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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Ⅰ]EU,이젠 바주카포를 쏠 것인가
입력 : 2012.07.11 11: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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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 vs 성장, 대립하는 위기 해법 그리스가 유로존 잔류 여부를 놓고 치른 총선에 세계인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던 지난 6월 1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발언을 쏟아냈다. 가뜩이나 손에 땀을 쥐고 경제위기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순간 긴장했다.
“지난 10년 동안 독일과 프랑스의 단위 노동비용이 어떻게 변했는가를 보자. 2000년 초 독일은 여러 면에서 프랑스보다 나빴거나 기껏해야 비슷한 정도였다. 그러나 이후 양국 사이의 격차는 점차 심하게 벌어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난데없이 프랑스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날 “독일은 유럽 안정의 닻이자 성장엔진”이라며 두 나라의 실력 차이를 강조했다. 독일이 임금상승을 억제하며 경쟁력을 키우는 동안 프랑스는 단위 노동비용이 계속 상승하도록 방치해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튿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긴급 전화를 걸었다. 엘리제궁 측은 두 정상이 유럽연합(EU) 핵심 국가 지도자로서 그리스 총선 전망과 멕시코에서 열릴 G20정상회의 준비와 관련해 건설적이고 협력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엘리제궁은 부드러운 논조로 설명했지만 사실 올랑드 대통령은 6월 28일부터 열리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1200억 유로 규모의 투자계획을 통과시키고 또 다른 위기해법으로 금융거래세를 도입하자며 메르켈 총리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왜 대립각을 세웠을까. 정치적 신념에서일까 아니면 국익 때문이었을까.
전문가들은 메르켈 총리가 프랑스의 경쟁력 약화를 비판한 것은 올랑드 대통령이 긴축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춘 재정위기 해법을 제시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로선 사르코지 대통령 재임 당시엔 찰떡 공조를 이루며 유로존의 긴축을 추진해 왔는데 일종의 배신감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올랑드가 누구인가. 그는 성장정책을 주창하며 사르코지를 누르고 집권했다. 최근 총선에서도 성장정책의 기치를 높이며 승리해 단독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했다. 유로존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이번 프랑스 총선 결과가 성장주도 정책으로 재정위기를 풀어가려는 올랑드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파인낸셜 타임즈도 “프랑스가 국민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유로존 문제 해결에 프랑스식 해법을 강조한다면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이 적극 동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신규채권을 발행해 경제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방법”이라며 유로존 단일채권인 유로본드 도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두 사람의 주장은 사실상 유로존 내에서 재정위기 해법을 놓고 맞서고 있는 두 세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메르켈 총리가 긴축을 고집하는 데는 통화증발에 대한 독일인 특유의 뿌리 깊은 거부감과 세계 금융을 주도하는 거대 세력의 기본 시각이 깔려 있다.
독일은 1차 대전 패전 후 배상을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통화증발로 상상을 초월하는 초인플레이션을 겪은 바 있다. 이 여파로 나치가 집권했고 독일은 다시 패전의 쓰라림을 맛봤다. 특히 세계경제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유태인들이 이 과정에서 엄청난 피해를 당했다.
이런 역사적 경험 때문에 이후 독일의 통화정책은 극단적일 만큼 보수적으로 유지돼왔다. 이것이 세계적 재정·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독일경제를 지킨 버팀목이 되기는 했지만 주변국엔 엄청난 재앙을 안겨주는 요인이 됐다.
대조적으로 새로 집권한 올랑드가 이끄는 프랑스나 재정위기의 영향을 심하게 받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은 독일 주도의 긴축정책에 반발하며 유연한 통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독일의 야권조차 지나친 긴축정책으로 위기를 장기화하고 있다며 메르켈 총리를 비판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 세력의 대립각은 유로존의 향방을 결정할 정책들을 놓고 더욱 날카로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메르켈 총리는 6월 28일부터 열리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유럽안정화기구(ESM) 설립안 표결과 신재정협약 비준을 추진해왔다. 5000억유로로 추진되고 있는 구조조정기금인 ESM은 기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비해 강제력을 갖고 회원국에 채무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유로존 신재정협약은 회원국에 대해 강력한 긴축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구조적 재정적자를 GDP의 0.5% 이내로 유지하는 내용의 균형재정을 헌법 등으로 법제화하며 ▲협약 위반 시 유럽사법재판소 판결로 GDP의 0.1% 이내 벌과금을 부과하고 ▲국가채무 60% 상한을 초과한 국가의 국채발행 계획을 사전에 제출받고 초과분에 대해서는 매년 평균 20분의 1씩 감축토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숨 돌린 그리스, 성장정책 불러올까 6월 중순 치러진 총선에서 그리스 국민들은 유로존 퇴출이 불러올 재앙을 피하기 위해 급진좌파연합인 시리자 대신 신민당을 선택해 세계 증시를 상승세로 되돌렸다.
스티븐 킹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아테네 ATM기의 돈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스가 갑자기 드라크마를 다시 등장시키지도 않을 것이며, 그리스는 행복하게 그 자신을 설득하고 유럽의 심장부에 확고하게 남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인근 국가들도 그리스의 결정을 환호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그리스의 총선 결과가 그리스와 유로존, 스페인 모두에게 좋은 소식”이라며 “G20정상회의에서 더욱 강력한 재정통합과 유럽통합은행(Banking Union) 설립을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그리스 시민이 옳은 선택을 했다”며 “그리스의 선택에 따라 유로존이 더욱 강력해졌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도 이번 총선 후 안토니스 사마라스 그리스 신민당 대표에게 축하전화를 걸어 “그리스는 유로존의 한 국가로 계속 남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독일은 그리스 새 정부에 대해 긴축조건을 완화해주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시간상의 조건을 완화해 주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총선이 긍정적으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유로존에서 탈퇴할지도 모른다는 부정적 전망은 여전히 나오고 있다.
신용평가회사인 S&P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적어도 3분의 1은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S&P는 이 경우 경기위축의 회오리에 휘말려 유럽 주변부 국가들의 신용등급 강하와 부도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경우 글로벌 경기회복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그리스 총선 직전인 6월 14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리스가 유럽연합(EU)의 지원 없이 탈퇴했을 때 금융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금융시장에 미칠 전염요소를 제거해야 다른 나라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컨설팅업체인 지오스트랏의 로버트 하디 대표는 17일(현지시간) 그리스의 선거 결과에 따른 안도랠리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그리스 정치인들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계속하면서 국가가 결국 파산할 것이라고 했다. 하디 대표는 그리스 2차 총선결과로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 트로이카의 지원을 받는 것 외에는 국가가 처한 문제는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총선 이후 그리스 경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 역시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처럼 갈라져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리스의 장래는 유럽연합이 메르켈의 정책과 올랑드의 정책 사이에서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이탈리아… 중앙은행 없는 설움 그리스 총선이 시장에 일시적으로 희망을 줬지만 유로존 재정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스페인의 구조조정도 1~2년 안에 시작될 것이며 이탈리아도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신 교수는 “스페인 은행은 자금 유입이 없고 유출만 있어 정치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이기에 아일랜드와 함께 수년간 이어지는 구조조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제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일본과 같은 실물경제 장기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신 교수는 이탈리아 은행들이 확장경영으로 부실자산을 많이 떠안았고 국가부채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나 되기 때문에 구제금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국가들이 이처럼 글로벌위기의 진앙이 된 것은 부채가 많은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2008년부터 시작된 미국 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유로존 내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더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유로존 출범으로 각 회원국들이 통화발행권을 상실함으로써 글로벌 자금 쏠림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위험을 키웠다.
그리스의 경우는 국가부채가 이미 위험수준에 도달했지만 스페인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CIA나 IMF 어느 쪽 자료를 보더라도 양호한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00%대를 넘은 반면 스페인의 국가부채 비율은 60%대 후반에 머물고 있다. 정부 재정이 이처럼 튼튼한데도 자국 내 개별은행에 유동성 지원을 제대로 못하도록 만든 ECB 체제가 현 위기의 본질인 셈이다.
실제 미국의 금융위기 직후 현재 위기를 맞고 있는 유로존 국가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자금이탈이 예상된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맥킨지는 지난 2010년 ‘부채와 부채축소 : 글로벌 크레디트 버블과 경제적 결과’란 보고서에서 세계 각국의 여러 부문에서 부채가 과다해 미국, 영국 등 5개국 이상에서 부채축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한 바 있다.
맥킨지는 특히 “경험적으로 볼 때 부채축소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며 금융위기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맥킨지는 이 자료에서 국가부채 비율을 25% 줄이는 데는 6~7년 정도가 소요되며 처음 몇 년간은 심각한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당시 맥킨지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부채가 급증한 나라로 한국을 비롯해 영국, 미국, 스페인, 프랑스 등을 꼽았다. 스페인은 정부는 건전하나 가계부채와 부동산 부실, 금융 부실 등이 우려되며 영국과 미국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부실이, 한국과 캐나다는 가계부채가 심각한 나라로 분류됐다.
거론된 여러 나라가 미리 대처해 위기를 막았지만 스페인은 건전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피하지 못했다. 당시엔 국가는 물론이고 가계부문까지도 건전한 나라로 분류됐던 이태리마저 위험에 봉착했다. 유동성이 빠져나가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CB가 돈 풀어야 한다 오래전부터 글로벌 위기를 경고해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ECB와 유럽 정부들에 대해 ‘저축에 미친(saving madness)’ 금융정책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루비니는 독일 일간지 빌트(Bild)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각국이 긴축과 저축에 치중하는 대신 세율을 낮추고 임금을 올려야 한다”면서 주장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나 라호이 스페인 총리 등 대부분 유로존 리더들의 정책을 지지하는 발언이다.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사실 전혀 생소한 것은 아니다. 유동성 결핍이 나타나면 곧 거대한 통화수축의 회오리(spiral of contraction)가 몰아쳐 경제를 수렁으로 몰아넣었던 역사가 수없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제프리 로저스 허멜 미 산호세대 교수는 지난 2007년 이콘저널워치 기고를 통해 일단 어느 한 부분에서 통화수축이 생기면 거기에 머물지 않고 경제 전반으로 통화수축과 그에 따른 가격하락의 회오리가 몰아친다고 주장했다.
폴 크루그먼 MIT 교수는 이를 이론으로 입증했다.
‘가격이 약간 오르건 아니면 약간 내리건 일단 통화수축이 시작되면 잠재 생산량이 줄어든다. 이때까지만 해도 통화수축에 따른 디플레이션 기대는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중앙은행의 다음 행동을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시기를 놓치면 통화수축의 거대한 회오리는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을 지나게 된다.’
한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이를 경험했다. 신용이 낮은 곳에 나간 대출금을 회수하라는 IMF의 요구에 따라 고금리 정책을 펴자 자금시장이 마비되고 경제가 곤두박질쳤으나 금리를 내리고 대출을 풀자 곧 경제가 정상화됐던 것이다.
이런 역사적 경험과 경제이론에도 불구하고 근엄할 정도로 원칙을 강조하는 메르켈 총리와 독일 주도의 ECB 때문에 유로존은 위기를 막을 기회를 놓쳤다. 그리스만 해도 오래전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으나 독일식 원칙론에 밀려 희생양이 됐다. ECB와 EU집행부 등이 지나친 긴축을 강요하는 와중에 내부에 있던 돈이 모조리 빠져나가 경제를 유지하기조차 힘들게 된 것이다.
실제로 벤 버냉키 의장이 ‘헬리콥터 벤’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자금을 풀어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동안 장 클로드 트리셰 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메르켈 총리와 보조를 맞추며 돈줄 죄기에 급급했다. 여기에 세계의 돈줄을 통제하는 기구인 바젤위원회도 유럽위기를 부추기는 데 한 몫 했다.
바젤위원회는 2008년 금융위기가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투자를 방치해서 생겼다는 비판이 일자 새로운 은행규제 조항인 바젤Ⅲ를 제정했다. 새 조항은 은행의 자기자본 요구 수준을 높이고 파생상품 투자를 규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은행들은 새로운 자기자본 규정에 맞추기 위해 대출한 자금을 회수하고 증자를 통해 시중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와중에 재정이 취약하거나 가계부채가 많은 나라 등에서 자금유출이 시작됐고 이는 불행한 통화수축의 회오리를 초래했다.
이런 위험성이 예상되기 때문에 바젤Ⅲ 발효에도 불구하고 새 규정을 정식으로 채택한 나라는 27개 회원국 가운데도 3개국 밖에 안 될 정도다. 중국의 경우 성장이 정체될 위험이 크다며 내년까지 바젤Ⅲ 도입을 보류하기로 했다. 이런 정황을 잘 알고 있는 루비니나 크루그먼 교수 등은 독일과 유럽중앙은행에 대해 성장을 추구하는 통화정책을 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크루그먼은 지난 6월 18일 뉴욕타임즈 기고를 통해 미국이 심각한 위기 없이 경제를 관리하고 있는 것은 강력한 중앙정부가 자금이 필요한 각 주에 자동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독일과 유럽중앙은행이 지출을 확대하고 인플레이션을 받아들여야 유로화를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은 브뤼셀과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관리들이 심한 결함이 있는 통화체계를 만들었으며 이 때문에 그리스가 곤경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막바지에 몰린 EU의 선택은 어쨌든 공은 EU정상회의와 ECB로 넘어갔다. 지금까지 EU와 ECB는 원칙론자인 메르켈 총리와 독일 정부가 주도해왔다. 그러나 기존 정책의 위험을 파악한 유럽 지도자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들에게 끌려갈지는 의문이다.
물론 메르켈의 목소리가 통할 경우 시장은 더 움츠러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스페인도 구조조정 대열에 들어갈 수 있다. 신현송 교수는 “스페인 은행은 자금 유입이 없고 유출만 있어 정치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이기에 아일랜드와 함께 수년간 이어지는 구조조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구조조정이 일본이 겪을 것 같은 실물경제 장기침체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이탈리아 역시 마찬가지다. 신 교수는 이탈리아 은행들이 확장경영으로 부실자산을 많이 떠안았다며 국가부채비율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나 되므로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축소정책의 위험성을 잘 아는 유럽 지도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메르켈 주도의 정책을 개선할 것이란 전망도 강하게 나오고 있다. BOA메릴린치가 바주카포 정책을 거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시장상황도 이 분위기를 타고 있다. ECB가 스페인에 1000억유로를 지원했지만 시장에선 스페인 채권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다. 시장이 추가로 돈이 풀리기를 바란다는 얘기다.
여기엔 새로 ECB를 맡은 드라기 총재의 성향이 크리셰 전 총재와 달리 조금은 확장지향적이란 점도 긍정적 전망에 일조했다. 아울러 유로권 국가들이 유로화 체제를 깰 수 없을 것이란 점도 시장이 유로존의 양적완화를 기대하는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시기이다. 고집 센 메르켈 총리가 얼마나 버티느냐가 변수인 셈이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2호(2012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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