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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부동산 대책 이번엔
입력 : 2012.06.01 17: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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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열광적인 환영의 목소리까진 아니어도 정부가 장고 끝에 내린 한수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줄 수 있으면 싶은데, 실망한 표정뿐이라니.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이렇듯 싸늘하다. 정부로서는 DTI(총부채상황비율) 관련 규제를 제외하고는 시장의 요구사항 대부분을 반영하고 있는 데도 이런 반응을 보이니 속상할지도 모르겠다. 이번 정책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이 평가했듯이 스몰볼(small ball)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 홈런과 같은 장타가 아닌 단타 위주의 대응 전략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에 몰린 현재의 전황을 볼 때 이와 같은 전략이 국민들을 만족시킬 수준은 아닌 것 같다. DTI 규제 완화에 대한 시장의 지속적인 요구는 이번에도 관철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DTI 규제가 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불확실하다. DTI 규제란 차입자의 소득수준에 맞춰 대출의 규모를 결정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적용하고 있는 한도는 미국 등 선진국의 30% 내외에 비해 높은 수준으로 주택자금상환에 소득의 50%까지 허용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가계의 소득이 위축된 상황에서 DTI 규제완화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확대가 구매여력을 상승시켜줄 것으로 기대는 되나, 최근과 같이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시점에서 누가 무리해서 주택에 투자할까를 생각하면 실효성 여부가 의문시 된다. 최근 KDI 보고서에 의하면 부동산 시장 거래부진이 주택금융 관련 규제로 인한 구매력 부족에 따른 현상은 아닌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DTI 규제의 완화가 시장을 회생시킬 수 있는지도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걱정하는 금융당국 입장에서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을 사용하는 데 주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아울러 매매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제안됐던 취·등록세의 인하 또한 각종 공공사업으로 재정이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의 형편을 감안할 때 쉽게 추진할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이번 조치는 이렇다 할 실효성 있는 정책수단이 확보되지 못한 최대한의 정부의 성의표시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번 대책에서는 주택공급과 관련된 정책이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1대1 재건축 규제 개선 정도가 포함돼 있다. 물론 주택수요가 바닥인 현재 상황에서 주택공급 관련 규제의 완화가 무슨 효과가 있느냐는 비판이 있겠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급격한 주택공급의 축소에 따른 미래의 주택가격 급등 문제일 것이다. 과거 2000년대 중반 주택가격 폭등의 원인으로 외환위기 이후 한동안 축소됐던 공급에 따른 초과수요가 지적된 바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최근의 주택공급 규모는 2000년대 초반의 그것에 비해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향후 안정적인 부동산 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추가적인 대책에서는 반드시 주택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의 보완이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현재 부동산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을 볼 때 이번 대책 한 번만으로는 신속한 시장의 회생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정부가 굳은 정책의지를 보이고 있고, 스몰볼 전략이라도 지속적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보완하는 경우 전세가 역전되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겠는가? 아니 그렇게 돼야 할 것이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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