종 제품의 수요를 촉진시키는 마케팅을 진행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텔 인사이드' 캠페인이다. 컴퓨터 제품 광고비의 일부분을 인텔이 부담하는 대신, 인텔의 CPU가 내장돼 있음을 광고 내용에 포함시켰다.
바스프는 인텔과 다른 접근 방식을 취했다. 대대적인 광고로 몰아붙이는 방법보다는 세일즈팀을 훈련시키는 데 주력했다. 비즈니스 회의나 협상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교육했다. 어디에서 협상하든 제품에 대한 일관된 메시지를 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서는 세일즈팀이 자신이 세일즈하는 제품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중요했다. 프리쉐 매니저는 "이 방법은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렸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바스프는 대중매체 광고를 통해 마케팅을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왔을 때 제대로 브랜드에 대해 알릴 수 있도록 세일즈팀을 계속해서 훈련시키고 있다.
◆ B2B 브랜드 마케팅, 불황에 위력 발휘
오랫동안 성장이 정체됐던 글리산틴의 매출과 순이익은 브랜드 마케팅 활동의 결과 2008년 금융위기 때에도 각각 20% 증가했다. 보다 낮은 가격의 제품을 찾아 고객이 떠날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고 글리산틴 제품 자체의 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것은 아니었다.
프리쉐 매니저는 "신뢰받는 브랜드는 불황에도 가격을 내릴 필요가 없다. 위기 때 기업들은 확실한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he is…
마이크 프리쉐는 2007년부터 바스프그룹의 글리산틴 글로벌 브랜딩을 총괄하고 있다. 그전에는 섬유 디지털 잉크 사업부의 창립 멤버로 약 6년간 글로벌 비즈니스 개발 총괄 업무를 역임했다. 1983년 수습 교육직으로 바스프에 입사해 30년째 바스프에서 근무하고 있다.
[용환진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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