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무고시 대체할 외교 아카데미가 궁금해

    입력 : 2012.06.01 17:32:12

  • 내년부터 외무고시가 폐지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이 치러지게 된다.

    지난해 10월 8일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기존 외무고시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국립외교원(외교 아카데미)’를 통해 21세기 전략적 사고가 가능한 외교관을 선발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렇게 해서 출범한 국립외교원을 통해 외무고시 순혈주의가 팽배한 외교공무원 사회에 민간 전문가들을 섞는 ‘혼혈전략’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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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전문가 등용 순혈주의 타파 국립외교원은 2013년 하반기에 첫 입교생을 선발해 3학기로 이뤄진 1년간의 교육과정을 거쳐 제1기 졸업생을 배출할 예정이다.

    국립외교원은 세계 각 지역과 안보·에너지·환경·국제통상·금융 등 각 분야에서 경험을 갖춘 민간 전문가들에게도 외교공무원이 될 수 있는 문을 열어줬다.

    외교부가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국립외교원 외교관후보자 선발시험안에 따르면 외교 아카데미 정원의 20%를 지역정세 및 해당 지역 언어에 능통한 전문가들로 채울 예정이다. 국제통상·에너지·개발협력·국제법 등 최근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들에게도 정원의 20%를 할애했다. 결국 전체 정원의 40%를 민간 전문가들에게 열어놓은 것이다. 이는 과거 외무고시 출신들이 주도하던 외교부에 적지 않은 새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역 및 전문가 전형 응시생들에게는 선발과정에서 제2외국어 시험 혹은 전공평가 시험 등이 면제된다. 그러나 3차 선발과정인 면접과정에서 응시자가 지원한 세부 분야별 전문지식과 역량에 대한 집중적인 검증 과정을 거치게 된다.

    뽑는 외교관에서 길러지는 외교관으로 국립외교원은 기존 외무고시의 교육과 선발 순서를 완전히 바꿨다는 점이 먼저 눈에 띈다. 과거 외무고시가 ‘선(先)선발 후(後)교육’ 시스템이었다면 외교 아카데미는 ‘선(先)교육 후(後)선발’ 시스템이다. 일단 뽑아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정원의 1.5배수 이내로 외교공무원 후보자들을 추려 1년 동안 가르치면서 될성부른 후보자들 중에서도 더 우수한 후보자들만 추려 뽑겠다는 것이다. 1년 과정인 국립외교원 교육은 3학기제 대학원식으로 운영된다. 교육의 핵심은 철저히 예비 외교관들의 전문성 및 실무능력을 높이는 데 맞춰져 있다.

    국립외교원 교육 프로그램은 일단 칠판식 강의를 최소화하고, 세미나와 개별지도를 결합한 ‘참여형’ 수업을 통해서 외교관 후보자들의 전문성을 기르게 된다.

    실제 외교 현장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기능과 지역들에 관련된 내용을 2~3개 분야의 교수들이 협동해서 가르치는 팀 티칭(Team Teaching) 기법도 도입된다.

    구체적인 외교 현안 관련 프로젝트들을 모의 수행해보는 형식의 ‘액션 러닝’ 방식도 활용된다. 문제 제기 단계서부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프로젝트를 설계해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각각 후보자들의 협력을 통해서 직접 진행해보는 것이다. 각 팀들이 수행한 프로젝트 결과는 공개 발표회를 통해서 피드백의 과정을 거치고 최종적으로 보고서 작성을 통해 평가받게 된다. 국립외교원은 다양한 상황을 가상해 전시에 운영되는 ‘워 룸(War Room)’은 물론 경제상황실, 화상회의 시스템 등의 시설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1년간의 교육과정을 거친 후보자들은 출석 및 수업태도, 교과 성적, 종합시험 성적, 외교역량 달성 정도 등 외교관으로서의 적격성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거쳐 최종 임용된다.

    이와 더불어 국립외교원은 유엔 및 국제기구와 협력해 교육 훈련 네트워크를 국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엔 훈련연구기관(United Nations Institute for Training and Research)과 연계해 한반도와 관련된 주요한 외교 사안을 직접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각종 국제기구의 단기 연수 프로그램에도 참가하며 교육생들의 다자(多者) 외교 능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미국, 브라질, 오스트리아 등 국가들의 외교 아카데미와 외교 기법과 사례 등을 다루는 협력 체계 구축도 추진된다.

    국립외교원 교육과정은 국가예산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수업료는 전액 무료이며 정식 공무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급여는 나가지 않는다. 그러나 교육생으로서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교통비와 식사비 등이 실비 형태로 제공될 예정이다.

    국립외교원 선발시험이 외교관 자녀들에게만 유리한 시험이라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 국립외교원 관계자는 “3차에 걸친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선발할 예정이므로, 외국어만 잘한다고 해서 선발하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국제 NGO 활동이나 해외거주 경험 등은 지역전형 또는 전문분야 전형 지원시 경력에 포함해 평가될 수 있으나, 이는 평가 고려요소일 뿐 특정 계층에게만 유리하지 않다”고 밝혔다.

    1년간 국립외교원 교육과정을 수료한 탈락자들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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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대해 김병국 국립외교원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획재정부·농림수산식품부 등 타 부처나 지자체, 또는 국제기구에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비록 경쟁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1년 동안 적지 않은 국가 예산을 들여 교육한 우수한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당 부처인 외교부 교육과정에서 한 번 탈락의 고배를 마신 교육생들을 선선히 채용할지, 또 어떤 직급을 부여할지는 더 생각해 볼 문제다. [김성훈 매일경제 정치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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