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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ator]트렌드에 민감해야 새로움이 드러난다…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
입력 : 2012.08.06 10: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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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과 세미나 등 모든 순간을 목격한 김홍탁 제일기획 마스터(전문임원·Executive Creative Direct)는 “놀라운 순간이었다”며 “특히 이웃나라 팬들이 광고제 현장에서 2NE1의 노래를 부르며 플래시몹을 펼칠 땐 짜릿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이야기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국내광고와 글로벌광고, 디지털광고 등을 섭렵한 김 마스터는 1995년부터 제일기획에 근무한 터줏대감. 올해 칸 국제광고제에선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주최하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아이디어 ‘칸 키메라’에 심사위원으로 초청되며 칸의 중심을 누볐다.
과연 그가 느끼는 한국 광고계의 과거와 미래는 어떠할까.광고제가 끝나고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그를 만났다. 시종일관 똑 부러지는 답변이 명쾌했다.
워밍업을 사무실에서?
원래 나오면 안 되는데.(웃음) 여기저기 눈치 보여서 숨어 있다.
소문난 여행가인데 크리에이터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인가. 크리에이터에겐 여행이 최고다. 책을 통해서 얻는 것도 있지만 여행만큼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건 없다. ‘건강이 허락하고 경제력이 있을 때 떠나자’가 내 인생의 모토다. 이번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과 도시를 꼽으면 칸, 니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안달루시아, 똘레도, 리스본을 돌았다.
그러고 보니 대기업 임원들과는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콘셉트인가. 글쎄.(웃음) 딱히 정한 건 아니고 익숙해서 편하다. 제일기획은 광고회사 아닌가. 삼성그룹이긴 하지만 가장 자율적인 곳이다. 또 그래야 하는 곳이지. 철저히 아웃풋으로 평가받는다.
약 10년간 글로벌 업무에 집중했는데 광고회사의 글로벌 업무는 어떤 것인가. 국내에선 삼성이 절반, 비삼성이 절반 정도 되는데 해외에선 아직 그렇지 않거든. 해외 글로벌 기업 광고가 목표다. 물론 쉽지 않다. 아직은 삼성을 중심으로 글로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해외 글로벌 기업 광고수주다? 현재 27개국에 49개의 해외 거점을 마련했다. 이곳엔 전부 현지인이 근무한다. 이미 해외에선 제일기획을 영어로 표기할 때 홀딩컴퍼니라고 한다. 그만큼 브랜드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섰다. 물론 칸 국제광고제에서의 수상이 그 초석이고.
세계 광고시장은 이미 전쟁터다 어떤가. 칸 국제광고제에서의 수상 이후 달라진 점이라면. 광고주의 태도가 달라졌지.(웃음) 칸에서의 수상은 꾸준히 준비하고 진행해왔다. 어떤 분들은 칸 국제광고제에서의 수상이 명예일거라 생각하는데 브랜딩에 직접적인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세계 광고계에서 광고회사(대행사)는 랭킹이 점수로 환산되거든. 칸에서 그랑프리를 받으면 몇 점, 원쇼어워드, 뉴욕페스티벌, 애드페스트 등에서 상을 받으면 몇 점. 그 점수가 환산돼 랭킹이 정해진다.
생각보다 무서운 곳이다. 그렇지.(웃음) 또 그렇게 개인의 랭킹도 정해진다. 해외에선 광고회사 재직기간이 평균 3년이다. 수상 등의 실적이 몸값으로 환산돼 인력이 자주 옮겨 다닌다.
쉽게 생각하면 프리미어리거들의 이적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국제광고제에서의 수상이 그만큼 중요하다.
광고제 출품작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게 되나.
사실 광고는 절대적으로 광고주 주도로 진행된다. 광고주의 생각이 유연하면 광고도 유연하게 나오지. 그런데 이 모든 게 모두 선제안 프로젝트다. 광고주가 ‘이런 광고 만들어 주세요’ 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이런 아이디어가 있는데 어떠냐고 제안한다. 난 그런 태스크포스 프로젝트를 이끌어 왔고. 그러니 하나하나 개척해서 일궈냈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해외 광고회사도 마찬가지인가. 그쪽도 광고제 수상을 위해 이런 식의 선제안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린 좀 더 절실하고.(웃음) 광고만 놓고 보면 이러한 프로젝트는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광고주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해결책을 제시해주거든.
가령 CJ의 미네워터는 처음엔 브랜드만 있었고 인지도나 유통망이 기대에 못 미쳤다. 그래서 우리가 먼저 제안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좋지 않은 물을 먹고 병에 걸리곤 하는데 돕고 싶어도 도울 방법을 모르니 미네워터를 살 때 물방울 바코드를 한 번 더 찍으면 소비자가 100원, 제조사가 100원, 유통업체에서 100원 총 300원을 기부하자고. 300원이면 300명이 먹을 수 있는 물을 정화할 수 있거든.
기부할 수 있는 문화를 형성하면서 매출도 높이고 브랜드 이미지도 높아졌다. 이 아이디어가 좋다고 훼미리마트도 동참했다. 이전엔 마케팅의 도구로 광고를 생각했다면 이젠 광고가 가치를 창출하고 사람의 마음과 세상을 바꾸고 있다. 칸의 심사위원들도 그런 면에 초점을 맞췄다.
마스터의 몸값도 꽤 많이 올랐겠다. 글쎄, 구체적인 제의까지 들어올까?(웃음)
셀러브리티 위주의 광고가 아쉽다 이번 수상 결과를 놓고 5개의 동상을 수상한 이노션과 대결구도에 놓이곤 한다. 이노션의 첫 수상이었는데 내년에는 좀 더 많은 상을 받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대결? 실제 당사자들은 그렇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VS로 진행되곤 한다. 스스로 크리에이티브를 높이는 게 목적이지 누굴 이기자는 게 아니거든.
칸에서 진행된 제일기획의 세미나가 주목받기도 했는데. 세미나만 준비한 팀이 따로 있었다. 고생 많이 했지. 어찌 보면 칸 국제광고제는 굉장히 정치적인 조직이다. 어떻게 해야 돈을 벌 수 있는지 알고 있는 세계 광고계의 최대 행사다. 전 세계 크리에이티브 구루들이 자비로 모여든다.
한 곳으로 모으려 해도 모일 수 없는 이들이 스스로 참가한다. 우리가 그 사람들을 따로 만나려면 아마 1년을 돌아다녀야 할 걸. 세미나도 굉장히 많지. 광고제 일주일 동안 오전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계속 세미나가 열린다.
걸그룹 ‘2NE1’이 등장하면서 반응이 대단했다던데.칸 국제 광고제에서 제일기획 세미나에 나온 걸그룹 2NE1
국내와 해외의 광고 트렌드의 차이라면. 있지. 글로벌도 지역마다 색깔이 다르다. 하지만 저변에 흐르는 휴머니티와 사랑, 정의 등의 가치는 공통적이다. 국내 광고가 아쉬운 건 너무 연예인에 의지한다는 것인데 광고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TV광고에 거의 다 연예인이 등장한다.
그래야 상품이 빨리 인지되고 팔린다는 건데 현시점의 광고는 빨리 알려서 제품만 팔리게 한다는 범주를 이미 벗어났다. 제품만 좋아도 팔리는 세상 아닌가.
연예인이 나와서 이야기할 때 어떤 메시지와 크리에이티브를 기대할 수 있을까. 설령 있다 해도 연예인보다 각인될 수 있을까. 제대로 된 광고는 오히려 대중에게 생각하는 힘을 갖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셀러브리티가 효과적인 광고가 있을 텐데. 좋은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그건 광고인들만 힘써서 될 건 아니고. 누굴 쓰라고 정해서 내려오기도 하니까 안타깝지. 새로운 화법의 광고를 해야 광고회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생긴다.
디지털 분야는 개척자 입장 아닌가.
내가 볼 때 가야할 분야는 그쪽인데 아무도 가지 않는 게 이상했다. 가야할 길이 보이지 않으면 답답할 뿐인데 보이는 데도 가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디지털 분야는 처음이었는데 후배들에게 권해도 오지 않더라고. 이제 시작한다면 좀 늦은 감이 있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에 탑승할 만한 준비가 됐느냐가 관건인데 늘 아쉽다.
앞으로의 트렌드가 궁금하다. 이번 칸을 예로 들면 착한 프로젝트가 많아졌다고들 한다. 난 그 원인이 소셜미디어의 힘이라고 본다. 미디어가 사람을 바꾸는데 지금은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빠져 산다. 그 안에서 좋은 것들을 공유하고 지키려 한다. 이젠 그 안에서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어렵다.
일례로 아멕스 카드의 경우 두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받았는데 내용을 보면 추수감사절 이후 블랙 프라이데이에 쇼핑을 하는데 그게 다 대형점포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지. 그래서 아맥스가 그 다음날을 스몰 비즈니스 새터데이라고 정해서 영세상점에서 쇼핑하자는 캠페인을 펼쳤다.
그런데 그게 미국 의회에서 통과돼 공식적으로 지정됐고 오바마 대통령이 그날 영세상점에서 물건을 사면서 SNS로 퍼지게 됐다. 지금은 이런 시대다. 소비자가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앞으로의 목표는. 글로벌 광고회사가 되려면 삼성 이외의 광고를 수주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 과자를 파는 회사가 광고를 만들 때 세계적인 회사와 경쟁하려면 제일기획의 브랜드가 통해야 한다. 그때 중요한 게 이런 수상 실적이다. 아니면 끼지도 못한다. 지금까지 한두 개씩 눈에 보이고 있는데 이제 시작이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3호(2012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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