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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er] 현대차 채프먼 vs 기아차 슈라이어…한 지붕 두 가족의 ‘디자인 전쟁’ 시작되다
입력 : 2012.02.29 11:2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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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디자인대학 자동차디자인
1989 일본 이스즈자동차 미국기술센터
1993 제30회 도쿄모터쇼 베스트콘셉트카상 수상
1994 독일 BMW그룹 미국디자인웍스 디자이너
2002 독일 BMW그룹 미국디자인웍스 디자인실장
2008 독일 BMW그룹 미국디자인웍스 수송기기 디자인실장
2011.12 현대자동차 미국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을 주목하고 있다. 50년 전 부품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회사가 이제는 글로벌 자동차메이저 Top5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진화를 앞두고 있다. 이미 세계 자동차시장의 격전지로 불리는 미국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제네시스가 BMW, 아우디 등을 제치고 JD파워가 선정한 우수차량에 선정되는 등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또 다시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 1월 BMW출신의 크리스토퍼 채프먼을 수석디자이너로 영입했기 때문이다.
과거 기아차가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처럼, 현대차 역시 한 단계 진화한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기아차의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과 현대차의 디자인을 맡게 된 채프먼의 디자인 대결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우디·폭스바겐·벤틀리를 디자인했던 슈라이어 부사장과 BMW X시리즈를 완성한 채프먼. 두 사람이 과연 현대기아차그룹의 컬러를 무슨 색으로 칠할지 'LUXMEN'이 한발 앞서 내다봤다.
아우디 슈라이어 vs BMW 채프먼 슈라이어와 채프먼의 디자인 대결을 살펴보려면 먼저 두 사람의 과거를 되짚어봐야 한다. 세계 3대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슈라이어와 글로벌 자동차업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BMW그룹의 디자인을 담당했던 채프먼이 과거 디자인한 차량을 통해 앞으로의 행보를 가늠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슈라이어 부사장은 잘 알려진 대로 아우디AG의 수석디자이너로 재직하다 기아차에 합류했다. 그는 아우디 재직시절, 스타일리시한 콤팩트스포츠카 ‘TT’를 시작으로, 일체형 프런트그릴이 인상적인 현재의 아우디 라인을 완성했다. 또 모기업인 폭스바겐에서는 곡선의 미학을 최대한 살려낸 ‘뉴비틀’을, 계열사인 벤틀리에서는 컨티넨탈 라인의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반면 현대차의 미국 디자인센터 수석디자이너로 영입된 채프먼은 아우디의 라이벌인 BMW의 디자인을 맡았었다. 그는 2002년 제네바모터쇼에서 주목을 받았던 BMW CS1 콘셉트카의 디자인을 맡았다. 이후 디자인실장으로 승진한 뒤, X5-X3, Z4, 1시리즈, E87 등의 디자인에 참여하며 명성을 쌓았다.
업계에서는 두 사람과 관련해 “기아차의 슈라이어는 단순함과 세련미에 무게를 둔 반면, 채프먼은 기능성과 역동성에 중점을 둔 디자인을 보여 왔다”며 “앞으로도 두 사람의 이런 성향이 현대차와 기아차의 디자인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날렵한 세련미 vs 우아한 역동성 두 사람은 디자인 철학에 관련해서도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직선’과 ‘단순화’를 통해 세련미와 아이덴티티를 강조하는 타입인 반면, 채프먼은 차량의 기능을 최대한 살려주는 역동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일단 현대차 디자인의 상당한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로 요약되는 현대차의 디자인 스타일이 좀더 우아하면서도 역동적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서다. 채프먼은 이와 관련, “단순히 스타일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기능성을 고려한 디자인의 시대가 왔다”며 “현대차 역시 기능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혁신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기아차의 경우 이미 ‘슈라이어 라인’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만큼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관계자 역시 “기존의 슈라이어 라인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각 시그먼트별로 좀 더 날렵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하반기 최대 기대주로 손꼽히는 기아차의 대형 세단 K-9은 기존 슈라이어 라인에 충실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을 살리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공개된 스파이샷과 랜더링이미지 역시 업계의 이런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4년 전후로 진검승부 업계에서는 그러나 현대기아차그룹의 풀 체인지 모델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4년 이후를 주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신차를 출시한 이후 4~6년을 주기로 완전히 다른 디자인의 패밀리룩을 선보여 왔다. 현대차의 경우 2000년 초반 EF 디자인이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은 이후, 2006년 NF 디자인이, 2010년에는 YF디자인이 공개됐다. 이를 전후로 주력차종인 쏘나타가 가장 먼저 패밀리룩을 입었고, 이어 전 차종이 순차적으로 디자인을 변경해왔다. 기아차 역시 2002년 로체 디자인이 공개된 후, 2008년 K3를 시작으로 ‘슈라이어 라인’이 전 차종의 패밀리룩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이런 경향을 되짚어볼 때 현대기아차그룹의 패밀리룩 변화 시기를 2014년 이후로 보고 있다. 채프먼이 밝힌 ‘기능성을 강조한 현대차’를 볼 수 있는 시점이 바로 이때부터라는 것이다.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피터 슈라이어 부사장과, BMW 전성시대를 이룩한 쌍두마차 중 한축인 크리스토퍼 채프먼. 두 사람의 천재적인 감성이 현대기아차그룹의 디자인을 어떻게 진화시킬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왕립예술대학 자동차디자인과
뭔헨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1980 독일 아우디 디자이너
1991 미국 아우디 디자인 스튜디오
1993 폭스바겐그룹 디자이너
1994 아우디 디자인 총괄책임자
2000 미국 시카고 굿디자인상 수상
2002 폭스바겐그룹 디자인 총괄책임자
독일연방 디자인대상 수상
2006.08 기아차 최고책임자(CDO), 부사장 [서종열 기자 snikerse@mk.co.kr]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8호(2012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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