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컨틴전시 플래닝 (Contingency Planning) … 위기대응 비책 갖고 계십니까

    입력 : 2012.06.01 17: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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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 당시 도요타자동차는 지진 발생 2시간 만에 생산·조달·판매·인사·총무 5개 부문의 비상대책팀을 구성했다. 이튿날에는 최고경영회의를 잠정 중단하고 현장 대응을 위한 의사결정 권한을 실무진에 대폭 위임한 ‘선(先)행동 후(後)보고 체계’로 전환했다. 또한 조달 전문 인력 500명을 파견해 지진 현장의 부품 상황을 파악하고 태국 등 대체 공급처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도요타자동차는 지진 발생 17일 만인 3월 28일 인기모델인 프리우스 등 3개 차종의 생산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대책은 미리 준비된 컨틴전시(Contingency) 대응 매뉴얼 하에 진행됐으며, 도요타는 이를 통해 대지진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2. 같은 기간 미국 Big3(GM·포드·크라이슬러) 자동차업체는 대지진으로 한동안 일본산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포드는 핵심 부품의 부족으로 벨기에 조립공장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까지 했으며,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일부 차량의 생산을 중단하는 등 전사 관점의 아시아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요타자동차가 일본대지진 직후 보여준 일련의 작업들, 즉 기업의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정 이벤트에 대한 단기대응 전략을 ‘컨틴전시 플랜’이라고 하며, 이를 수립하는 것을 ‘컨틴전시 플래닝’이라고 한다.

    컨틴전시 플래닝은 기업의 단기적 대응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널리 활용되는 경영기법이다. 국내에서는 2003년 카드대란과 2008년 금융위기 등 대외적 이슈로 필요성이 대두된 바 있으나, 최근 유로존의 금융위기 및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다시 한 번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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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컨틴전시 플래닝의 목적 컨틴전시 플래닝은 기업 리스크 관리를 위한 주요 방안 중 하나이다. 기업 리스크 관리는 정상상태에서 긴급상태로 전이되기 전에 이를 예방하는 협의의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와 현실화된 긴급상태를 정상상태로 되돌리는 ‘위기관리(Crisis Management)’로 구분되는데, 사후 대응의 성격이 강한 컨틴전시 플래닝은 위기관리에 해당한다.

    컨틴전시 플래닝의 목적은 위기상황에 대한 초기 대응력을 높여 피해확대를 조기에 차단하고 기업의 업무연속성(Business Continuity)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위기대응 실패로 인한 상대적 경쟁력 저하를 미연에 방지하고, 동종업계와 공통된 위기상황 하에서 신속한 극복을 통해 경쟁업체 대비 경쟁력을 제고 할 수 있다.

    미래 시나리오 만들어 수시점검 컨틴전시 플래닝을 위해서는 우선 대상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다. 자사 혹은 동종업체의 사업 히스토리상 위기의 경험을 비추어 보거나, 내부 구성원 혹은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를 통해 선별하는 방법으로 위기상황에 대한 정의가 상당 부분 가능하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에서 논의되는 사안이 위기상황인지 판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이와 같은 방법들만으로는 과거 발생했던 위기상황이 꼼꼼하게 검토됐는지, 기존과는 전혀 다른 치명적인 위기상황이 미래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접근법으로 ‘미래 시나리오 방법론’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

    미래 시나리오 방법론은 기업 활동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여러 동인(Drive)을 Bottom-up 방식으로 수집 및 선별한 후, 각 동인이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미래 시나리오를 만들어 검토하는 방법론이다. 특정 동인에 대해 현황에 근거한 예측이 아닌 기업 활동으로의 논리적 영향을 근거로 시나리오가 구체화되기 때문에 개연성이 낮은 위기상황까지 포괄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미래 시나리오 작성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향력이 큰 핵심동인을 선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 보고서뿐 아니라 현장 실사, 고객 인터뷰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얻어 시사점을 얻는 것이 필요하다. 선별된 핵심동인 중에서 상대적으로 불확실한 동인이 컨틴전시 플래닝 소재가 되어 미래 시나리오로 구체화된다.

    최근에는 SNS를 통한 악성 온라인 버즈 등 고객 관련 동인의 영향력이 증가하는 추세다.

    2009년 도미노 피자는 호주의 한 점원이 유튜브에 장난으로 올린 엽기 동영상이 퍼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방 위생에 대한 악성 버즈가 발생하는 위기상황에 직면했다. 도미노 피자 본사는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동영상 확산 및 고객 평판 악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IT 및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이 같은 고객 관점의 위기는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으며, 미래 시나리오 선정 시 반드시 반영돼야 할 것이다. 실제로 T-Plus가 수행한 한 프로젝트에서는 신규 온라인 채널 진출에 대한 기존 고객과 내부 고객인 오프라인 판매원의 반발을 해결해야 할 주요 과제로 인식하고, 컨틴전시 플래닝 관점에서 대응방안을 설계했다.

    미래 시나리오의 작성은 선정된 위기상황을 전제로, 자사가 속한 경쟁 환경의 변화를 임의로 기술해 이뤄진다. 효과적인 컨틴전시 플래닝을 위해서는 미래 시나리오가 대응 방안 도출에 적합한 형태로 구체화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의 나열이 아닌 이야기를 만들고, 자사에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적절히 반영되며, 시나리오에 포함될 필수 정보항목을 선정해 누락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이 준수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미래 시나리오 작성 방법론은 컨틴전시 플래닝의 과정상에서 위험상황을 선정하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이다. 하나의 접근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구성원 간 치열한 논의를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치명적인 위기상황을 빠짐없이 수합해 컨틴전시 플래닝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실행력 있는 컨틴전시 대응방안 수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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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각을 다투는 위기상황에서 핵심 경쟁력의 손상이 없도록 중요하고 시급한 이슈부터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모든 이슈와 피해 수준을 예측하고 일시에 대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각 위기상황별로 가치 사슬(Value Chain)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필요한 대응과제와 우선순위를 정의해야 한다. 우선 대응과제 선정에 따른 실행방안 수립은 기능부서 간 통합적 관점에서 이뤄져야 한다. 예를 들어 정상적 부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한 경우, 기업 활동상의 영향은 구매 부서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부품 수급의 지연으로 생산 및 물류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고객에게 제시간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부품수급 정상화라는 대응과제의 실행방안에는 구매부서의 대체 구매처 확보뿐만 아니라, 생산일정 조율, 물류 및 영업활동 조정 등 타 기능부서의 업무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또한 실행방안은 기능부서 간 Alignment를 위해 위기대응 단계별로 마련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기대응는 초기대응-집중관리-회복 및 종료단계로 구분된다. 초기대응 단계에서는 위기대응 조직의 기동 준비 및 정보 수집이 최우선 과제가 된다. 집중관리 단계는 피해의 확대 재생산을 방지하고 회복을 준비하는 단계로, 각 부서별 실행방안의 진행 상황에 대한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회복 및 종료단계는 집중관리 단계 활동의 재점검이 이뤄지며 부분적으로 통상업무가 재계되는 단계이다.

    대응력 높이기 위한 T-Plus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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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방안이 잘 갖춰져 있더라도 실제 위기상황 발생 시, 각 구성원이 즉시 대응력을 갖지 못한다면 실기로 인한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즉시 대응력의 제고를 위해 T-Plus는 다음의 4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1. 위기대응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라 하나의 위기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사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각 부서의 업무 영역을 벗어나 대응활동을 통합하고 조정할 필요가 있다. 위기 대처에 선진적인 주요 글로벌 기업은 이러한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CRO(Chief Risk Officer)를 지정하고 활용한다.

    국내에서는 금융업을 제외하고 이러한 업무는 주로 CEO 직할 전략팀 혹은 기획 부서에서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컨틴전시 플래닝을 포함해 기업의 위험 및 위기대응을 위한 고도화된 경영기법들이 도입되며 전문 역할과 역량에 대한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 외부 협력업체와 공조 체계를 구축하라 위기상황 시에는 외부 협력업체를 활용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 경우 협력업체와의 공조체계 구축이 미흡해 초기에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포스코는 2000년부터 신일본제철과 긴밀한 제휴관계를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기업 활동상의 위기 발생 시 슬랩 등 원자재의 상호공급이 가능하도록 해 즉시 대응력을 확보했다.

    3. 초기대응 매뉴얼을 개발하라 위기상황의 초기에는 신속한 상황파악 및 상부 보고, 위기대응 조직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는 컨틴전시 플랜 전체의 성패와도 직결된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위기상황 시 조직 구성원이 기존 업무에 대한 관성 및 심리적 당황으로 필요한 일련의 업무를 적시에 처리하지 못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위기상황의 초기대응 국면의 세부 업무와 담당자를 상세하게 기술한 초기대응 매뉴얼을 작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4. 구성원의 위기대응 교육을 상시화하라 준비가 아무리 철저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는 시행착오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위기대응 방안에 대한 내부 구성원 대상 교육과 연습이 필수적이다. BC카드는 재해 및 재난으로 업무 중단상황 발생 시 핵심 업무 유지를 위한 대응체계를 마련했으며, 2009년부터는 내부 구성원 대상 연간 수차례 모의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교육과 연습을 통해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의 역할과 필요 업무를 정확히 이해하고 나아가 자율적인 대응 역량까지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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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형 T-Plus 수석이사 , 신필호 T-Plus 선임 컨설턴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21호(2012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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