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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Ⅱ]리설주 북한의 에바 페론?
입력 : 2012.10.26 15: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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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입는 ‘청담동 며느리’ 패션은 물론이고 목에 걸린 티파니 목걸이며 손에 들린 크리스챤 디올 클러치 백조차 톱뉴스가 되고 있다. 한술 더 떠 사진에 드러난 그녀의 ‘뱃살’을 보고 출산을 했을지, 했다면 언제 했을지 분석한 기사가 쏟아질 정도다.
남편 김정은과 함께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고 다니면서 커플 시계를 차고 팝콘을 나눠 먹는 모습도 보수적 북한 사회에선 파격이고 충격이다.
공산주의국가 역사상 이런 스타일의 퍼스트레이디는 없었다.
리설주는 말하자면 세상에 없던 스타일을 만들어낸 ‘북한 신인류’의 아이콘인 셈이다.
리설주의 일거수일투족이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실이다. 김일성 시절이건 김정일 시절이건 북한 퍼스트레이디가 공개된 적도, 이렇게 파격적으로 행보를 드러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마치 북한 공산주의 독재체제의 ‘에바 페론’처럼 인식되는 것 같다. 리설주는 공교롭게도 에바 페론과 같은 ‘가수’ 출신이다. 다만 인생 역정은 비교가 안 된다.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며 서민들의 애환을 겪은 에바 페론과 달리 리설주는 평양 중산층 가정에서 곱게 자랐기 때문.
국가정보원은 리설주와 김정은이 2009년 결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원세훈 국정원장은 지난 7월 26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 같은 내용을 국회에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국정원은 리설주가 1989년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양 금성제2중학교를 졸업하고 중국에서 성악을 전공했다고 밝혔다. 평양 금성제2중학교는 평양학생소년궁전 부속학교로 주로 문화예술 인재를 키우는 인기 있는 명문학교다.
국정원은 리설주가 지난해까지 북한 은하수관현악단에서 가수로 활동했던 사실에 대해서도 확인했다.
리설주는 사실 이미 남한 사회에서 유명세를 탄 적이 있다. 지난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대회 때 이른바 ‘미녀응원단’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것. 방한 당시 그녀는 청순한 미모로 남측 언론의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당시 행사를 취재했던 한 기자는 “사진기자들도 대부분 남성인지라 더 아름다운 피사체로 렌즈가 향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고 말했다. 입국 때부터 출국 순간까지 그녀는 경기장 안팎에서 취재진의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한 몸에 받았다.
리설주가 한국을 방문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그녀의 ‘남한 나들이’ 경험이 김정은의 대남정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남북관계가 전에 없이 좋았던 시기에 한국을 방문해 국제대회를 지켜보고 남측 학생들과 교류를 나눴던 것은 고등학생 리설주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그녀가 보여주는 다채롭고 파격적인 모습이 꽉 막힌 남북관계에서도 작은 돌파구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제25호(2012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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